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간 분양보증 1034조… “요율인하 등 국민부담 경감 노력”

서영아 기자

입력 2021-02-10 03:00 수정 2021-02-10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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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역할 커진 주택도시보증공사

분양 4년 만에 시공사 측이 공사 중단을 선언한 군산 수페리체 아파트 전경. 분양 계약자들은 주택도시보증공사를 통해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제공
2016년 6월 전북 군산시 개정면에 터를 잡은 수페리체 아파트를 분양받은 A 씨. 당시 2018년 6월 완공 예정으로 모두 492가구가 분양받았다. 하지만 내 집 마련의 꿈에 이르는 길은 험난했다. 시행사 측은 자금 부족을 이유로 공사 기한을 3차례나 연기하더니 입주 예정일을 훌쩍 넘긴 지난해 1월 결국 사업을 포기했다. A 씨 등 계약자들에게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이미 계약금과 중도금을 모두 납입한 상태였는데 그 돈은 어떻게 되는 건지 불안하기만 했다.

이처럼 아파트 분양 계약을 했는데 사업자의 부도나 사업 포기 등으로 분양이 어려워진다면 계약자에게 막대한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을 만나도 보험이 있다면 안심이 되듯 아파트 분양 계약에서 발생한 사고에는 주택분양보증이 존재감을 발휘한다. A 씨 등은 내 집 마련은 못 했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그동안 낸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주택분양보증은 아파트 준공을 책임지거나 분양계약자가 납부한 계약금과 중도금을 환급해주는 보증 업무다. 한국에는 1993년 도입됐으며 공공기관인 HUG가 업무를 전담한다. 30채 이상 공동주택을 선(先)분양하는 경우 주택사업자들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예기치 못한 보증사고가 발생하면 분양계약자는 자신이 납입한 대금을 돌려받는 ‘환급 이행’이나 HUG가 사고 사업장의 준공과 입주까지를 책임져주는 ‘분양 이행’ 중 한쪽을 선택할 수 있다. 군산 수페리체 아파트 계약자들은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받는 환급 이행을 택했다. A 씨는 “HUG 덕분에 원활하게 돈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HUG 측에 따르면 공사는 설립 이래 27년간 608만 채에 대해 1034조 원 규모의 주택분양을 보증했다. 이 중 보증 사고가 난 사업장 33만 채에 대해 공사 비용과 분양대금 환급 등으로 4조2684억 원을 지출했다. 이는 HUG가 벌어들인 분양보증료 수입 5조7193억 원의 75%에 해당한다.

분양 보증은 건설회사가 연쇄 도산하는 경제위기 때에 힘을 더욱 발휘한다. 가령 1997∼2000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2008∼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사용된 보증이행 금액은 각각 3036억 원과 2조3639억 원으로 지금까지 사용한 금액의 63%에 이른다. HUG 관계자는 “주택분양 보증이 경기 침체기에 주택시장을 안정화하고, 국민 재산권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분양 관련 사고는 한 사업장에서 발생하면 다른 사업장으로 위기가 도미노처럼 확산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나아가 가구에서 차지하는 부동산 자산 비중이 72%(2020년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때 제대로 된 분양보증의 중요성은 말할 나위가 없다.

HUG는 2020년 말 현재 6조7546억 원의 자금을 확보해 만일의 위기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장기화하는 코로나19 상황이 서민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고 판단해 주요 보증료율을 내리고 개인채무자 지연배상금을 40∼60% 감면해 주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39만 가구가 1645억 원의 보증료를 할인받고 개인채무자 1241명이 14억 원의 지연배상금 감면 혜택을 받았다. 이 조치는 올 6월 말까지 연장된다. HUG 관계자는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정책에 따라 주택시장과 서민 경제 보호를 위한 HUG의 공적 역할도 확대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주택업계와 협력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아 기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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