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향해 달리는 귀한 몸 김아림 [김종석의 TNT타임]

김종석기자

입력 2021-02-02 15:55 수정 2021-02-0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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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에서 한 달 동안 진한 동계훈련
높아진 위상에 스폰서 계약만 10개


올해 새롭게 LPGA 투어에 뛰어드는 김아림이 지난 주말부터 경남 진해에서 본격적인 동계훈련에 들어갔다. 박준석 작가 제공
‘꿈의 무대’를 향한 새로운 도전도 평소처럼 즐거워보였다. 낯선 길을 앞둔 두려움 보다는 기대감이 컸다.

‘명랑 골퍼’ 김아림(26·SBI저축은행)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진출을 위한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김아림은 지난 주말 경남 진해 용원CC에서 동계훈련 캠프를 시작했다. 3월 3일까지 한 달 가까운 일정으로 김기환 프로와 함께 스윙 점검과 연습라운드를 통한 실전 감각 회복에 주력하는 한편 장기 레이스에 따른 체력 강화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아림은 근력 보강을 위해 전담 트레이너도 동행했다. 이번 훈련에는 이소영, 백규정 등도 합류했다.

진해는 김아림이 평소 훈련하던 경기 용인 지역보다 기온이 5도 이상 높아 그린이 얼어 튀는 일이 없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화하는 데 적당하다고 한다. 김아림은 “최근에 미국투어를 중심으로 일정을 조절하고 훈련하다보니 LPGA투어에 간다는 사실을 더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환 프로는 “오전 9시부터 쇼트게임과 롱게임을 번갈아 훈련한 뒤 오후 3시 30분부터는 9홀 연습라운드를 실시하는 스케줄을 반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는 다른 미국 잔디 적응도 신경 쓰는 부분이다. 코스를 돌면서 다양한 잔디 상태에 맞춘 샷 연습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지난해 12월 US여자오픈 우승 후 트로피를 들어보이고 있는 김아림.
김아림은 지난해 12월 US여자오픈 깜짝 우승을 통해 LPGA 출전 자격을 얻었다. 잠시 망설이긴 했지만 평소 가고 싶던 ‘빅 리그’ 입성의 기회를 움켜쥐었다. 당시 이 대회 마지막 날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공동 선두였다가 3m 버디 퍼팅을 성공시켜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행운과 실력을 겸비한 신데렐라라는 평가를 듣는 김아림은 철저한 준비로 LPGA투어에 연착륙하겠다는 각오다. “모든 처음 해보는 거라 과거 경험에 의한 준비를 할 수는 없다. 디테일보다는 큰 덩어리 또는 기본적인 부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다.”

편안한 일상을 공개한 김아림.
해외에 진출한 운동선수에게 외국어 구사는 경기력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열쇠다. LPGA투어에서 뛰는 한국 선수 사례를 보더라도 조기 유학이나 남다른 노력으로 영어를 잘 하거나, 아님 설사 콩글리시일지언정 당당하게 영어로 자신을 표현하는 선수가 빠른 적응으로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

김아림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는 매니지먼트사인 와우매니지먼트의 도움을 받아 유명 영어강사인 세리나 황에게 매주 최소 1시간씩 1대1 영어 과외를 받고 있다. 또 다양한 방식으로 영어와 친해지려 한다고 한다. 그래도 그는 “LPGA 투어 진출을 결정하고 곧바로 시작했는데 역시 공부는 참 어렵다”며 웃었다.

장타와 정확성의 두 토끼를 노리는 김아림은 아이언 샷의 연습량이 많기로 소문났다. 지난해에는 시즌 도중 클럽 페이스면이 심하게 닳아 교체할 정도였다. 미즈노 제공
필드에서 늘 자신과 호흡하는 클럽의 세팅도 마무리했다. 지난해까지 김아림은 미즈노의 MP-66(4~5번)과 MP-18 SC(6~9번, 피칭웨지), 두 가지 아이언을 섞어서 구성한 콤보 스타일을 활용했다. US여자오픈 우승했을 때도 이런 조합이었다. 두 종류 아이언의 장점만을 뽑아 최적의 성과를 낼 의도였다. 이 대회 4라운드에서 마지막 3홀 연속 버디를 낚았던 김아림은 “아이언 타격감이 좋았고 컨택이 잘 돼 안정적이면서 날카롭게 공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는 새롭게 미즈노 JPX921 투어 프로젝트 X 5.5 아이언을 사용한다. “샤프한 헤드 디자인이 인상적이었다. 탑 솔과 다운 솔의 두께, 헤드 디자인, 임팩트 때 저항, 오프셋 느낌, 헤드 컬러, 리딩엣지의 파고드는 느낌까지 완벽하게 구현된 것 같다. 헤드가 더 잘 빠져나가는 느낌이 상당히 만족스럽다”고 평가했다.

김아림은 지난해 US여자오픈 출전을 앞두고 클럽 점검을 받는 과정에서 클럽 페이스 면이 상당히 닳아 있어 관계자를 놀라게 했다. 엄청난 훈련량을 반영한 것이다. 김기환 프로는 “평소 김아림 프로는 성실의 대명사다. 어떤 때는 너무 몰입을 해서 과부하가 걱정되기도 한다. 좀 쉬면서 하라고 할 정도다”고 말했다.

김아림은 비시즌 동안 10개 후원 업쳬와 계약을 마쳤다. 박인비와 함께 펫푸드 업체 OSP와 조인식을 가진 김아림.
김아림은 연말연시에 따뜻한 스토브리그를 보냈다. 계약서에 사인한 후원업체만도 10개에 이른다. 메인스폰서인 SBI저축은행과 재계약을 했고 미즈노(클럽), 팬텀(의류), 타이틀리스트(공, 신발, 장갑), 보이스캐디, 루디, 스카이72 등과도 계약을 연장했다. OSP(펫푸드), 엘로엘(화장품), 커피스미스(음료)와는 새롭게 후원 계약을 맺었다.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라 불릴 만하다.

김아림이 이처럼 상한가를 친 것은 지난해 US여자오픈에서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쓰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데다 LPGA투어에서도 잘 할 것 같다는 기대심리가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재열 SBS 해설위원은 “폭발적인 장타에 공격적인 모습이 후원업체들이 상당한 상품성을 갖춘 선수로 여기기 충분하다. LPGA투어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플레이 타입이다”고 말했다. 한 골프용품업체 마케팅 팀장은 “김아림으로선 재계약 논의 시점이 공교롭게 US여자오픈 우승과 겹치면서 자신의 가치를 한껏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한마디로 타이밍이 끝내줬다”고 전했다. 와우매니지먼트 이수정 본부장은 “호쾌한 장타에 유니크한 캐릭터, 골프에 대한 사랑과 운동에 대한 진지함이 매력적인 선수”라고 평했다.

김아림은 LPGA투어에서도 얼마든지 통할 만한 장타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듣는다.
김아림 보다 앞서 LPGA투어 대회 비회원 자격 우승으로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 선수는 꽤 많다. 모두가 성공한 건 아니다. 실패하고 국내로 유턴한 경우도 있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드라이버 비거리 1위(259.5야드)에 오른 그는 LPGA투어에서도 얼마든지 통할만한 장타를 지녔다. 명랑소녀라는 별명처럼 늘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췄으며 골프에 대해 연구하며 노력하는 태도 역시 낯선 투어에서 잘 버틸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같은 매니지먼트 회사 소속인 박인비, 유소연, 이정은 등도 김아림에게는 든든한 후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아림은 먼저 LPGA투어 경험을 한 선배들에게 공통적으로 들었다는 조언을 소개했다. “‘와서 쳐보면 안다. 겁먹지 말고 후회하더라도 해보고 후회하는 게 더 괜찮다’라고 하더라고요. 한번 부딪쳐 봐야죠.” 김아림의 목소리가 통통 튀겼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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