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과 이해진의 만남, 신세계·네이버 ‘反 쿠팡 연대’였다”

황태호기자

입력 2021-02-09 17:15 수정 2021-02-0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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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 쿠팡연대였다.’

지난달 말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만남이 쿠팡에 대한 ‘공동 전선’ 구축이었단 분석이 유통업계에서 지배적이다. 두 회사는 “친분이 있는 수장들끼리의 만남”으로 선을 그었지만 올해 이후 흑자 전환까지 예상되는 쿠팡 발 시장잠식에 대한 위기감이 뚜렷했단 분석이다.

최근 5년간 쿠팡은 매년 30~50%의 폭발적 성장세를 거듭해 올해 매출 15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된다. 유통업계에서는 “한해 50%씩 성장한다는 것 자체가 상상할 수 없는 ‘미친속도’”라 평한다. 쿠팡은 전국 170여 개 물류센터, 자체 배송 시스템, 직매입 유통구조를 갖추고 있다. 음식배달, 동영상 스트리밍까지 사업을 확장중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쿠팡은 기존 산업 ‘파괴자’란 호칭을 얻은 아마존에 가장 가까운 기업”이라고 말했다. 쿠팡이 올해 상반기(1~6월) 나스닥에 상장하고 흑자전환을 바탕으로 막대한 투자에 나선다면 국내 유통지형은 또한번 요동칠 수 있다.

네이버와 신세계는 현재 온·오프라인 유통의 압도적 1위 기업이지만 쿠팡과 비교하면 한계가 명확해진다. 네이버의 2019년 거래액은 20조원이 넘지만 정작 매출은 1조897억 원 이다. 오픈마켓 판매자가 41만 곳에 달해도 단순 중개만 해서다. 만약 주요 업체들이 상품 데이터 베이스공급을 중단하면 ‘속 빈 강정’이 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쿠팡과 이베이코리아가 네이버에 상품 데이터베이스 공급을 중단한 적이 있다”며 “결국 철회했지만 당시 위기감이 상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쇼핑 사업은 검색 플랫폼(2조8031억 원)에 이은 네이버의 주요 수익원이다.

신세계그룹은 전통적 유통강자지만 ‘정보기술(IT) DNA’는 부족하다.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이 안착 중이지만 거래액 기준으로 아직 이커머스 5위권에도 들지 못한다. 내부 위기감은 크다. 한 관계자는 “국내 산업에서는 상위 3개사가 아니면 경쟁력이 없는데 코로나로 인해 이커머스로의 전환속다가 너무 급격했다”며 “지금부터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유통 환경에서 살아남을지 도태될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공룡 롯데의 침체가 남일이 아니다”는 말도 나온다. 온라인 체질변화에 더뎠던 롯데쇼핑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각각 8%, 20% 가량 하락했다. 순혈주의가 강한 신세계가 지난해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 출신 강희석 대표를 이마트, SSG닷컴 대표로 영입한 것도 이런 위기감을 반영한다.

이런 상황에서 두 기업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는 다양하다. 네이버쇼핑은 신선식품 부문이 취약한데 신세계를 통해 상품 수급과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다. 실제 네이버는 지난해 취약점으로 꼽혀온 물류망을 강화하기 위해 CJ대한통운과 지분 교환으로 제휴를 맺기도했다. 신세계는 SSG닷컴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 업계에서는 “SSG닷컴이 네이버쇼핑 안에 입점하는 형태면 얼핏 손해같지만 그걸 감수할 정도로의 트래픽 효과가 있다고 판단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그래밍, 검색 부문 기술력을 지원받을 수 있단 예측도 있다.

쿠팡, 롯데그룹 등 다른 대형 유통업체 입장에서도 두 업체의 공동 대응책은 초미의 관심사다. 쿠팡은 공식적으로 언급은 피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월마트를 의식하며 끊임없이 오프라인 진출을 모색 중인 아마존처럼 네이버와 신세계의 협업을 의식한 전략을 구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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