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던 네이버 ‘실검’ 사라진다…16년 만에 역사 속으로

김성모 기자

입력 2021-02-04 16:44 수정 2021-02-0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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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판교 네이버 사옥.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가 16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실검’ 서비스는 ‘여론 바로미터’ 역할을 해 왔지만 한편으론 여론 조작, 광고 이용 등으로 수년 간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 네이버는 다양해진 사람들의 관심사를 반영하는 ‘데이터랩’으로 실검을 대체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급상승 검색어)와 모바일 네이버 홈의 ‘검색차트’ 판을 이달 25일 폐지한다고 4일 밝혔다. 2005년 5월 ‘네이버 실시간 검색순위’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한 이는 일정 시간 동안 검색창으로 입력되는 검색어를 분석해 입력 횟수의 증가 비율이 가장 큰 검색어를 순서대로 보여주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서비스다.

실검 서비스는 네이버가 국내 최대 검색 포털사이트로 자리 잡으면서 ‘한국인의 관심사 지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매크로 조작, 광고 이용 같은 문제가 계속 발생하면서 매년 신뢰성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대형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에 특정 검색어를 노출시키는 대행사가 등장했고, 컴퓨터에 악성코드를 심어 검색어 순위를 조작한 일당이 기소되기도 했다. 급상승 검색어 순위에 광고성 문구가 다수를 차지하는 것에 대한 지적도 제기돼 왔다.

네이버는 2018년 10월 15초 단위로 운영되는 실시간 검색어를 1분 단위로 바꾸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랭킹 시스템을 적용하는 등 서비스 개편을 이어왔다. 하지만 여론이 실시간 검색어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논란의 불씨가 쉽게 꺼지지 않았다.

2019년 ‘조국 사태’가 실시간 검색어의 명운을 결정지었다는 분석도 있다.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임명 과정에서 찬반 양측이 네이버 급상승 검색어 순위를 놓고 세력 대결을 벌였는데, 여론이 반으로 나뉘었다. 이 때문에 “실시간 검색어가 국민을 분열시키는 도구가 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사람들의 취향이 다변화되면서 실검이 전체 트렌드를 대변하지 못한다는 주장도 있다. 일부의 목소리가 마치 여론처럼 여겨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2월 다음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이슈검색어’ 서비스를 이미 폐지한 상태다.

네이버는 실검 대신 ‘데이터랩’ 서비스를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데이터랩은 이용자들의 검색어 트렌드와 쇼핑인사이트·카드사용·지역·댓글 등의 빅데이터를 분야별, 성별, 지역별, 연령대별, 기간 등으로 분석한 결과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네이버 측은 “그동안 검색어가 다양화되고 세분화돼 급상승 검색어가 대중의 관심사를 대변한다고 보기 어려워졌다”며 “데이터랩 고도화로 정확한 트렌드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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