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들의 대화… 제주 바닷속 소리… ‘귀로 듣는’ 전시회
손택균 기자
입력 2021-02-02 03:00 수정 2021-02-02 07:55
홍이현숙 개인전 ‘휭, 추-푸’
인간과 자연의 소통 모색
망망대해의 고래 배 속에서 재회한 피노키오와 제페토 할아버지는 빛이 차단된 그곳에서 무슨 소리를 듣고 있었을까. 3월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리는 홍이현숙 작가(63)의 개인전 ‘휭, 추-푸’는 익숙한 듯 멀고 낯선 존재인 고래의 소리 속에 잠시 파묻혀볼 기회를 제공한다.
커다란 첫 전시실 복판에 얼기설기 얽은 뗏목 하나가 희미한 등불을 밝히고 어둠 위에 떠 있다. 하부를 시소처럼 둥글려놓아 관람객이 걸터앉으면 파도 위 뗏목인 양 기우뚱거린다. 상이한 높낮이로 매달려 주위를 둘러싼 스피커 8대에서 13분 1초간 다양한 고래 소리가 울려나온다.
이 설치작품 ‘여덟 마리 등대’에 쓰인 소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만 해양연구소에서 제공받은 7종과 영국 스코틀랜드 해양과학협회로부터 얻은 1종의 고래 소리를 편집한 것이다. 말미에는 고래들이 대화를 주고받는 느낌이 들도록 구성했다. 진득하게 뗏목 주위를 거닐며 귀기울여보기를 권한다.
영상 자료로 채워진 3번째 전시실로 올라가기 전에 2번째 작품인 ‘각각의 이어도’를 못 보고 지나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좋다. 논 위에서 수영복을 입고 헤엄치듯 움직이는 작가의 모습을 담은 영상 아래로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의 폐쇄회로(CC)TV 영상 2종이 실시간 재생되고 있다. 바닥의 발 모양 그림 위에 서면 작가가 제주도 바다에서 채집한 수면 아래 소리가 재생된다. 대학로에서 이어도의 파도와 갈매기를 바라보며 제주 바닷속 소리를 듣게 해주는 장치다.
전시 제목 중 ‘휭’은 바람 부는 소리를 표현하는 우리말 의태어, ‘추-푸’는 동물이 바람을 맞거나 수면에 부딪는 모습을 표현하는 남미 토착어다. 사회에서 소외된 존재를 예술 작품을 통해 부각시키는 실험적 작품을 선보여 온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인간의 언어에 한정되지 않은 다양한 존재와의 소통 의지를 드러냈다. 미술관 측은 “공멸이냐 공생이냐의 기로에 놓인 감염병 위기 속에 인간과 자연의 새로운 연대 방식에 대한 성찰을 전하는 작품들”이라고 밝혔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인간과 자연의 소통 모색
고래들이 발신하는 다양한 소리의 물결로 관람객의 청각을 감싸는 설치작품 ‘여덟 마리 등대’. 전시는 무료이며 포털사이트에서 사전 예약해야 한다. 아르코미술관 제공
망망대해의 고래 배 속에서 재회한 피노키오와 제페토 할아버지는 빛이 차단된 그곳에서 무슨 소리를 듣고 있었을까. 3월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리는 홍이현숙 작가(63)의 개인전 ‘휭, 추-푸’는 익숙한 듯 멀고 낯선 존재인 고래의 소리 속에 잠시 파묻혀볼 기회를 제공한다.
커다란 첫 전시실 복판에 얼기설기 얽은 뗏목 하나가 희미한 등불을 밝히고 어둠 위에 떠 있다. 하부를 시소처럼 둥글려놓아 관람객이 걸터앉으면 파도 위 뗏목인 양 기우뚱거린다. 상이한 높낮이로 매달려 주위를 둘러싼 스피커 8대에서 13분 1초간 다양한 고래 소리가 울려나온다.
이 설치작품 ‘여덟 마리 등대’에 쓰인 소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만 해양연구소에서 제공받은 7종과 영국 스코틀랜드 해양과학협회로부터 얻은 1종의 고래 소리를 편집한 것이다. 말미에는 고래들이 대화를 주고받는 느낌이 들도록 구성했다. 진득하게 뗏목 주위를 거닐며 귀기울여보기를 권한다.
영상 자료로 채워진 3번째 전시실로 올라가기 전에 2번째 작품인 ‘각각의 이어도’를 못 보고 지나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좋다. 논 위에서 수영복을 입고 헤엄치듯 움직이는 작가의 모습을 담은 영상 아래로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의 폐쇄회로(CC)TV 영상 2종이 실시간 재생되고 있다. 바닥의 발 모양 그림 위에 서면 작가가 제주도 바다에서 채집한 수면 아래 소리가 재생된다. 대학로에서 이어도의 파도와 갈매기를 바라보며 제주 바닷속 소리를 듣게 해주는 장치다.
전시 제목 중 ‘휭’은 바람 부는 소리를 표현하는 우리말 의태어, ‘추-푸’는 동물이 바람을 맞거나 수면에 부딪는 모습을 표현하는 남미 토착어다. 사회에서 소외된 존재를 예술 작품을 통해 부각시키는 실험적 작품을 선보여 온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인간의 언어에 한정되지 않은 다양한 존재와의 소통 의지를 드러냈다. 미술관 측은 “공멸이냐 공생이냐의 기로에 놓인 감염병 위기 속에 인간과 자연의 새로운 연대 방식에 대한 성찰을 전하는 작품들”이라고 밝혔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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