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쿠팡’ 연대 나선 신세계 - 네이버

황태호 기자

입력 2021-02-10 03:00 수정 2021-02-10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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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이해진 지난달 회동 주목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왼쪽), 이해진 네이버 GIO
‘반(反)쿠팡 연대였다.’

지난달 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찾아간 것은 물류유통업에서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쿠팡에 맞서 ‘공동전선’을 구축하려는 취지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초 신세계 측은 “협업 차원에서 만난 것”으로 선을 그었다. 하지만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쿠팡에 대해 정 부회장 측이 적지 않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5년간 쿠팡은 매년 30∼50%의 폭발적 성장세를 거듭해 올해 매출 15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된다. 유통업계에서는 “한 해 50%씩 성장한다는 것 자체가 상상할 수 없는 성장 속도”라고 평가한다. 쿠팡은 전국 170여 개 물류센터, 자체 배송 시스템, 직매입 유통구조를 갖추고 있다. 음식 배달, 동영상 스트리밍까지 사업을 확장 중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쿠팡은 기존 산업 ‘파괴자’란 호칭을 얻은 아마존에 가장 가까운 기업”이라고 했다. 쿠팡이 올해 상반기(1∼6월) 나스닥에 상장하고 흑자전환을 바탕으로 막대한 투자에 나선다면 국내 유통지형은 또 한 번 요동칠 수 있다.



네이버와 신세계는 현재 온·오프라인 유통의 압도적 1위 기업이긴 하다. 다만 쿠팡과 비교하면 한계가 명확하다. 네이버의 2019년 상품 거래액은 전체적으로 20조 원이 넘지만 정작 매출은 1조897억 원에 그친다. 오픈마켓 판매자가 41만 곳에 이르지만 단순 중개만 하고 있어서다. 만약 주요 업체들이 상품 데이터베이스 공급을 중단하면 ‘속 빈 강정’이 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쿠팡과 이베이코리아가 네이버에 상품 데이터베이스 공급을 중단한 적이 있다”며 “결국 철회했지만 당시 위기감이 상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쇼핑 사업은 검색 플랫폼(2조8031억 원)에 이은 네이버의 주요 수익원이다.

신세계그룹은 전통적 유통 강자지만 정보기술(IT) DNA는 부족하다.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이 안착 중이지만 거래액 기준으로 아직 이커머스 5위권에도 들지 못한다. 내부 위기감은 크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산업에서는 상위 3개사가 아니면 경쟁력이 없는데 코로나로 인해 이커머스로의 전환 속도가 너무 급격했다”며 “지금부터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유통 환경에서 살아남을지 도태될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유통 공룡기업으로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침체기를 겪을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순혈주의가 강한 신세계가 지난해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 출신 강희석 대표를 이마트, SSG닷컴 대표로 영입한 것도 이런 위기감의 발로라는 분석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세계와 네이버가 협력할 수 있는 분야는 다양하다. 네이버쇼핑은 신선식품 부문이 취약한데 신세계를 통해 상품 수급과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다. 실제 네이버는 지난해 취약점으로 꼽혀온 물류망을 강화하기 위해 CJ대한통운과 지분 교환으로 제휴를 맺기도 했다. 신세계는 SSG닷컴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 업계에서는 “SSG닷컴이 네이버쇼핑 안에 입점하는 형태면 얼핏 손해 같지만 그걸 감수할 정도로 트래픽 효과가 있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그래밍, 검색 부문 기술력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예측도 한다.

다른 대형 유통업체 입장에서도 두 업체의 공동 대응책은 초미의 관심사다. 쿠팡은 공식적으로 언급은 피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월마트를 의식하며 끊임없이 오프라인 진출을 모색 중인 아마존처럼 네이버와 신세계의 협업을 의식한 전략을 구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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