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카톡’ 만든 토종 스타트업, 美 매치그룹에 2조원에 팔려

김성모 기자

입력 2021-02-10 17:14 수정 2021-02-1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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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커넥트 제공) 2020.11.19 /뉴스1

‘중동의 카카오톡’으로 불리는 동영상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한 토종 스타트업이 약 2조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미국 나스닥 상장사에 팔린다. 국내 스타트업 중에선 2019년 독일 딜리버리히어로가 4조7500억 원에 인수한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10일 하이퍼커넥트는 미국 나스닥 상장사 매치그룹(시가총액 47조 원)에 지분 100%를 17억2500만 달러(약 1조9330억 원)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매치그룹은 ‘틴더’ 등 글로벌 데이팅·소셜 앱 40여 개를 서비스하는 회사다. 인수 후에도 하이퍼커넥트의 독립 경영체제를 유지한다. 인수 절차는 공정거래위원회 심사를 거쳐 2분기(4~6월) 내 마무리될 예정이다.

하이퍼커넥트는 서울대와 포스텍 출신들이 2014년 설립한 비디오·인공지능(AI) 기반 영상 기술 스타트업이다. 동영상 채팅 앱 ‘아자르’(스페인어로 우연이라는 뜻)와 스트리밍서비스 ‘하쿠나라이브’로 유명하다. 특히 낯선 사람과 1대1 영상 대화를 할 수 있는 아자르는 230개 국가에서 19개 언어로 1억 명 이상이 사용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해외 이용자가 99%를 차지한다. 통신 속도가 느리고 단말기 사양이 낮은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구동돼 중동에서 인기를 끌면서 ‘중동의 카카오톡’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하이퍼커넥트는 2019년 1689억 원의 매출을, 지난해에는 상반기에만 1235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이번 매각으로 동갑내기인 안상일 대표(40)와 정강식 최고기술책임자(CTO), 용현택 최고연구책임(CRO) 등 공동창업자들은 각각 수천억 원의 수익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임직원은 최대 340배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알토스벤처스와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이 각각 22억 원, 100억 원을 투자했지만 지분 중 상당수는 공동창업자들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대 재료공학부 출신의 안 대표는 대학 입학 때부터 창업의 꿈을 키워왔다. 2007년 검색엔진 업체 레비서치를 창업했다가 1년 만에 접고 8억 원의 빚을 지기도 했다. 10번이나 창업에 실패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대학 동기인 정 CTO, 병역특례업체 동기인 용 CRO와 하이퍼커넥트를 창업했다. 세계 최초로 구글의 웹실시간통신(RTC) 기술을 모바일에서도 사용 가능하도록 개발해 이를 기반으로 ‘아자르’를 만들어 글로벌 시장을 개척했다. 타깃 국가를 정하고, 현지 조사를 진행한 뒤 제품 출시와 마케팅을 하는 기존 해외 진출 방식에서 벗어나 앱을 해외에 오픈하고 반응이 있는 국가에 맞춰 서비스를 보완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하이퍼커넥트는 지난해 초 라인(LINE)을 일본에 상장시킨데 큰 역할을 했던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를 고문으로 영입했다. 3000억 원 가량을 투자 받아 기업공개(IPO)를 계획한 것이다. 이때 매치그룹이 적극적으로 다가왔다. 매치그룹은 하이퍼커넥트의 동영상·오디오 기술에 관심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매치그룹의 주력 사업인 데이팅 앱 틴더는 영상통화 기능은 있지만 대부분의 서비스가 사진 중심이다.

하이퍼커넥트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매치그룹이 관심을 보여 왔고, 지난해 상반기부터는 굉장히 적극적으로 다가왔다”며 “독립 경영 체제를 유지하는 방식을 제안해 논의가 급진전됐다”고 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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