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청문회’에 대기업 CEO 9명 증인 채택… 재계 “망신주기”

강경석 기자 , 김현수 기자

입력 2021-02-09 03:00 수정 2021-02-09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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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노위 만장일치 의결… 22일 개최
건설 3곳-택배 3곳-제조업 3곳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산업재해 청문회’에 9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부르는 증인 채택안이 8일 여야 합의로 의결됐다. 재계에선 “중대재해처벌법이 아직 시행도 되지 않았는데 CEO를 무더기로 불러 청문회를 하자는 건 지나치다”란 반발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환노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 실시계획서’를 채택하고 증인, 참고인 출석 요구의 건도 함께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채택된 증인은 포스코 최정우 대표이사, 포스코건설 한성희 대표이사, 현대중공업 한영석 대표이사, LG디스플레이 정호영 대표이사, GS건설 우무현 대표이사, 현대건설 이원우 대표이사, CJ대한통운 박근희 대표이사, 롯데글로벌로지스 박찬복 대표이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노트먼 조셉 네이든 대표이사 등 건설, 제조업, 택배 분야 각각 3개씩 모두 9개 회사의 CEO이다. 서광종합개발 이정익 대표이사는 참고인으로 채택됐다.

환노위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애초 12개 기업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여야 협의 과정에서 현대자동차와 현대위아, 한진택배, 대우건설 등 4개 회사는 제외됐다. 그 대신 최근 근로자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현대중공업이 새로 증인 명단에 포함됐다. 환노위는 2019년부터 사망 사고가 다수 발생한 기업들을 위주로 증인 대상 기업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노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사망 사고는 없었지만 지난달 경기 파주시 공장에서 유해화학물질로 부상자 6명이 발생한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산업재해 예방 모범 기업이라는 이유로 서광종합개발 대표이사를 참고인으로 채택하자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를 놓고 재계에선 “중대재해처벌법이 내년 1월 27일부터 시행될 예정인데 벌써부터 국회에서 기업 CEO를 불러 청문회를 개최하는 건 선거를 앞둔 보여주기용 아니냐”란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에 부담을 주는 청문회 개최가 의결된 것에 대해 경영계는 유감스러운 입장을 밝힌다”며 “책임 추궁보다 사고 예방을 위해 상호 협의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 기업 관계자도 “재해 예방이 목적이라면 해당 임원 등 실무자급에서 논의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사고가 발생한 기업 위주로 청문회에 출석하게 한 만큼 사실관계가 확인되기 전 공개적인 망신 주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산업재해 청문회가 ‘기업 옥죄기’로 비칠 수 있어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재해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기업 대표이사급을 무작정 증인으로 출석시키는 건 자제하는 게 좋겠다는 얘기가 오가기도 했다”면서 “환노위 차원에서 추진하는 청문회”라며 거리를 두기도 했다.

산재 청문회와 증인 채택을 주도하고 있는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중대재해를 줄이겠다고 중대재해법까지 만들었지만 실제 사고는 더 늘어나고 있다”며 “재해 예방 차원에서 기업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실무자가 아닌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채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문회는 22일 오전 10시부터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다.

강경석 coolup@donga.com·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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