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풀린 공연장 거리두기… 초록마녀와 돈키호테 만.난.다

김기윤 기자

입력 2021-02-09 03:00 수정 2021-02-09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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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 가동률 50% 허용에 뮤지컬 기지개
‘위키드’ ‘맨오브라만차’ 등 잇단 개막에도 손익분기점 넘기 쉽지 않아 공연계 고심


뮤지컬 ‘위키드’의 초록 마녀 엘파바로 출연하는 배우 옥주현. 클립서비스 에이콤 제공
설 연휴를 앞두고 대형 뮤지컬들이 조심스레 기지개를 켜며 잇따라 무대에 오르고 있다. 방역당국이 공연장의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을 완화함에 따라 객석 가동률이 30%에서 50%까지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공연업계는 “고사 직전 가까스로 동력을 얻었다”는 반응이지만 여전히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는 수준. 티켓 수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암표상까지 활개를 쳐 공연계의 고심이 이어지고 있다.

2일 개막한 뮤지컬 ‘명성황후’의 25주년 기념 공연 장면. 클립서비스 에이콤 제공
최근 다수의 뮤지컬 제작사들이 방역당국 발표 이후 공연 재개를 결정했다. 뮤지컬 ‘명성황후’ 제작사 에이콤은 2일 작품을 개막한 데 이어 폐막일을 다음 달 7일로 늦추고 공연을 열흘간 연장하기로 했다. 앞서 세 차례나 개막일을 미뤄 공연 횟수는 크게 줄었다. 방역지침이 완화된 이후 공연 회차를 한 회라도 더 늘리려는 고육책이다. 윤홍선 에이콤 대표는 “죽을 뻔하다가 심폐소생술을 받았다. 적자가 예상되지만 관객과의 약속을 위해 공연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서 돈키호테 역을 맡은 배우 조승우. 오디컴퍼니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개막을 미루다 2일이 돼서야 관객과 처음 만났다. 배우 조승우를 비롯해 류정한, 홍광호 등 티켓 파워를 가진 스타들이 무대에 오르며 공연계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뮤지컬 ‘위키드’는 당초 16일 개막이 예정돼 있었지만 설 연휴인 12∼14일 사흘간 5회 공연을 추가했다. 사실상 공연 개막일을 앞당긴 것이다. 다음 달 초까지 티켓이 전석 매진되는 등 그간 억눌렸던 관객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이지혜와 신성록. 오디컴퍼니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캣츠’ 40주년 앙코르 기념공연도 26일에서 28일로 폐막일을 늦췄으며,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역시 2일 다시 개막한 데 이어 폐막일을 다음 달 7일에서 28일로 미뤘다. 지난해 10월 개막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단과 재개를 숱하게 반복한 ‘고스트’를 비롯해 ‘호프’ ‘젠틀맨스 가이드’도 공연을 재개했다.

거리 두기 완화로 제작사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대극장 손익분기점이 객석 가동률 70% 수준인 걸 감안하면 여전히 수익 실현은 쉽지 않다. 통상 객석 50%를 채웠을 때 제작비에 맞춰 적자를 겨우 면하는 수준으로 본다. 정부는 현재 ‘동반자 외 두 칸 띄어 앉기’ 혹은 ‘모든 객석 한 칸씩 띄어 앉기’ 중 하나를 택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예매 시스템의 혼선과 공연장에서 동반자를 확인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에 사실상 모든 공연장이 ‘한 칸 띄어 앉기’를 유지하는 상황이다. 객석 가동률도 당분간 50%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고질적 병폐로 꼽혀온 암표도 넘어야 할 산이다. 공연 티켓 수량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티켓 오픈 주기는 짧아졌다. 예매 취소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암표상이 그 틈을 파고들었다. 한 공연 제작사 관계자는 “코로나 시국에 어렵게 발걸음 하는 실수요 관람객과 제작진 모두에게 암표는 악순환”이라고 토로했다.

‘위키드’ ‘맨 오브 라만차’의 제작사는 “사전 통보 없이 불법 거래 티켓을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최근 뮤지컬 ‘위키드’의 VIP석 가격(15만 원)은 3배까지 급등했다. ‘맨 오브 라만차’도 VIP석 가격(14만 원)이 2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위키드’ 출연을 앞둔 옥주현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작품을 사랑하는 분들만 함께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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