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 잘라 만든 슬리퍼’ 뉴욕예술가들의 실험

조유라 기자

입력 2021-02-10 03:00 수정 2021-02-10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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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수천만원 에르메스 ‘버킨백’
분해한뒤 8500만원 슬리퍼 만들어
“명품 과시소비에 대한 조롱” 밝혀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가죽 핸드백 ‘버킨백’과 미국 뉴욕의 예술가집단 MSCHF가 이를 분해해 만든 슬리퍼 ‘버킨스톡’. 이 신발의 가격은 최대 약 8500만 원에 달한다. MSCHF 제공
미국 뉴욕의 예술가집단 MSCHF가 ‘명품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에르메스의 ‘버킨백’을 분해한 뒤 슬리퍼로 만들어 화제다. 2016년 결성된 후 10여 명의 예술가가 속한 MSCHF는 기존 관습을 깨부수는 각종 창작 활동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세계적 명성의 현대미술가 데이미언 허스트의 판화 한 점을 3만 달러에 사들인 후 88개의 조각으로 분해했고 모든 조각을 경매로 팔았다.

8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MSCHF는 4개의 버킨백을 구입해 분해한 후 수십 개의 슬리퍼를 만들어 ‘버킨스톡(birkinstock)’이란 이름을 붙였다. 버킨백과 코르크 재질의 슬리퍼로 유명한 독일 신발 브랜드 ‘버켄스톡’을 조합한 명칭이다. MSCHF는 가방 구매에 총 12만2500달러를 지출했다.

버킨스톡의 밑창은 코르크와 고무로 만들어졌고 윗부분에 버킨백에서 가져온 최고급 가죽, 맞춤형 도금 버클 등을 부착했다. 가격은 최소 3만4000달러(약 3797만 원)에서 7만6000달러(약 8489만 원) 사이다. 온라인에서 주문할 수 있으나 현재 구매 가능 수량은 10개 미만에 불과하다.

MSCHF 측은 이 시도가 고급 패션과 과시 소비에 대한 야유와 조롱이라고 밝혔다. 버킨백을 신성시하고 가방이 손상되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세태에 경종을 울리려 했다는 의미다. 가격 추가 인상을 노리고 에르메스, 샤넬 등 명품 가방 재테크에 나서는 사람들을 비판하려는 의도도 있다.

버킨백은 영국 가수 겸 배우 제인 버킨(75)에서 유래했다. 1983년 장루이 뒤마 당시 에르메스 최고경영자(CEO)는 비행기 옆자리에 앉은 버킨과 조우했다.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려다 내용물을 모두 쏟은 버킨이 “수납이 잘되는 가방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해 탄생했다. 최소 수천만 원을 호가하며 악어가죽, 다이아몬드 장식 등을 사용한 일부 가방은 수억 원에 이른다. 비싸지만 쉽게 구할 수 없는 가방으로 유명하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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