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뉴딜 동참 안하면 세무조사?

김광현 기자

입력 2021-01-28 16:01:00 수정 2021-01-28 18: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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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한국판 뉴딜’에 호응하면 세무조사 면해준다. 반대로 말하면 ‘한국판 뉴딜’에 삐딱한 기업은 세무서로부터 불의의 습격을 당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여당: 시중은행들은 올해 수익이 좋았지만 안 좋을 때를 대비해 주식배당을 줄여 자금을 쌓아두라. 단 코로나 이익공유제에는 적극 참여하라.

IMF: 한국은 공매도 재개할 때가 됐다. 안 그러면 큰 댓가를 치를 것이다. 공매도가 개인투자자들에 불리하게 짜여졌다는 것은 알고 있는데 ‘기울어진 운동장’은 한국 정부가 알아서 해라.


오늘 전해진 3가지 불편한 개입 뉴스와 그에 대한 해석이다.
28일 김대지 국세청장이 2021년 전국 세무관세장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국세청 제공) 2021.01.28© 뉴스1

1. 국세청. 김대지 국세청장 주재로 올해 첫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가 28일 열렸다. 김 청장은 “세금의 부과·징수와 관련된 전통적인 세정의 역할을 넘어, ‘급부행정’의 영역까지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급부’란 뭔가를 준다는 의미다. 국정과제에 충실한 기업들에 대해서는 혜택을 주는 적극적인 세정을 펼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근로장려금 등에 대한 세제혜택과 함께 긴급재난지원금 신속 지급을 위해 각종 자료를 적극적으로 제공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소득주도성장 이후 경제분야 최대의 국정과제로 떠오른 '한국판 뉴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국세청은 이미 설치돼 있는 ‘민생지원소통추진단’에 한국판 뉴딜 분과를 새로 만들고, 전국 세무서에는 ‘한국판 뉴딜 세정지원센터’를 설치해 맞춤형 지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국판 뉴딜 예산을 지원받거나 관련 사업을 직접 수행하는 중소기업들에 대해서는 정기 세무조사를 제외 또는 유예할 방침이다.

국세청이 세금의 색깔을 따져서는 안된다. 정책상 지원이 필요하면 해당 사업에 대해서는 세법을 고쳐 세제 지원을 하는 것이 기본이고, 이는 국세청이 아닌 기획재정부 등 일반 부처와 국회가 할 일이다. 정권의 색채가 뚜렷한 특정 사업에 국세청까지 나서 세무조사를 면제해주는 것은 부적절하고 한편 불안 불편한 개입이다.

국세청 세무조사에는 ‘전가의 보도’ 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해당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기업, 개인에 대해서는 혜택을 주지 않는 반면 정책과 어긋나는 대상에 대해서는 세무조사의 칼을 휘둘러왔다. 권위적 정권은 물론이고 민주화 이후 정부에서도 어김없이 전 정권의 비리를 들춰내고 우호적이었던 기업인, 연예인을 골탕 먹이는데 세무조사가 곧잘 동원되곤 한 것도 사실이다.
‘한국판 뉴딜’의 MB판이라고 할 수 있는 4대강 사업에 적극 참여했다가 정권 교체 이후 많은 기업들이 세무조사를 당하고 곤욕을 치렀다. '한국판 뉴딜'에 적극 참여하는 기업에 세무조사 면제 혜택을 줄 수 있다고 했는데 이 혜택이 추후에 특혜로 해석되지 말란 법이 없다.
© 뉴스1

2. 금융위원회. 엄격히 말하면 금융위와 정치권이다. 금융위는 28일 국내 은행 지주회사 및 은행의 배당률을 순이익의 20% 이내로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자본관리를 하라는 취지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지난해 12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부실을 방지하기 위해 금융 지주의 배당 폭을 15~25%로 제안한 바 있다. 늘 뒷북 감독, 규제라는 말을 들어왔던 금융당국으로서는 지시 감독이 아니라 말 그대로 권고에서 그친다면 바람직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문제는 청와대, 여당이 내는 메시지와 엇갈린다는 점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적극 호응한 코로나 이익공유제는 ‘자발적’이라고 강조했지만 결국 최대의 타깃은 시중은행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대기업들은 그 자발적 기부금으로 인해 정권이 바뀌면서 최고경영자들이 줄줄이 재판정에 서고 감옥까지 가는 사태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 민간에서 이익공유제를 위한 큰 자금이 나올 곳은 사실상 시중은행밖에 없다. 한중 FTA에서 이득을 본 기업이 피해를 본 농어촌을 돕기 위해 마련한 농어촌상생기금 역시 ‘자발적’으로 추진됐지만 73%가 한국전력 등 공기업이 출연했다.

시중은행 경영진에서는 코로나 장기화에 대비해 배당을 줄이고 자본을 쌓아두라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이익공유제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금융당국은 은행에게 배당을 줄이라는 권고를 하고, 집권 여당은 은행에게 이익공유제에 참여하라는 주장을 하게 되면 결국 배당을 줄인 돈을 이익공유제로 내놓으라는 오해를 받기 십상이다.

3. IMF. 안드레아스 바우어 IMF 한국 미션단장은 28일 IMF 연례협의 언론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이후 한국의 시장 안정화가 진행되고 있고, 경제 회복도 되고 있다”며 “공매도 재개가 가능한 시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바우어 단장은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와 관련해 여러 우려가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공매도 금지를 통해 균등의 장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은 효율성 측면에서 굉장히 큰 비용이 수반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큰 비용은 공매도를 주요한 헷지 수단으로 여기는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시장 이탈로 해석되고 있다.

이어 “개인 투자자의 우려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고 규제나 시장 인프라를 보강하는 것을 통해 대응될 수 있다고 본다”며 “정부 당국도 이런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우어 단장의 발언은 원론적 내용이긴 하지만 시점 상 민감한 발언일 수 있다. 국제금융기구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어서다.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비중과 영향력이 급증했고, 공매도 재개에 대한 이들의 불만과 공포감을 이해한다면 좀 더 신중했어야했다.

바우어 단장은 자영업자 지원과 관련해 우리 정부의 재정 지원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기보다 피해를 입은 계층에 집중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도 이해가 될 수 있는 부분이며, 영구적인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바우어 단장의 발언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 IMF가 공식적인 기자회견 자리에서 자영업자 지원 같은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 의견을 내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한국이 IMF 구제금융에서 벗어난 지 언제인데 오지랖 넓은 행동이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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