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턴 존 “英 브렉시트가 신흥 뮤지션-음악산업 다 망쳐놨다”

임보미기자

입력 2021-02-08 15:47 수정 2021-02-0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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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으로 투어공연이 잠정 중단되기 전이던 2019년 6월 스위스 몽트뢰에서 투어 공연에서 열창 중인 엘턴 존의 모습.

엘턴 존이 영국 정부의 브렉시트가 신흥 뮤지션들과 음악 산업을 다 망쳐놨다며 재협상을 촉구했다.

존은 7일(현지 시간) 가디언에 기고한 ‘나는 60년대에 유럽 투어로 많은 것을 배웠다. 젊은 아티스트들도 같은 기회가 필요하다’라는 글에서 “브렉시트 협상 담당자들은 뮤지션을 신경 쓰지 않았거나 이들에 대해 아예 생각하지 않았거나, 혹은 충분히 준비를 못 한 것이다. 그들이 다 망쳐놨으니 수습 역시 정부에 달려있다. 정부는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우리는 완전 터무니없는 상황에 있다. 음악은 영국의 가장 위대한 문화 수출품 중 하나다. 다른 산업은 포함된 가운데 58억 파운드짜리 산업이 브렉시트 무역 협상에서 배제된 것”이라며 “뮤지션들이 무비자로 유럽 전역에서 공연을 할 수 있도록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국회 청원 홈페이지에는 ‘투어 아티스트 및 관련 인력의 유럽 무비자 허용 청원’에 28만 명 이상이 서명한 상태다. 안건인 10만 명 이상의 서명을 얻으면 의회는 해당 건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게 된다. 이에 따라 캐롤라인 디네나게 문화부 장관은 8일(현지 시간) 국회에서 해당 청원에 대한 토론을 주재하게 됐다.

현재 영국 뮤지션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유럽 투어를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상황이 나아진다고 해도 유럽 각국에서 공연할 때마다 개별 국가의 규정에 따른 비자나 노동허가 등을 각각 따로 받아야 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8일자 1면에 ‘나는 살아남을 것이다. 하지만 브렉시트는 새 음악을 죽이고 있다’는 엘턴 존의 기고이 안내된 모습.

엘턴 존 기고 전문


○ 나는 60년대에 유럽 투어로 많은 것을 배웠다. 젊은 아티스트들도 같은 기회가 필요하다

1966년, 난 함부르크에 갔다. 나는 블루솔로지의 키보드를 맡고 있었고 우리는 비틀즈의 초기 활동으로 유명한 탑텐클럽의 전속이었다. 그건 정말 힘든 경험이었다. 레퍼반(함부르크의 거리)의 사창가, 섹스쇼에서 우리를 보러 온 게 아닌 관객 앞에서 매일 밤 다섯 시간씩 공연을 했다. 그래도 좋았다. 워낙 연주를 많이해서 밴드 실력이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이때 연주는 몇 년 뒤 내 유럽 솔로 데뷔 무대보다 나았다. 한 희한한 사람이 나를 세르지오 멘데스의 파리 공연 오프닝 무대에 넣어놨다. 보사노바의 밤을 생각했다가 ‘유어 송(Your Song)’ 따위의 노래로 방해를 받아 화가 난 한 관객은 들고 있던 핫도그를 나에게 던졌다. 물론 유일한 방법은 일어서는 것뿐이었다. 난 유럽투어를 계속했고 점차 놀랍게도 열성적인 내 관객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건 다 옛날 얘기다. 내가 지금 밴드 키보드연주자이거나 막 시작한 솔로 아티스트라면 함부르크에 갈 수도, 파리에서 누군가 내게 핫도그를 던질 수도 없을 것이다. 브렉시트때문에 이제 유럽에서 공연을 하려는 영국 아티스트는 유럽 각국을 갈 때마다 비자, 노동 허가, 장비 까르네를 각각 따로 받아야 한다. 이건 유럽 투어 공연 비용을 엄청나게 올린 ‘행정적 악몽’이다.

물론 이러한 것들이 내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없다. 나는 운 좋게 큰 공연장에서 공연할 수 있고 나를 받쳐주는 대형 기관도 있다. 투어로 이 모든 비용을 감당할 수 있고 온갖 행정 업무를 나 대신 해줄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어떻게보면 나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미 수십 년 투어공연을 하면서 앨범 수백만 장을 판 아티스트들만 제대로 된 투어를 할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난 늘 새로운 음악에 열정적이었다. 함부르크 투어 중에도 남는 시간의 거의 대부분은 레코드샵에서 보냈다. 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일주일에 몇 시간 씩 신규앨범 발간 일정을 확인하고, 새 앨범을 사고 스트리밍 서비스로 신곡을 듣는다. 성공한 아티스트로서 내 존재의 이유 중 하나는 젊은 아티스트들의 성장을 돕고 그들 편에 서는 것이다. 난 매우 특권적 위치에 있고 이걸 이제 막 시작하려는 이들을 돕는 데 써야 옳다고 생각한다. 이건 단순한 자선행동이 아니다. 내가 음악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새로운 아티스트들이 라이브 무대에서 전달하는 에너지와 날 것의 흥분이다. 이런 무대는 매우 영감을 주고 대개 젊은 아티스트들에게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것이기도 하다.

신인 아티스트들에게 유럽투어는 매우 중요하다. 자신의 나라가 아닌 다른 문화의, 다른 언어를 쓰는 관중들에게 음악을 전달하는 것은 더 나은 뮤지션이 되게 해준다. 내가 그걸 60년대에 배웠듯, 젊은 뮤지션들은 수개월간 연습실에서 고통스럽게 자신의 기술을 연마할 수도 있지만 익숙하지 않은 관중을 30분의 무대에서 내 편으로 만드는 라이브 공연이 가르쳐주는 것만큼은 배울 수 없다. 인간과 시각적 교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유럽 투어는 다른 영향들을 받아들이게 하고, 다른 관중을 이해하게 하며 다른 뮤지션들을 만나게 해준다. 또 자기 자신의 예술에 대해서도 더 잘 이해하게 해준다. 더 잘 연주하게 될 뿐 아니라 작사도, 작곡도 더 나아지게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 동안 우리는 전 세계 청중에게 음악을 전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보고 있다. 아티스트들은 소셜미디어 라이브스트림을 사용하기도 하고 온라인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이런 형식은 놀랍도록 창의적이었다. 하지만 어떠한 것도 공연의 경험을 비슷하게 따라하는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고 아티스트들에게도 투어가 주는 느낌을 주지 못했다.

지금의 우리가 처한 현실은 말이 안 된다. 음악은 영국의 가장 대표적 문화 수출품이다. 음악은 2019년 영국 경제에 58억 파운드 가량을 기여했다. 하지만 다른 산업과 달리 음악 산업은 브렉시트 무역 협상에서 배제됐다. 몇몇 직업군 종사자들은 여전히 비자 없이 자유로운 여행이 가능하지만 뮤지션들은 그렇지 않다. 브렉시트 협상 담당자들은 뮤지션을 신경쓰지 않았거나, 이들에 대해 아예 생각하지 않았거나, 혹은 충분히 준비를 못 한 것이다. 그들이 다 망쳐놨으니 수습 역시 정부에 달려있다. 정부는 재협상을 해야 한다.

물론 이동의 자유에 관한 재협상은 복잡한 일이고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만약 방금 막 1집 앨범을 냈다면 투어가 시작될 때까지 2~3년을 마냥 기다릴 수 없다. 에너지가 타오를 때 이를 잡아야 한다. 무대에 올라 연주하고 가능한 한 많은, 여러 관중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지금 뮤지션들에게 필요한 건 빠른 수정이다. 우리는 지원 조직을 구성해 자체적으로 일부 기금을 마련해 브렉시트로 인한 투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률적, 회계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아티스트를 도와야 한다. 펜데믹으로 당장의 라이브 음악이 멈춘 상태에서 우리는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의 창을 새로운 지원 기구를 조직하는 데 써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건 엘턴 존의 이야기가 아니라 새로운 아티스트들이 재능을 키우고 관중을 늘려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슈퍼스타가 필요하다. 특히 한 시대의 슈퍼스타-내 세대-가 늙어가고, 은퇴하고, 세상을 뜨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단순한 대중음악 그 이상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포크 싱어, 재즈 연주가, 클래식 연주자, 오케스트라, 오페라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또 인디밴드, 실험적 예술가들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당신이 취향이 더 세련됐거나 더 특이하거나 혹은 더 실험적이라서 내가 이제껏 녹음한 모든 음악을 혐오한다면, 그래서 파리에서 나한테 핫도그를 던졌던 그 사람이 옳다고 생각하더라도, 당신은 뮤지션들이 투어를 할 수 있도록 응원해야 한다. 왜냐하면 브렉시트가 계속해 여러 신인 뮤지션들의 투어를 막는다면 결국 나 같은 주류의 이름 있는 아티스트들만 공연을 계속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를 믿어도 좋다. 나보다 당신이 이를 더 원할 것이다.


임보미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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