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선교 전단지 아닌 방역통 메고 나서야 할 때”

인천=김갑식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1-02-01 03:00:00 수정 2021-02-01 03:4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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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35개 작은 교회들 모여
마을회관 등 동네 방역 봉사
일부 선교단체 관련 코로나 확산엔
“교회의 역할은 이웃 안전 지키기”


작은 교회들이 ‘우리마을지킴이 연합방역단’을 조직해 방역품앗이에 나섰다. 왼쪽부터 인천 좋은교회 송영수, 경기 고양시 예수사랑교회 손인식, 충남 청양군 새에덴교회 윤재천, 작은교회살리기연합 대표이자 방역단장을 맡은 이창호 목사. 인천=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지금은 교회가 선교 전단지가 아니라 방역기를 들고 나서야 할 때입니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신자와 지역 주민을 섬겨야 합니다.”

지난달 28일 인천의 한 교회에서 만난 작은교회살리기연합 대표이자 ‘우리마을지킴이 연합방역단’(이하 연합방역단) 단장을 맡은 이창호 목사의 말이다.

최근 출범한 연합방역단에는 서울 경기 인천 충청 등지에서 35곳의 교회가 참여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이후 자체적으로 방역활동에 힘써온 교회들이다. 무엇보다 출석 신자 100명이 안 되는, 이른바 ‘작은 교회’들이 힘을 모았다는 의미가 있다. 이들은 방역당국의 힘이 못 미치는 지역의 일상적 방역과 다른 지역 교회를 위한 ‘방역 품앗이’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이날 만난 목회자들은 일부 교회와 선교회, 센터 등의 이름을 쓴 단체들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에 대해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며 “코로나19 확산을 막아 신자들과 이웃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예수님을 섬기는 올바른 자세”라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 예수사랑교회 손인식 목사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교회에 대한 시선이 차가워진 것을 체감했지만 숨어있을 수만은 없었다”며 “교회는 자신들만의 고집이 아니라 이웃과 사회가 원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팬데믹은 작은 교회들의 어려움을 배가시키고 있다. 인천 좋은교회 송영수 목사는 “이전에도 출석 신자가 많지는 않았지만 코로나19 이후 10여 명으로 줄었다”며 “어려움이 많지만 방역과 봉사 활동을 통해 ‘동네의 좋은 교회’로 자리 잡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충남 청양군 새에덴교회는 코로나19 방역에 적극적으로 나서 교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바꾸었다. 이곳은 교회뿐 아니라 지역의 경로당과 마을회관 등 공동시설에 대한 방역에도 힘써 도지사의 감사패를 받았다. 윤재천 목사는 “코로나19로 상황이 어려운데 ‘교회 때문에 더 힘들다’는 말이 들려 힘들었다”며 “방역 활동을 꾸준하게 하니 이제 방역통을 메고 다니면 반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요즘 거의 헌금이 없다는 작은 교회들의 입장에서 방역에 들어가는 비용은 큰 부담이다. 경기 포천시 한마음교회 임병만 목사는 “지난해 방역 활동을 하면서 3000만∼4000만 원이 들었다”며 “어려울 때마다 신자와 후원자들이 돕고, 하나님이 길을 보여주시더라”고 말했다. 인천 큰기쁨교회는 홀몸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을 대상으로 반찬과 생필품 등을 전달해왔다. 이곳 최종철 목사는 “거동이 불편하고 혼자 있는 어르신들을 찾아 안부를 묻고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며 “경제적 어려움이 많지만 좋은 뜻에는 좋은 방법이 나온다”고 했다.

코로나19를 극복하면서 이후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게 연합방역단에 참여한 교회들의 공통된 목소리였다. 새에덴교회 최종천 목사는 “이웃과 지역의 아픔에 공감하는 교회의 모습이 절실하다”며 “그래야 슬픔이 가득한 교회를 희망이 가득한 교회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이창호 목사는 “일부 교회와 단체들의 무모한 행동이 국민들께 많은 실망을 드렸지만 대다수 목회자와 교회들은 묵묵히 자신들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전국 5만여 교회의 70%가 넘는 작은 교회들은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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