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타워 농성 근로자에 “전원 마포빌딩서 고용 유지” 제안

홍석호기자

입력 2021-02-09 19:10 수정 2021-02-09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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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건강 허락하면 만 65세 넘어도 고용”
노측 “트윈타워 근무만 수용 가능” 주장하며 제안 거부


공공운수노조 LG트윈타워분회 청소노동자 조합원 등이 9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고용승계 및 조건 없는 복직을 촉구하며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30일 LG의 용역업체 S&I코퍼레이션, S&I코퍼레이션의 용역업체 지수INC가 고용한 이중하청 노동자인 청소노동자들은 청소 품질 저하와 정년이 다했다는 이유로 80여명의 청소노동자를 전원 해고했다. 노동자 측은 해고의 이유가 청소 품질 저하가 아닌 노동조합 설립 및 가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21.2.9/뉴스1

LG 측이 재고용을 요구하며 LG트윈타워에서 농성중인 청소근로자 30명에게 LG마포빌딩 근무를 제안했다. 또 근로자들의 ‘70세’ 정년 요구에 대해 65세가 넘더라도 건강이 허락한다면 고용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9일 LG그룹의 빌딩 관리 계열사 S&I코퍼레이션(S&I)과 건물 미화 업체 지수INC(지수)는 이날 고용노동부 남부지청의 중재로 열린 두 번째 조정회의에서 농성 근로자들에게 이 같은 제안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날 조정회의에는 사측과 농성 중인 청소근로자, 이들이 소속돼 있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앞서 S&I가 청소 용역업체를 지수에서 백상기업으로 바꾸면서 일자리를 잃은 청소근로자 30명은 ‘70세 정년’과 ‘트윈타워 근무’를 요구하며 지난해 12월 16일부터 LG트윈타워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S&I 측은 LG트윈타워 청소는 이미 백상기업과 계약돼 있어 지수 측 근로자를 재고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신 지수와 계약돼 있는 LG마포빌딩 근무를 제안한 것이다. 마포빌딩은 트윈타워에서 약 3㎞ 가량 떨어져 있어 출퇴근 환경에서 큰 차이가 없고, 기존 LG마포빌딩 청소인력 19명을 두고 추가로 고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1인당 청소면적이 줄어드는 등 근무조건이 개선된다는 설명이다. 또 30명이 같은 건물에서 근무할 수 있으므로 노조가 주장하는 ‘노조와해’ 우려도 줄었다는 보고 있다.

또 현재 지수는 만 60세가 정년이지만 건강상태를 고려해 1년 단위 재계약을 만 65세까지 이어가고 있지만 사측은 이번 농성 근로자 측에 만 65세 제한 없이 재계약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는 지난달 5일 첫 조정회의에서 사측이 ‘만 65세 이상 근로자에게 별도 위로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던 것과 비교하면 한발 더 양보한 것이다.

하지만 농성 근로자들은 ‘트윈타워 근무’를 요구하며 사측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노총 관계자는 “LG트윈타워에서 근무를 이어가는 것이 요구 사항이기 때문에 사측의 제안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청소근로자들의 트윈타워 농성은 지난해 말 S&I가 트윈타워 미화를 담당해 온 지수 측에 재계약을 맺을 수 없다고 통보하며 시작됐다. 트윈타워 미화는 LG의 빌딩 관리 계열사 S&I가 건물 미화 업체에게 하청을 주는 방식으로 관리한다. S&I는 올해부터 지수를 대신해 백상기업과 계약을 맺었다. 기존에 지수 소속으로 트윈타워를 청소해 온 근로자 82명 중 10여명은 백상기업 소속으로 옮겼고 일부는 퇴직했다. 나머지 30명이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갔다. 사측은 LG트윈타워의 청소는 S&I가 백상기업과 계약을 맺어 고용한 근로자들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트윈타워 근무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S&I는 재계약을 맺지 않은 것에 대해 “트윈타워 입주 업체 조사 결과 청소 서비스 만족도가 낮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농성근로자와 민노총 측은 “2019년 10월 노조가 생기자 다른 기업과 계약한 것”이라며 재계약 불발이 ‘노조 와해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홍석호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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