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공매도 연장에 외신 “거품 확대·포퓰리즘” 우려 제기

뉴시스

입력 2021-02-05 12:33 수정 2021-02-05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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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공매도 금지조치를 오는 5월초까지로 연장하기로 한 가운데 이 조치가 거품을 키우는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외신들이 지적하고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이 개인 투자자의 압력에 굴복해 위험 회피수단인 공매도를 금지하는 조치를 연장해 기관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 펀드 매니저 등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조치가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도 했다.

통신은 한국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에서 공매도를 가장 오래 금지한 국가로 지목했다. 프랑스 등은 지난해초 공매도를 금지했지만 몇달간 규제를 유지했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도 이달 중 공매도 금지를 해제한다고 했다.

이어 한국이 공매도 금지를 통해 증시를 인위적으로 부양하고 있다는 펀드 매니저와 트레이더의 의견을 소개했다.

롱쇼트(오를 것 같은 주식을 매수하는 롱 전략과 떨어질 것 같은 주식을 공매도하는 숏 전략을 병행하는 전략) 펀드 운용사인 시드니 AMP 캐피털 인베스터스 성장시장 책임자인 네이더 내이미는 “한국 증시기 상승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공매도 금지 연장 조치는 놀랍다”고 했다.

그는 “목표는 미국 (게임스톱)에서 보았던 것처럼 ‘숏스퀴즈(공매도 세력이 예상 못한 주가 상승으로 매도 포지션을 청산하면서 주가 상승을 초래하는 것)’를 피하는 것이겠지만 의도하지 않은 결과는 시장 유동성 급락일 수도 있다”고 했다.

맥쿼리 인베스트먼트 코리아 최고 투자책임자(CIO)인 전경대는 “공매도 금지로 고평가된 주식에 대한 하락 베팅이 지연되고 누적되고 있다”며 “이는 모든 종목에 대해 공매도가 가능해질 경우 한국 증시에 단기 충격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 정치인의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이 장기간 (공매도) 금지를 초래한 것 같다”며 “(규제기관이) 여론에 휘둘리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가치 투자펀드인 체인즈브리지캐피털 소속 펀드매니저인 빈스 로루소는 “공매도 금지가 시장 유동성을 개선하고, 변동성을 감소시킨다는 증거는 많지 않다”며 “공매도 금지는 (정당한) 가치 발견 등을 위한 귀중한 시장도구를 빼앗는 것”이라고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한국을 인도네시아와 함께 공매도를 제한하는 주요 아시아태평양 국가로 지목한 뒤 인도네시아는 공매도를 제한할 것이라고 전했다.

헤지펀드들은 한국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 하루 거래액의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지배적인 세력이 됐다기 때문에 공매도 금지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고 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 1년간 코스피 지수를 48%나 끌어올렸다면서 제약 등을 중심으로 시장에 거품이 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도 했다.

아울러 한국 개인 투자자들이 최근 며칠간 셀트리온 등 공매도 포지션이 높은 종목을 대거 사들였지만 이는 오랫동안 베팅을 하지 못했던 공매도 세력에게 별다른 위험이 되지 못한다고 FT는 지적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FT에 “규제 당국이 공매도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지만 반대 여론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타협한 것”이라며 “공매도가 대형주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헤지펀드나 기관은 만족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오는 3월15일 종료예정인 공매도 금지 조치를 오는 5월2일까지 연장한다고 3일 발표했다. 이후 오는 5월3일부터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 구성종목부터 공매도를 재개하기로 했다.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종목은 국내·외 투자자에게 익숙하고 파생상품시장과 주식시장간 연계거래 등 활용도가 높고, 시총이 크고 유동성이 풍부해 공매도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점 등을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구성종목 외 나머지 종목은 재개·금지의 효과,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해 추후 재개방법 및 시기 등을 별도로 결정하기로 했다. 별도 기한 없이 금지조치가 연장되는 셈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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