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인접한 용산정비창, 한국판 ‘허드슨 야드’ 되나

황재성 기자

입력 2021-01-28 12:00:00 수정 2021-01-28 13: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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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준비 중인 ‘특단의 공급 대책’이 조만간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공급 방안의 핵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도심지 고밀 개발사업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동영상이 화제다.

국토부 홈페이지와 유투브 등을 통해 21일부터 공개하고 있는 7분50초 길이의 이 영상물에는 ‘과거 철도역 땅이 뉴욕 핫플이 된 이유’라는 제목이 달려 있다. 또 세계적인 도심지 고밀 개발 성공사례로 손꼽히는 미국 뉴욕 맨해튼의 허드슨 야드와 배터리파크, 프랑스 파리의 리브 고슈, 독일의 슈투트가르트 등 4곳이 소개돼 있다.

사진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이들 지역 모두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철도역이나 항구 등을 활용하고, 민간과 공공이 공동으로 개발을 추진해 프로젝트를 이끌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특히 3곳은 서울의 한강에 해당하는 도시하천(뉴욕의 허드슨강, 파리의 센 강)에 인접해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1만 채 공급 계획을 세운 용산정비창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철도 인프라를 끼고 있는 등 입지여건이 유사한데다, 용적률 등을 조정하면 추가 주택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철도와 강변 활용한 세계적인 도심지 개발 프로젝트들
영상물에서 처음으로 소개된 지역은 미국의 허드슨 야드. 허드슨 강변에 낙후된 철도역사와 주차장, 공터가 있던 곳으로, 뉴욕시가 주도하는 공공개발 방식으로 초고층 빌딩 16개와 주거 업무 학교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2025년까지 총공사비만 무려 28조4000억 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개발 프로젝트로, 민간의 참여가 절실했다. 이에 뉴욕시는 참여기업에 각종 세금을 감면해주고, 공공 기부 시 용적률을 3300%까지 허용하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사진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대신 사업을 통해 발생한 개발이익을 이용해 저소득층이 살 수 있는 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그 결과 주상복합건물인 ‘15 허드슨 야드 타워’는 아파트 391채 가운데 106채를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으로, ‘10 애비뉴’는 598채 중 97채를 임대주택으로 제공할 수 있었다.

두 번째로 소개된 사업은 뉴욕 맨해튼에 있는 배터리 파크 시티. 다른 교통수단이 많아지며 버려졌던 항구를 뉴욕주가 설립한 배터리 파크 시티 개발 공사와 뉴욕시가 힘을 합쳐 재개발한 곳이다.

배터리 파크 시티의 핵심은 저소득층 임대주택을 포함해 1만4000여 채의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업무 기능까지 강화해 세계금융센터를 짓고, 아파트와 상가, 학교가 들어간 빌딩들을 지었다. 또 아름다운 녹지와 수변공원도 조성했다.

국토부는 이익을 중시한 민간 주도 사업이었다면 확보하지 못했을 공공용지를 공공개발을 통해 30%나 확보했으며, 삶의 질을 높인 모범적인 도시 개발 사례라고 설명했다.

세 번째 사업은 독일 슈투트가르트 21 프로젝트. 독일 국영철도기업이 시행 중인 이 사업은 지상에 있는 슈투트가르트 중앙역사를 지하로 넣은 뒤 생긴 지상공간에 공원과 녹지를 만들고 주거, 업무, 상업, 교통시설을 갖춘 복합공간을 조성해 유럽의 교통 허브로 만드는 게 핵심이다.

역사적인 건물과 환경을 훼손한다며 반대하는 여론에 밀려 17년간 지지부진했던 사업은 2011년 국민투표를 통해 과반수가 찬성해 재개됐고, 2024년 완공을 목표로 현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이곳에 들어선 도서관은 한국의 이은영 건축가가 설계공모를 통해 1등을 차지하며 설계한 것으로, CNN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6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네 번째로 소개된 사업은 프랑스의 리브 고슈 프로젝트. 파리의 센 강을 중심으로 육상과 해상을 연결해주는 교통의 요지였던 이곳은 1990년대 후반 파리에서 가장 집값이 싼 슬럼가로 낙후된 지역이었다.

인구 밀집이 심한 데다 서울시의 6분의 1밖에 되지 않는 면적을 가진 파리시는 이 지역 일대에 인공지반으로 덮고, 아래로는 기차가 다니고 위로는 업무·상업공간과 주거공간, 학교, 녹지 등을 조성했다.

민간 회사들의 프로젝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파리개발공사는 건물의 고도제한을 37m에서 최고 137m로 높였다. 그 결과 리브 고슈에는 고층 빌딩과 미테랑도서관 같은 공공시설, 대학, 병원 등이 들어서고, 녹지를 갖춘 주택 5000채가 건설됐다. 파리시는 주택의 절반을 공공임대주택으로 사용했다.

국토부는 이런 해외사례들처럼 서울의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 주거지를 활용해 민간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 개발에 나서게 하고, 개발이익은 주택 공급을 통해 국민 주거를 개선하는 선순환을 이루게 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 같은 고밀개발을 통해 국민 주거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으로 영상물의 끝을 맺었다.


● 용산정비창, 입지여건 비슷하고 추가 공급 여력
용산아이파크몰에서 바라본 용산역 철도 정비창 부지.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국토부는 지난해 ‘8·4 수도권 공급 확대 방안’의 후속조치로 열흘 남짓 뒤인 13일 ‘수도권 127만 채 주택공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철도역이나 도로 등 인프라시설을 활용한 주요 사업지는 △동남권의 수서역세권과 사당역복합환승센터 △서남권의 서남물재생센터와 서부트럭터미널 △서북권의 용산정비창과 서울역북부역세권 △동북권의 수색역세권과 광운역세권과 북부간선도로 입체화, 창동역복합환승센터 등이 있다. 후보지는 1만 채 공급계획을 세운 용산정비창을 제외하곤 대부분 공급물량이 500~2800채 수준에 불과하다. 대규모 개발계획을 추진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반면 용산정비창은 한강과 인접해 있고, 토지용도를 중심상업지역 등으로 바꾼다면 용적률이 크게 늘어날 수 있어 추가 주택공급이 가능하다. 국토부의 홍보영상이 공개되면서 용산정비창이 주목받는 이유다.

면적이 51만㎡에 달하는 용산정비창은 국토부와 코레일이 소유한 국공유지로서 사업 추진에 있어 걸림돌이 상대적으로 적다. 용산정비창에 오래 전부터 국제업무지구를 조성하는 개발계획이 추진돼 왔다는 점도 영상물에 소개된 지역들과 공통점이다.

용산정비창 개발계획은 ‘단군 이래 최대 부동산개발 사업’으로 불리며 2006년 정부의 ‘철도경영 정상화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같은 해 코레일은 용산역세권개발 사업자 공모에 나섰고, 이듬해 서울시와 함께 서부이촌동(이촌 2동)을 포함하는 ‘통합개발안’을 만들었다.
51만㎡에 달하는 용산정비창은 국토부와 코레일이 소유한 국공유지다. 전영한기자 scoopjyh@donga.com

이후 사업 추진을 회사(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를 설립하고 국제 업무시설과 주거시설, 상업시설, 문화시설 등이 들어서는 종합개발계획을 2012년 확정했다. 사업비만 무려 31조 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2008년 터진 금융위기의 여파로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서 사업은 2013년 중단되고 만다. 회사가 자금 부족을 이유로 채무불이행을 선언했고, 최대 주주였던 코레일도 사업청산을 선언한 것이다.

이후 도심 내 대규모 노른자위 땅을 놀릴 수 없다는 지적에 따라 코레일은 2016년 이 프로젝트를 되살리기로 결정했고, 현재 한국개발연구원에 개발 관련 연구 용역을 의뢰해둔 상태다. 코레일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한국개발연구원의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정부는 용산정비창에 대한 구역 지정과 실시계획 인허가 등의 절차를 거쳐 이르면 2023년말부터 아파트 분양에 나설 계획이다. 또 용산정비창과 주변 일대를 지난해 5월 20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 투기 우려를 사전 차단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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