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도… 反공매도 세력 결집 나섰다

김자현 기자

입력 2021-02-02 03:00 수정 2021-02-02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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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게임스톱 주주처럼 뭉쳐 대항”… ‘K스트리트베츠’ 만들어 연대 요청
셀트리온 지목에 주가 14.5% 급등
美개미들 다음 타깃으로 ‘銀’ 지목… “인위적 시세조종” 비판 목소리도


공매도를 반대하는 문구가 쓰인 버스가 1일 서울 광화문네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3월 15일 공매도 금지 만료 10일 전인 3월 5일까지 이 ‘공매도 반대’ 홍보 버스를 운행할 계획이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명의 동학개미는 약하지만 우리가 ‘K스트리트베츠(Kstreetbets)’에서 뭉치기만 한다면 공매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미국 비디오게임 유통소매업체 게임스톱에서 촉발된 개미와 기관투자가 간의 ‘공매도 전쟁’이 한국 증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1일 성명을 내고 “공매도에 대항한 게임스톱 주주들의 방식을 따라 국내에서도 반(反)공매도 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공매도 세력에 맞선 미국 개미들의 집결지가 된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주식 토론방(월스트리트베츠)을 본떠 K스트리트베츠도 만들었다.

한투연은 이날 대표적인 공매도 피해 기업으로 바이오기업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를 지목했다. 두 기업은 과거 주가가 오를 때마다 공매도 이슈가 불거지며 하락한 전례가 있다.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의 공매도 잔액은 지난달 27일 현재 각각 2조1464억 원, 3138억 원으로 코스피와 코스닥시장 1위다.

1일 셀트리온 주가는 14.51% 급등한 37만1000원에서 마감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램시마SC’가 캐나다에서 판매 승인을 받았다는 소식이 호재가 됐지만 공매도 움직임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날 개인은 셀트리온을 3000억 원어치 넘게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이 2800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셀트리온의 주가 상승이 예상되자 공매도 물량을 보유한 외국인이 빌린 주식을 갚기 위해 주식을 다시 사들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이치엘비 주가도 7.22% 상승했다.

월스트리트베츠에 참여한 미국 개미들이 게임스톱 등에 이어 다음 매수 대상으로 은을 지목하자 은값도 급등하고 있다. 이들은 토론방에서 “메이저 은행들이 금과 은을 독점하면서 가격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 은 선물가격은 1일 오후 4시 40분 현재 9%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에 상장된 은 관련 상품 가격도 치솟았다. 은 선물 가격을 2배로 따르는 ‘삼성 레버리지 은 선물 ETN’은 20.76% 급등했다.

하지만 개미들이 집단행동을 통해 인위적으로 특정 종목의 가격을 끌어올리는 것이 시세 조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미 증권감독당국도 개인들의 게임스톱 거래를 제한한 온라인 플랫폼 ‘로빈후드’를 비롯해 레딧에 올라온 개인투자자들의 게시글을 조사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 전문가는 “실적과 괴리돼 급등한 주가는 제자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며 “분위기에 휩쓸려 매수에 뛰어들 경우 개인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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