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베이조스, 마지막 당부도 “계속 발명하라”

뉴욕=유재동 특파원 , 김민 기자

입력 2021-02-04 03:00 수정 2021-02-04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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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분기 아마존 CEO서 사퇴
27년 전 차고에서 사업 시작
온라인 쇼핑 절대강자로 키워 작년 4분기 매출 1255억 달러
자신도 154건 특허 가진 발명가…후임엔 AWS 이끈 앤디 재시



2일(현지 시간) 아마존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이조스는 올해 3분기(7∼9월) 중 CEO에서 물러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베이조스는 아마존의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할 예정이다. AP 뉴시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57)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1994년 7월 미국 시애틀 인근의 집 차고에서 사업을 시작한 지 약 27년 만이다.

그는 회사의 분기 실적을 발표한 2일(현지 시간)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올해 3분기(7∼9월)에 CEO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새 CEO에는 앤디 재시 아마존웹서비스(AWS) CEO(53)가 임명됐다. 베이조스는 아마존의 이사회 의장직을 맡을 예정이다. 아마존은 그동안 창업자가 CEO인 몇 안 되는 빅테크 기업 중 하나였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등은 모두 창업자 대신 새 CEO가 경영을 맡고 있다.

베이조스는 이날 서한에서 “이 여정은 27년 전, 회사 이름도 없이 오직 하나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면서 “당시 내가 제일 많이 받았던 질문은 ‘인터넷이 뭐니?’였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오늘 우리는 130만 명의 직원을 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이는 바로 우리의 성공이 발명(invention)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리는 정말 미친 일들을 함께했다”고 말했다.

베이조스는 “놀라운 발명이 있으면 몇 년 뒤엔 그 새로운 게 ‘정상’이 된다. 그러면 사람들은 (신기함을 잊고) 하품을 한다”며 “그 하품이야말로 발명가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의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베이조스는 154건의 단독 및 공동 명의 특허를 갖고 있을 정도로 발명에 조예가 깊다. 결국 창의적인 혁신이야말로 아마존이라는 거대 기업을 앞으로 나가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편지 마지막에도 “계속 발명해라. 처음 아이디어가 미친 것처럼 보여도 절망하지 마라. 당신의 호기심을 나침반 삼아서 나가라”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앤디 재시
그는 자신은 은퇴를 하려는 게 아니며 이사회 의장으로서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베이조스가 앞으로 자신이 소유한 워싱턴포스트 운영이나 자선 사업뿐만 아니라 아마존의 장기적 비전 수립 등 핵심적 역할을 여전히 맡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부모의 자금 지원을 받아 자신의 집 차고에서 사업을 시작한 베이조스는 처음에는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했다가 점차 거의 모든 제품으로 배송 영역을 확대했다. 온라인 쇼핑에서 절대적인 입지를 구축한 아마존은 인공지능(AI), 온라인 결제 등 신사업에 진출하고 홀푸드를 인수하며 오프라인 점포도 확장했다. 특히 지난해 팬데믹 국면에서는 온라인 쇼핑 수요가 급증하면서 실적이 빠르게 늘었다. 이날 발표된 아마존의 작년 4분기(10∼12월) 매출은 1255억6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44% 급증했고, 순이익도 72억 달러로 같은 기간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17세에 자신을 임신한 어머니와 쿠바 출신 양아버지 밑에서 어렵게 자란 그가 사업 수완을 발휘해 세계 최고 부호의 자리까지 올랐다는 점에서 이날 갑작스러운 사임 소식은 영예로운 퇴장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다. 약 200조 원의 순자산으로 2017년부터 세계에서 가장 부자였던 그는 올해 초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주가 폭등으로 이 회사 CEO인 일론 머스크에게 1위 자리를 넘겨줬다.

새로 아마존의 CEO를 맡게 될 앤디 재시는 1997년부터 아마존에서 일하며 베이조스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온 인물이다. 하버드대 출신인 그는 2003년부터 AWS를 이끌며 아마존 클라우드 호스팅 서비스의 성장을 이끌었다. 베이조스는 재시에 대해 “그는 우리 회사에서 나와 거의 비슷한 기간을 일해 왔고 매우 뛰어난 리더”라며 “나의 완전한 신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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