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정 신부 “교황청과 한국 연결하는 중책 맡아 최선 다할것”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1-02-15 03:00:00 수정 2021-02-15 03: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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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립 로마 한인 신학원 신임 원장 정연정 신부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때 말처럼 방북 의지 강해… 여건 지켜봐야
최양업 신부 시복시성 위해 준비, 올림픽 메달 따듯 여기지 말고
원래 의미 되새기며 이웃 돕기를


서울 강서구 화곡본당 내 성모상 앞에 선 정연정 신부. 최근 교황청립 로마 한인 신학원장으로 임명된 그는 “로마 교황청과 한국 교회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3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로마 교황청 인류복음화성이 정연정 신부(59·천주교서울대교구 화곡본당)를 교황청립 로마 한인 신학원장에 임명했다고 밝혔다. 1999년 설립된 이곳은 로마에 유학 중인 한국 성직자의 고등교육을 위한 시설로, 로마 교황청과 한국 교회를 잇는 연락사무소 역할도 하고 있다. 신학원 내에는 로마에 거주하는 한국인 신자들을 위한 한국 순교 성당도 있다. 정 신부는 신학원장으로 3월 초 부임한다. 정 신부를 화곡본당 성당에서 5일 만났다.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됐다.

“교회 안에서의 소임은 사제로서 영광스러운 일이다. 교황청과 한국 교회 전체를 연결하는 중책이라 부족한 저로서는 쉽지 않은 역할이다. 섬세하고 지혜롭게 최선을 다하겠다.”

―로마 소임이 맡겨진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로마에서 유학했고 한인 신학원의 재정 담당 신부를 지내 현지에 익숙한 점이 아닐까 싶다. ‘지금 어드메쯤/아침을 몰고 오는 분이 계시옵니다/그분을 위하여/묵은 이 의자를 비워 드리지요…’라는 조병화 시인의 시 ‘의자’가 떠올랐다. 전임자도 그렇고 저도 제 역할을 다해 새로운 세대에 편히 앉도록 의자를 내어주면 되는 것 아니겠냐.”

정 신부는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 등 가톨릭의 큰 이슈가 있을 때마다 교계 방송에 출연해 매끄러운 해설을 해서 신자들에게 낯익은 얼굴이다. 2016년 부임한 본당 신자들의 반응을 묻자 놀란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천주교 화곡본당성당’이란 아홉 글자를 떠올린 9행시를 지어 신자들에 대한 아쉬움과 미안함을 대신했다. 일부를 소개하면 ‘화-화내고 마음 아프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곡-곡해하지 말아주시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본-본마음은 아니었지만 제가 못나서입니다.’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

“로마 한인 신학원은 세계 가톨릭의 심장부에 있는 교육기관이다. 현재 한국 사제 20여 명과 몇 명의 외국 국적 신부들이 공부하고 있다. 유학 경험이 있는 형의 입장에서 이들의 공부를 도와야 한다. 한인 성당 주임신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어려움을 겪고 신자들의 영적인 어려움을 위로해야 한다. 주교회의 로마 업무도 맡게 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이 큰 관심사다.


“2014년 교황님의 말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평화를 위한 미사에서 ‘남과 북은 같은 말을 쓰고 있다’는 교황님의 말씀이 문제 해결의 시발점이자 단순한 핵심이라고 느꼈다. 일정한 여건이 성숙해야겠지만 화해와 평화를 위해 헌신해온 ‘프란치스코 스타일’을 감안할 때 교황님의 방북 의지는 분명하다.”

―두 번째 한국인 사제 최양업 신부(1821∼1861)를 포함한 시복시성(諡福諡聖·복자와 성인으로 추대) 전망은 어떤가.

“한국 교회는 최양업 신부님을 비롯해 조선시대 박해자인 ‘이벽과 동료 132위’, 1901년 제주교난 직후와 6·25전쟁 중 공산당에 희생된 ‘홍용호 주교와 동료 80위’의 시복시성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주교회의 내 특별기구가 모든 절차를 잘 준비하고 있다. 로마 측과 긴밀하고 세심하게 접촉해 발 빠르게 대응할 것이다. 다만 신자들도 시복시성에 담긴 의미는 잘 살펴야 한다.”

―어떤 의미인가.

“시복시성은 올림픽 같은 이벤트에서 메달을 따는 경쟁의 의미는 아니다. 복자성인품에 오른 분들은 평범한 아들과 딸이지만 하느님과 복음을 알고 예수님의 삶을 따르는 모범을 보여줬다. 신앙인들은 그분들 삶을 통해 새로운 용기와 힘을 얻어야 한다. 지난해 10월 새 복자(福者)로 선포된 이탈리아 소년 카를로 아쿠티스의 사례도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주면….

“2006년 백혈병 때문에 15세로 사망한 아쿠티스는 하느님과 컴퓨터를 몹시 사랑하는 소년이었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복음을 전하고, 브라질 소년의 기도를 이뤄준 기적을 인정받아 21세기 출생자로는 첫 복자품에 올랐다. 교황님도 ‘복음의 기쁨’ 권고를 통해 ‘우리 옆집의 성인성녀들을 보라’고 했다.”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이웃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한다.

“교황님은 단순히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이전 시기에 우리가 부족했던 인간애와 유대감을 회복해야 한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주변의 이웃을 볼 수 있는 눈과 마음을 열어야 한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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