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콘텐츠 사용료 내야”…EU, 구글 등에 전재료 부과 추진

파리=김윤종 특파원

입력 2021-02-09 18:49 수정 2021-02-0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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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구글 등 미국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이 언론사로부터 끌어다 쓴 콘텐츠에 전재료(轉載料)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당한 콘텐츠 사용료를 지불하고 IT 공룡의 영향력 또한 제어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세계 최초로 호주가 “IT기업이 언론사 콘텐츠에 적정 대가를 지불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EU까지 가세함에 따라 각국의 빅테크 규제에 주요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8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EU 의회는 최근 구글 페이스북 등 대형 IT 플랫폼이 언론사에게 기사 사용료를 지불하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IT 공룡이 보유한 검색 엔진, 웹사이트, 소셜미디어 등에 특정 언론사의 기사가 노출되면 해당 언론사와 계약을 맺어 전재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법안을 발의한 몰타 출신의 알렉스 살리바 유럽의회 의원은 “시장에서 지배적 위치를 가진 대형 IT 기업은 뉴스 콘텐츠로 상당한 이익을 얻는다. 이에 대한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은 공정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안드루스 안십 의원 또한 “콘텐츠 사용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가세했다.

EU는 지난해 12월부터 IT 기업의 반독점 행위를 규제하는 ‘디지털 시장법’(DSA), ‘디지털 서비스법’(DMA) 초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번 전재료 조항 역시 두 법안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EU가 기사 사용료 지불을 법제화하면 세계 곳곳에서 뉴스 저작권 권리 찾기, 뉴스 사용료 확립 등의 시도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FT는 “4억5000만 명을 보유한 EU 움직임은 뉴스 사용료 지불 시 해당국을 떠나겠다고 위협하는 구글에게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EU는 디지털 법안을 지키지 않을 경우 매출의 10%를 벌금으로 내거나 강제로 기업을 분할하는 조항까지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거대 IT기업이 무작정 버티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EU가 2019년 3월 뉴스 저작권을 강화하자 프랑스 주요 언론사는 구글에 뉴스 사용료를 요구했다. 양측의 법적 공방이 오간 결과 지난해 4월 프랑스 공정거래위원회는 언론사 손을 들어줬다. 그 결과 지난달 21일 구글이 인터넷 검색 결과에 뉴스 콘텐츠를 포함하는 대가를 르몽드, 르피가로 등 6개 매체에 지불하기로 했다.

구글은 최근 슈피겔, 디차이퉁 등 독일 주요 언론에도 뉴스 사용료를 지불하기로 했다. 페이스북도 지난달부터 가디언 등 일부 영국 언론사에 뉴스 사용료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미국 2000여개 언론사가 소속된 언론단체 ‘뉴스미디어얼라이언스’ 역시 지난해 6월 “구글이 뉴스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보고서를 법무부에 제출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또한 최근 기사 전재료 부과 방침에 반발하는 구글을 겨냥해 “구글이 호주 검색시장에서 철수하면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검색엔진 ‘빙’이 대신할 것”이라며 법안 강행 의지를 강조했다. 모리슨 총리는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와 이 문제를 논의했다”며 구글이 호주에서 철수한다 해도 개의치 않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다만 이 법안의 실제 도입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U 내에서도 전재료 부과에 대한 구체적인 산정 기준을 두고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지난달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유럽과의 관계 개선을 중시하고 있다는 점도 유럽에 부담이다. EU가 미 기업을 계속 압박하면 트럼프 행정부 때 못지않게 양측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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