‘코닥’ 맨투맨 위에 ‘CNN’ 패딩

황태호 기자

입력 2021-02-16 03:00 수정 2021-02-1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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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방송사나 오래된 회사명, 국내 패션 브랜드 변신

비(非)패션 브랜드를 국내 패션업계가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도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F&F의 디스커버리, 더네이쳐홀딩스의 내셔널 지오그래픽, 하이라이트 브랜즈의 코닥어패럴(왼쪽부터). 각 사 제공
전미지리협회의 영문명이자 다큐멘터리 채널명이기도 한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국내에서 패션 브랜드로도 유명하다. 패션 브랜드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2013년 더네이쳐홀딩스가 미국 내셔널 지오그래픽 협회와 캠핑용품과 가방에 브랜드를 사용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2016년에는 의류 라이선스 계약까지 맺었다.

이처럼 패션과 상관없는 해외 유명 브랜드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국내 패션 브랜드들이 쏟아지고 있다. 디스커버리,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 방송 채널은 물론이고 옛 필름 브랜드인 코닥도 패션 브랜드가 됐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패션업계의 침체에도 견고한 실적을 내면서 주목받고 있다.

현재의 ‘라이선스 패션 브랜드’ 추세를 처음 만든 건 중견기업 F&F의 디스커버리였다. 2012년 미국의 자연과학 분야 탐사 다큐멘터리 채널인 디스커버리의 사명을 라이선스로 가져와 아웃도어 브랜드로 만들었다. 이후 디스커버리는 네파, K2 등 쟁쟁한 전통 브랜드를 제치고 국내 아웃도어 시장에서 노스페이스에 이은 2위로 자리 잡았다. F&F의 연간 매출(2019년 9103억 원) 중 40% 이상이 디스커버리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더네이쳐홀딩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4% 늘어난 2915억 원이었고 영업이익은 39% 증가한 553억 원을 나타냈다. 최근 몇 년 동안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인기 브랜드가 된 덕분이다.

2012년 파산 위기에 처했다가 최근 ‘코닥 제약’으로 사업 모델을 완전히 바꾼 전통 필름 브랜드 코닥도 국내에서 패션 브랜드로 재탄생했다. 코닥어패럴은 패션 스타트업 투자의 ‘큰손’으로 불리는 대명화학이 자회사 하이라이트브랜즈를 통해 지난해 봄 직접 출시한 브랜드로, 무신사를 비롯한 MZ세대 패션 플랫폼에서 판매가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에도 뉴스, 항공사 등의 이름을 딴 새로운 브랜드들이 출시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신생 스포츠 의류업체인 스톤글로벌은 미국 뉴스채널 CNN의 자회사 CNN인터내셔널커머셜과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올해 상반기(1∼6월) 중 제품을 출시한다. 중견 패션기업 SJ그룹은 지난달 미국 항공사 팬아메리칸월드항공(팬암)과 한국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하반기(7∼12월)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패션업체들이 비(非)패션 업계 브랜드를 도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전통 브랜드들이 갖고 있는 힘이다. 눈에 익숙한 세련된 로고 디자인부터 브랜드가 내포하는 역사까지 소비자들에게 ‘좋은 상품’이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 이주영 SJ그룹 대표는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과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 국내에 이미 성공한 선례가 있다”며 “팬암 역시 오랜 역사로 인한 스토리텔링과 아카이브가 풍부해 브랜드력을 높일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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