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외곽으로”…전세난민 ‘도미노 이주’ 확산

뉴시스

입력 2021-01-30 05:41 수정 2021-01-30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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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수도권→외곽…"원주민 주거불안 가중"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률, 2주 연속 최고 기록
서울·수도권 집값·전셋값 당분간 상승세 계속



“일산의 집값과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파주 쪽으로 넘어오고 있어요.”

지난 26일 경기 파주시 운정신도시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최근에 일산 등 파주 인근에 있는 외지인들의 문의가 많아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파주운정신도시가 교통편이 불편해서 미분양 물량이 적지 않았는데, 지금은 집값과 전셋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며 “인근 지역에서 파주로 이사 오겠다는 실수요 목적의 수요가 늘었다”고 전했다.

사상 최악의 전세난으로 서울에서 전셋집을 구하지 못해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전세 난민이 늘면서 수도권 거주자들이 외곽으로 밀려나는 ‘도미노 이주’ 현상이 현실화하고 있다.

서울 전세난민들이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적고, 교통이 편리한 수도권의 아파트 매매로 눈을 돌리면서 수도권 지역의 집값과 전셋값을 동시에 밀어 올리고 있다. 특히 수도권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이 2주 연속 통계 작성 이래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불안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의 주택 수요 증가로 집값과 전셋값이 상승하는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원주민들이 좀 더 저렴한 외곽지역으로 밀려나는 등 주거 불안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울의 전세난이 장기화하면서 ‘탈서울’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통계청 지난 26일 발표한 ‘2020년 국내 인구이동 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으로 순유입된 인구는 8만800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06년(11만1700명) 이후 14년 만에 최대치다.

서울은 6만4850명이 빠져나가며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순유출 규모를 보였다. 반면 경기도는 16만8000명이 순유입되면서 유입 인구가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전국 228개 시·군·구의 순유입률은 과천시(8.0%)가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김포시(7.8%)와 하남시(7.2%) 등이 뒤를 이었다.

정부의 24번에 달하는 부동산 정책에도 서울의 집값과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기도로 인구가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인구이동자 중 전입 사유로 ‘주택’ 문제를 꼽은 답변이 38.8%로 가장 많았다. 이동자 773만5000명 가운데 300만5000명이 주택 문제로 이사한 것이다.

수도권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은 2주 연속 기록을 경신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월 넷째 주(25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값은 0.33% 올라 지난주 0.31%에 이어 부동산원이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수도권에서는 경기가 지난주 0.42%에서 이번 주 0.46%로 상승폭을 키우며 역대 최고 상승률을 경신했다. 남양주시는 0.96% 상승하며 경기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또 4주간 누적 상승률이 3.08%에 달했다. 고양시도 0.87% 상승해 4주간 누적 상승률이 3.85%로 나타났다.

의왕시(0.91%)와 양주시(0.71%), 의정부시(0.68%), 군포시(0.63%), 용인 기흥구(0.62%), 성남 분당구(0.46%), 안산시(0.45%) 등도 상승세를 지속했다. 인천은 지난주 0.35%로 상승폭이 둔화한 가운데, 송도신도시가 있는 연수구(0.52%)와 검단신도시가 있는 서구(0.40%), 미추홀구(0.37%) 위주로 상승했다.


수도권 아파트의 전셋값 상승세도 여전하다. 수도권은 0.22% 올라 전주와 같은 상승폭을 보였다. 남양주시(0.65%)는 별내신도시 및 다산신도시 신축 위주로, 의정부시(0.62%)는 매매가격과 동반해 낙양·민락동 신축과 신곡동 구축 위주로, 양주시(0.56%)는 양주신도시 인근 위주로, 동두천시(0.53%)는 생연·지행동 구축 위주로 상승했다.

인천은 0.29% 상승했다. 서구(0.37%)는 루원시티 및 검단신도시 인근 위주로, 연수구(0.36%)는 정주여건 양호한 송도국제도시와 인근 옥련·동춘동 위주로, 중구(0.30%)는 영종국제하늘도시 내 운서동 구축과 중산동 신축 위주로 올랐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교통 호재와 3기 신도시가 예정된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과 전셋값이 상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택시장에서는 서울에서 시작된 전세난이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주거 불안이 가중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서울의 급등한 집값·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전세난민들의 탈서울 행렬이 이어지고, 수도권에서도 정부의 잇단 규제로 매수에서 전세로 전환한 수요와 3기 신도시 청약 대기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또 올해 신규 아파트 공급 물량이 줄면서 전세난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13만6336가구로, 올해 입주 물량 18만7991가구보다 5만여 가구 줄어든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지역의 집값·전셋값 불안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의 집값과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수도권 지역으로 이동하는 주택 수요가 늘면서 집값과 전셋값 모두 상승하고 있다”며 “수급불균형에 따른 서울의 전세난이 지금과 같이 계속될 경우 수도권 지역의 집값과 전셋값이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 교수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시세 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고, 3기 신도시 청약을 앞둔 주택 수요자들이 주택 임대 수요로 전환하면서 수도권 집값과 전셋값을 자극하고 있다”며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수도권에서 다시 수도권 외곽지역으로 주거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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