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에 모인다면… 시간차 방문, 자주 환기를

강은지 기자

입력 2021-02-08 03:00 수정 2021-02-1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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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쓰는 우리 예절 2021 新禮記]
<下> 건강한 설 위한 ‘방역 예법’


인천에 사는 김지원 씨(46·여)는 이번 설에 잠시 ‘이산가족’이 되기로 했다. 삼형제 중 맏이인 남편은 큰딸과 서울 시댁에 가고, 두 자매 중 맏이인 김 씨는 둘째딸과 부산 친정에 간다. 김 씨는 “4인 이하 거리 두기를 지키면서 부모님을 찾아뵈려 한다”면서 “만약 올해 추석에도 이런 상황이라면 나는 시댁에, 남편은 친정으로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강원 강릉 부모님댁에 갈 계획인 임모 씨(42)는 아침저녁으로 체온을 재며 자가진단을 하고 있다. 고향집을 수리할 곳이 많아서 가족 대표로 혼자 다녀오기로 했지만, 혹시 열이나 호흡기 증세가 있으면 바로 기차표를 취소할 생각이다.

이번 설은 가족 모임을 참는 게 좋지만, 일단 만나야 한다면 이들처럼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유난 떤다’고 보여 명절 분위기를 망칠까봐 걱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가족들의 건강보다 중요한 건 없다. 신체 접촉을 줄이고, 환기와 마스크를 철저히 챙기는 ‘방역 예법’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의 신예기(新禮記)다.

○ 개인위생과 환기는 필수



고향 가는 길은 여러 사람이 함께 이동하는 만큼 마스크와 손소독, 환기 같은 기본 수칙이 특히 중요하다. 자가용으로 이동할 경우 지난 추석과 마찬가지로 고속도로 휴게소 실내에서 취식이 안 되므로 음료와 간식을 미리 준비해 차 안에서 먹는 게 좋다. 대중교통에서는 취식은 물론 대화도 자제해야 한다.

집에 도착해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환기다. 추석에는 춥지 않아 창문을 활짝 열어두던 집들도 설에는 환기를 소홀히 하기 쉽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전을 부치는 등 명절 음식을 하면 집안 내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더 높아져 실내 공기질이 나빠진다”며 환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 코로나19 치명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어르신들을 만날 땐 마스크를 벗으면 안 된다. 고령자들은 겨울철 건강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기온이 낮아 면역력이 떨어지는 데다 혈관이 수축해 고혈압의 위험이 커서다. 게다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날이 추워지면 대기 중에 더 오래 살아남아 우리 몸에 침투할 가능성도 커진다.

5명 이상 모임을 피해 자녀나 친척들이 ‘시간차 방문’을 계획하는 가정도 많다. 이 경우 사람들이 많이 만지는 리모컨과 문 손잡이, 변기 물내림 버튼 등은 방문 전후에 소독제로 깨끗이 닦아야 한다. 소독을 한 뒤에는 환기도 잊으면 안 된다.

○ ‘변통(變通)’의 지혜가 필요

최원석 고려대 의과대학 감염내과 교수는 “이번 설 명절만큼은 함께 음식 먹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하루 평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300∼400명에 이르고, 변이 바이러스의 지역 사회 전파까지 일어난 위중한 상황임을 명심해야 한다는 의미다.

만약 식사를 한다면 개인 접시에 덜어먹는 게 필수다. 개인별로 상을 차리는 독상(獨床)도 좋은 방법이다. 지난해 아버지가 코로나19에 걸렸다 회복한 이후 가족 식사를 아예 독상으로 바꿨다는 강모 씨(33)는 “설에 친척이 오더라도 식사는 하지 않기로 합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친교 모임을 할 때도 독상을 하고, 밥을 먹을 때 소리를 내거나 말하는 것을 삼간 선조들의 예법을 참고할 만하다.

고향에 내려가면 친지 방문과 성묘를 하지 않기란 어렵다. 친지를 만날 때도 인사만 나누고 함께 음식을 먹는 건 피해야 한다. 명절 연휴 동안 봉안시설 방문은 사전 예약제로만 가능하고, 실내 취식은 금지다.

엄격해진 방역 예법이 낯설 수 있지만, 가족들과 새로운 상황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서 방법을 찾아가다 보면 가족의 정을 더 돈독하게 할 수도 있다. 안승준 전 한국학중앙연구원 고문서연구실장은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지금의 상황에 맞는, 이른바 ‘변통(變通)’의 지혜가 필요하다”며 “오래된 관행을 지킬 수 없는 상황에서는 혁신으로 그 정신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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