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發 ‘2월 한파’에 떨고있는 금융그룹

김형민 기자

입력 2021-02-09 03:00 수정 2021-02-09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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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사모펀드 사태 책임 물어 금융CEO에 잇달아 중징계 통보
확정땐 연임도 재취업도 금지돼
금융위도 “CEO 힘 줄이고 책임강화”… 지배구조법 개정안 관철시키기로
“당국은 책임 안지고 징계 남발” 지적




금융감독원이 사모펀드 부실 판매의 책임을 물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연임이 불가능한 중징계를 무더기로 통보하면서 금융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징계의 법적 근거가 모호할 뿐 아니라 감독당국은 책임을 지지 않고 징계권만 남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다 금융위원회도 금융그룹 CEO의 책임을 강화하고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금융업계 전체가 바짝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다. 징계에 불복한 CEO들의 소송전이 이어지면서 향후 주요 금융그룹의 지배구조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 CEO 중징계에 줄소송 잇따를 듯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한 금감원의 제재가 이르면 다음 달 초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라임 펀드와 옵티머스 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우리은행 신한은행 NH투자증권 등 주요 금융사 CEO에겐 중징계가 사전 통보됐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직무정지 상당’,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경징계에 해당하는 ‘주의적 경고’를 통보받았다.

해당 징계는 25일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와 향후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등을 거쳐 확정된다. 중징계가 확정되면 손 회장과 진 행장은 연임을 할 수 없고 3, 4년간 금융권 재취업도 금지된다. 조 회장도 중징계는 아니지만 앞으로 경징계를 한 번 더 받으면 중징계로 상향돼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금감원은 현행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내부 통제와 관련된 규정이 있는 만큼 사모펀드 판매와 관련해 CEO들에게 관리 소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금융사들은 해당 규정이 선언적 문구여서 제재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사들은 제재가 과하다고 반발하면서 감형이나 무효를 위한 소송전으로 대응할 예정이다. 지난해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 판매로 중징계를 받은 뒤 행정소송을 제기해 연임에 성공한 손 회장은 이번에도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차기 신한금융지주 회장 후보군으로 꼽히는 진 행장도 회장직 도전을 위해 행정소송을 진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 “금융사 CEO 권한·책임도 손보겠다”

이 같은 논란에 금융위는 내부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 CEO를 징계할 수 있는 근거를 담아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금융사 CEO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책임을 강화하는 게 특징이다. CEO가 연임을 위해 임원추천위원회를 본인에게 유리하도록 구성하는 이른바 ‘셀프 연임’을 제한하는 것을 비롯해 사외이사, 감사위원 추천 과정에서 CEO의 참여도 금지한다.

개정안은 지난해 국무회의를 통과했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금융위는 연내 국회 통과를 관철시킬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주 회장이 권한을 독식하는 금융사 지배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이사회나 주주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도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CEO에게 포괄적 책임을 묻는 것 못지않게 금융감독 체계도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징계 근거가 부실한 상황에서 CEO들에게 줄줄이 중징계를 내리는 건 무리한 판단으로 보인다”며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당국의 감독 부실은 어떻게 물을 것인지도 중요하다”고 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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