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T’ 기술로 홀몸어르신 안전 챙긴다

강승현 기자

입력 2021-02-08 03:00 수정 2021-02-08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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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비대면 돌봄 서비스’ 확대

서울의 한 홀몸노인 가정에서 지역 생활지도사(왼쪽)가 지능형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탑재된 디지털 기기 사용법을 어르신에게 설명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지난해 11월 서울 성동구의 한 주택에서 80대 노인 A 씨가 숙환으로 세상을 떴다. 다른 가족 없이 혼자 생활했기 때문에 하마터면 장시간 방치될 수 있었지만 A 씨의 시신은 사망 12시간 내 수습돼 가족에게 인계됐다.

전날 동네 주민과 이야기를 나누는 등 평소와 다름없이 지낸 A 씨의 갑작스러운 신변 변화가 생활지도사 등 지역 복지기관에 곧바로 전해질 수 있었던 건 다름 아닌 A 씨 집에 설치된 ‘첨단 디지털 기기’ 덕분이었다. 지능형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적용된 기기는 사망 당일 몇 시간째 아무 움직임이 없는 A 씨의 상태를 포착해 기관에 전달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생활지도사가 수차례 연락을 취했고, 끝내 문을 따고 들어가 숨진 A 씨를 발견했다. 성동노인복지회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기상이 늦는 경우가 있지만 이날은 하루 종일 어르신의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아 조치를 취했다”면서 “IoT 기기가 아니었다면 더 오랜 시간 시신이 방치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홀몸노인 등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에 대한 돌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첨단 기술을 활용한 돌봄 시스템이 성과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A 씨와 같이 주거지 내 IoT 기기를 설치한 어르신은 1만 명가량이다. 기기는 사람의 움직임과 집 안 온도, 습도, 조도 등을 체크해 담당 생활지원사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담당기관에선 일정 시간 움직임이 없거나 실내 온도에 이상이 있으면 전화나 직접 방문 등을 통해 이상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4일 찾은 서울 마포구 마포어르신돌봄통합센터 사무실 모니터에는 어르신들의 움직임 여부에 따라 주의, 경보, 위험으로 분류된 현황이 실시간으로 나오고 있었다. 센터 관계자는 “움직임이 없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위험도가 높아진다”면서 “요즘에는 코로나19로 어르신 돌봄이 더 어려워졌는데 비대면으로도 상황 파악이 가능해 발 빠른 대처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긴급 상황에 놓인 어르신을 구조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9월 서울 강북에 사는 80대 B 씨의 움직임이 오전 내내 포착되지 않아 수차례 전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 사실을 전달 받은 가족이 B 씨의 집을 방문했을 때 그는 주방 앞에 쓰러져 있었고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지역 복지관 관계자는 “조금만 조치가 늦었으면 큰일이 날 뻔했다”고 했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사망 조기 발견 등 IoT 기기를 통한 신속 대응 건수는 45건에 이른다. 올해는 2500대를 또 다른 홀몸노인 가정에 추가 공급할 계획이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노인 돌봄 서비스가 각광을 받으면서 말동무가 돼주는 ‘반려로봇’을 도입한 자치구도 있다. 마포구는 지난해 말 인공지능(AI) 기능이 탑재된 인형로봇 400대를 지역 내 홀몸노인 가정에 보급했다. 반려로봇은 간단한 대화를 주고받는 것은 물론 약 복용시간이나 날씨 등도 알려준다. 어르신과 나눈 대화 등을 추후 기관에서 분석해 현재 심리상태를 파악하는 데도 활용한다.

마포구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돌봄이 어려운 상황에서 어르신들에게 말동무가 되는 것은 물론 우울감 등 현재 상태를 파악해 상담을 하는 등 조치하고 있다”면서 “홀몸노인 가구가 늘고 있는 만큼 관련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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