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플랫폼’ 경쟁 선언… ESG 경영은 한목소리

박희창기자

입력 2021-01-28 03:00 수정 2021-01-28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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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Life]금융권 수장 신년사로 살펴본 ‘2021 경영전략’




국내 금융그룹 회장들이 신축년 새해를 맞아 제시한 주요 경영 키워드는 ‘디지털’과 ‘플랫폼’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언택트(비대면) 경제가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정보기술(IT)과 금융의 경계가 무너지며 가속화되는 패러다임 전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와 함께 지속 가능한 성장 토대를 마련하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과 위기 대응 역량도 강조했다. KB·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신년 일성을 통해 밝힌 올해 경영전략을 살펴봤다.


올해 경영 키워드는 플랫폼과 디지털

금융권 수장들은 예외 없이 플랫폼과 디지털을 제시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금융 플랫폼 혁신을 통해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넘버 원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데이터 기반의 고객·상품·채널 혁신을 통해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와 차별화된 종합금융 솔루션을 내놓고, 인공지능(AI) 및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한 개인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디지털 플랫폼’을 제1의 고객 접점으로 꼽았다. 손 회장은 “지금 금융업은 ‘인디(人Di·사람+디지털)’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로 사람과 디지털로 모든 것이 이뤄지는 최첨단 산업”이라며 “AI, 빅데이터 등 혁신 기술을 활용한 전사적 디지털 전환으로 플랫폼을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플랫폼을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고 평가했다. 김 회장은 “우리가 플랫폼 사업자의 상품 공급자로 전락하기 전에 다양한 생활 플랫폼과 제휴해 손님들이 머물고 혜택을 누리는, 하나금융이 주도하는 ‘생활금융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우리는 기업의 생과 사가 결정되는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변곡점에 도달해 있다”며 금융 플랫폼을 최적의 도구라고 강조했다.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 역시 경쟁력 있는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손 회장은 “최근 언택트라는 큰 변화는 디지털금융 시대를 앞당겼다”며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마케팅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금융, 경제, 유통 등의 정보를 결합해 고객 니즈에 부합한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급변하는 환경에 맞춘 실질적인 변화를 강조했다. 조 회장은 “코로나19로 앞당겨진 미래, 신한의 운명도 디지털 전환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며 손자병법의 ‘병형상수(兵形象水)’를 인용했다. ‘군대는 물과 같이 빠르고 유연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메시지다.

금융지주 회장들이 이처럼 본격적인 금융 플랫폼 경쟁을 선언하고 나선 데는 위기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기존 이자 이익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는 데다 네이버, 카카오 같은 빅테크와 핀테크(금융 기술기업)들이 플랫폼을 토대로 금융으로 사업 영역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ESG 경영은 시대의 흐름”

금융지주 회장들은 ESG 경영 강화에 대해서도 한목소리를 냈다. 김정태 회장은 “ESG 이슈는 단순한 요청이나 자율적인 이행 수준을 넘어 글로벌 스탠더드로서 급속도로 제도화되고 있다”며 “ESG 중심 경영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인식하고 국제금융 질서 변화에 부합하는 ESG 전략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윤종규 회장은 ESG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를 약속했다. 윤 회장은 “각 부문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제고하고 친환경 경영 및 사회적 안전망으로서 금융의 역할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리스크 관리 강화 또한 금융권의 숙제다. 손태승 회장은 “지난해 코로나19로 많은 업종이 큰 아픔을 겪었지만 금융권에는 올해 그 후폭풍이 더 크게 불어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잠재 리스크는 사전에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그룹의 투자 자산들도 더욱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용병 회장은 ‘회복 탄력성(Resilience)’을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좌우하는 역량으로 제시하며 “회복 탄력성의 근본적인 바탕은 리스크의 본질과 속도를 누구보다 빨리 알아내고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스크 조기 감지 역량과 상황별 위기대응 방안 실행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손병환 회장은 위기대응 역량을 금융회사의 기본으로 꼽았다. 손 회장은 “위기대응 역량을 충분히 갖출 수 있도록 10년 후를 바라보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지속가능한 경영체계를 구축해 안정적으로 수익성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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