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격한 인간, 철사와 유채화로 표현해보면…
손택균 기자
입력 2021-02-15 03:00 수정 2021-02-15 03:09
김지훈-임동승 작가 2인전 ‘수기’
日 다자이의 ‘인간실격’ 모티브
연희동 플레이스막2서 27일까지
27일까지 김지훈 임동승 작가의 2인전 ‘수기(手記)’가 열리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플레이스막2’는 찾아가는 재미가 쏠쏠한 전시공간이다. 홍제천 자전거길과 안산도시자연공원 사이 주택가. 버스정류장 뒷골목 모퉁이의 단층 기와집을 개조해 자그마한 안마당을 복판에 두고 3개의 전시실을 마련한 곳이다.
김 작가는 철사를 섬세하게 구부려 만든 조형물로 백열전구 등의 폐기물을 품어 감싼 모습의 작품을 제작해 왔다. 흔들리는 연기처럼 여러 갈래로 뻗어나간 철사가 사람의 얼굴, 달리는 맨발, 앙상한 나무 등의 다양한 형상을 이룬다.
임 작가의 유채화는 가로 4cm, 세로 1.5cm 정도 크기의 직사각형 격자를 점묘화의 픽셀처럼 짜 맞춰 이미지를 연출했다. 속옷 차림으로 엉덩이를 들이민 노인, 은밀한 부분을 드러낸 채 서럽게 흐느껴 울고 있는 돼지소년의 기이한 모습이 펠트 직물처럼 모호하게 조직된 윤곽 덕분인지 별반 불쾌감을 안기지 않는다.
이 소설은 좋은 인간처럼 보이기 위해 작위적 행동을 거듭하던 주인공이 추레한 자아를 자각하며 몰락하는 내용을 담았다. 빛을 밝히는 용도를 다해 처치 곤란한 신세가 된 전구, 한 번 구부러지고 나면 타고난 특성을 상실하는 철사, 순수를 잃은 영혼에 거추장스러운 부유물처럼 섞여 있는 동화의 기억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들이 어색함 없이 맞물려 돌아간다.
하지만 작품이 만들어진 이후 기획자가 해석해 덧붙인 의도에 굳이 크게 신경 쓸 까닭은 없어 보인다. 전시실 한곳에는 회화에 쓰인 색상의 샘플카드와 66g 무게의 쇠구슬로 채운 상자를 놓아두었다. 미술 작품을 글처럼 해석하는 데에만 몰두하지 말고, 색채와 무게 등의 물성을 가늠해 보며 바라보기를 권하기 위한 장치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日 다자이의 ‘인간실격’ 모티브
연희동 플레이스막2서 27일까지
김지훈 작가의 설치작품 ‘203’(왼쪽)과 임동승 작가의 유채화 ‘회색의 남자들’.
27일까지 김지훈 임동승 작가의 2인전 ‘수기(手記)’가 열리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플레이스막2’는 찾아가는 재미가 쏠쏠한 전시공간이다. 홍제천 자전거길과 안산도시자연공원 사이 주택가. 버스정류장 뒷골목 모퉁이의 단층 기와집을 개조해 자그마한 안마당을 복판에 두고 3개의 전시실을 마련한 곳이다.
김 작가는 철사를 섬세하게 구부려 만든 조형물로 백열전구 등의 폐기물을 품어 감싼 모습의 작품을 제작해 왔다. 흔들리는 연기처럼 여러 갈래로 뻗어나간 철사가 사람의 얼굴, 달리는 맨발, 앙상한 나무 등의 다양한 형상을 이룬다.
임 작가의 유채화는 가로 4cm, 세로 1.5cm 정도 크기의 직사각형 격자를 점묘화의 픽셀처럼 짜 맞춰 이미지를 연출했다. 속옷 차림으로 엉덩이를 들이민 노인, 은밀한 부분을 드러낸 채 서럽게 흐느껴 울고 있는 돼지소년의 기이한 모습이 펠트 직물처럼 모호하게 조직된 윤곽 덕분인지 별반 불쾌감을 안기지 않는다.
김 작가는 ‘무제’에서 보듯 철사 조형물에 여러 부재료를 결합한 작품을 선보여 왔다. 플레이스막2 제공
김준희 디렉터는 “두 작가는 자신의 경험과 욕망을 반영한 형상과 이미지를 독특한 처리 과정을 통해 새로운 존재로 빚어낸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전시를 일본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1909∼1948)의 대표작인 ‘인간실격’을 모티브로 삼아 기획하고 두 작가를 섭외했다.이 소설은 좋은 인간처럼 보이기 위해 작위적 행동을 거듭하던 주인공이 추레한 자아를 자각하며 몰락하는 내용을 담았다. 빛을 밝히는 용도를 다해 처치 곤란한 신세가 된 전구, 한 번 구부러지고 나면 타고난 특성을 상실하는 철사, 순수를 잃은 영혼에 거추장스러운 부유물처럼 섞여 있는 동화의 기억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들이 어색함 없이 맞물려 돌아간다.
하지만 작품이 만들어진 이후 기획자가 해석해 덧붙인 의도에 굳이 크게 신경 쓸 까닭은 없어 보인다. 전시실 한곳에는 회화에 쓰인 색상의 샘플카드와 66g 무게의 쇠구슬로 채운 상자를 놓아두었다. 미술 작품을 글처럼 해석하는 데에만 몰두하지 말고, 색채와 무게 등의 물성을 가늠해 보며 바라보기를 권하기 위한 장치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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