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떨게 한 ‘성과급 논란’…전문가들 “소통·투명성이 중요”

뉴시스

입력 2021-02-05 15:24 수정 2021-02-05 15:25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SK하이닉스 시작으로 성과급 관련 노사갈등 확산
직원들, 성과급의 형평성·투명성에 대해 주로 지적
"성과급 제도에 대한 명확한 기준으로 동기부여해야"
논란 후 수습에 나서면 비슷한 상황만 반복될 수 있어
"직원들에 대한 기업의 선제적인 소통, 인식 전환 필요"



최근 일부 대기업 사이에서 ‘성과급’ 규모를 놓고 직원들이 거세게 반발해 화제가 됐다. 해당 기업의 직원들은 동종업계 혹은 타부서와 비교해 낮은 성과급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경영진에 직접 반기를 들었다. 성과급 액수 자체가 아니라, 지급 기준에 대한 투명성과 형평성을 갖추라는 게 직원들의 주된 지적이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업 측에서 직원들도 납득할 만한 일정 수준의 기준을 갖추고, 꾸준한 소통으로 갈등을 미리 예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전날 노사협의회를 통해 전 임직원에게 우리사주 매입 권리를 제공키로 하고, 초과이익분배금(PS)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말 임직원에게 연봉의 20% 수준을 성과급으로 지급한다고 공지했는데, 이를 두고 직원들 사이에서는 성과급 규모가 호실적에 비해 박하며 경쟁사 대비 크게 낮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연봉을 전부 반납한다고 밝히고, 이석희 최고경영자(CEO) 사장은 올해는 성과급 예상 수준에 대해 소통하겠다며 직원들 달래기에 나섰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당장의 실질적 조치에 대한 불만이 계속됐다. 이에 결국 우리사주, 복지포인트 지급 등을 통해 이번 갈등은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다.

SK하이닉스의 모회사인 SK텔레콤도 비슷한 논란이 불거졌다. SKT 노조는 최근 박정호 부회장에게 실적 대비 성과급이 줄 것으로 우려된다며 성과급 산정 기준에 대한 투명성을 지적하고, 성과급 체계 전면 개편을 요구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최근 노사협의 과정에서 사측이 기본급의 245%를 성과급으로 제시하자, 같은 그룹사의 사업부문과 비교해 못 미치는 지급률이라며 불만이 터졌다. 삼성전자 또한 매년 사업부별로 다르게 책정되는 PS 규모에 상대적 박탈감이 생긴다는 일각의 목소리가 있었다.

직원들은 불투명한 기준의 성과급 책정은 납득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형평성과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으니 일한만큼 보상받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에 사기저하도 심각하다고 한다.

반면 기업들은 성과급 자체가 노사 협의사항이 아닌데도 직원들의 반발이 커지며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 시점에 인력 이탈까지 걱정할 판이 됐다. 성과급 산정 기준에 대한 완전히 투명한 공개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데, 매년 비슷한 논란이 불거지면 노사화합도 멀어질 수도 있어 고민이 크다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이번과 같은 논란의 재발을 막으려면 어느 정도의 기준 확립을 통한 양측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 교수는 “(성과급 산정) 기준에 대해 전부 공개하자는 것이 아니라 일정 부분의 기준은 갖추고 직원들을 납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의사표시가 명확하고 스스로 원하는 니즈를 파악하고 있는 젊은 층이 곧 주류가 될 텐데, 투명성과 스탠더드에 의거한 경영을 펼쳐나가지 않으면 갈등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서구의 모범 사례를 보면 항상 직원대표 내지 노동조합이 사측과 협의해 성과급에 대한 룰을 세팅한다”며 “그러면 성과급에 대해 노동자들은 예상 가능한 기대를 갖게 되고, 이는 동기부여가 되며 성과급 체계에 대한 지지로 발전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양측의 충분한 공통의 이해와 소통이 없다면, 사측은 돈을 쓰고도 성과급 효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며 “상호 협의를 통한 성과급에 대한 설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비단 성과급 논란뿐 아니라 향후에도 비슷한 갈등을 막으려면, 기업이 선제적인 이해와 소통 노력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처럼 문제가 일어난 후 수습하는 것은 오히려 악순환이 될 수 있단 지적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젊은 층은 공정, 정의에 대해 민감한 세대”라며 “직원들이 실적 대비 낮은 성과급에 의문을 가졌던 데 대해 회사는 선제적으로 설명에 나섰어야 했다. 이번 사례는 소통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논란이 된 후에 급하게 보상을 하는 것은 직원 입장에서는 일종의 ‘학습화’가 돼서 앞으로도 비슷한 문제 제기와 갈등의 악순환으로 흐를 수 있다”며 “회사 측에서는 논란을 예상했다면, 이를 완충하기 위해 먼저 사정을 설명하고 대신 복지를 확대하겠다는 등 선제적인 소통에 나서야 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젊은 층의 인식 변화를 기업이 따라잡지 못하면 다른 기업에서도 비슷한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여전히 수직적 구조인 기업 분위기가 바뀌어야 하고, 직원들을 껴안기 위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기업들의 인식 변화를 당부했다.


[서울=뉴시스]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