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강사 7곳, 고철값 담합…공정위, 과징금 3001억

뉴시스

입력 2021-01-26 12:07 수정 2021-01-26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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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동국제강·대한제강·YK스틸 등
2010~2018년 8년간 '고철 구매가' 담합
현대 주도…팀장 모임·실무자 정보 교환
"세아·동부·환영철강은 참여 확인 안 돼"



현대제철·동국제강·대한제강·YK스틸·한국제강·한국철강·한국특수형강 등 7개 제강사가 철 스크랩(고철) 구매가격을 8년여 간 담합하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3001억원가량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공정위는 추가 심의를 거쳐 이들의 고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김정기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7개 제강사의 철 스크랩 구매 기준 가격 담합을 적발해 시정(향후 행위 금지·정보 교환 금지·교육) 명령과 과징금 총 3000억83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피심인 적격 등 사안을 공정위 위원회가 추가 심의, 고발 여부를 결정해 별도로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사별 과징금(잠정)은 현대제철 909억5800만원, 동국제강 499억2100만원, 한국철강 496억1600만원, YK스틸 429억4800만원, 대한제강 346억5500만원, 한국제강 313억4700만원, 한국특수형강 6억3800만원이다.

철 스크랩은 철강 제품 생산·가공 과정에서 발생한 부산물이나 폐가전제품·폐자동차 등 폐철강 제품을 수집해 선별한 고철이다. 철근·강판 등을 만들 때 원재료로 쓰인다. ‘소상(고철 수집)→중상(고철 집적)→납품상→제강사’ 구조로 유통된다. 제강사는 철 스크랩 기준 가격을 정해 납품상에 통보하고, 여기에 운반비 등을 더한 값을 치러 철 스크랩을 구매한다.

철 스크랩은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수거하는 것으로 수요량에 대응해 공급량을 탄력적으로 늘리기가 어렵다. 수요량이 공급량보다 많은 만성적 초과 수요 시장으로, 제강사 간 구매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특정 제강사가 철 스크랩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구매 기준 가격을 올리면 물량이 해당 업체에 쏠리고, 경쟁사는 구매하기가 어렵게 된다. 이에 제강사는 ‘적정한 철 스크랩 재고량 확보’와 ‘철 스크랩 기준 가격 안정화’를 위해 지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8년여 간 담합했다.

이 기간 7개 제강사는 철 스크랩 기준 가격의 인상·인하·유지 여부 및 변동 시기를 함께 결정했다. 이런 담합은 7개 제강사의 공장 소재지에 따라 영남권(현대제철·동국제강·대한제강·한국철강·YK스틸·한국제강·한국특수형강), 경인권(현대제철·동국제강) 2개 권역으로 나눠 현대제철 주도로 이뤄졌다.

담합은 ‘각 사 구매팀장 모임’과 ‘구매팀 실무자 간 중요 정보 교환’을 통해 이뤄졌다. 7개사는 2016년 4월 공정위 부산공정거래사무소가 현장 조사한 뒤 구매팀장 모임을 자제하고, 중요 정보를 더 은밀하게 교환하는 방식으로 담합을 이어나갔다.

영남권 담합은 2010년 6월~2016년 4월 구매팀장 모임이 총 120회(월평균 1.7회) 이뤄졌다. 2015년 열린 모임에서 각 사 직원의 발언이 한 제강사 구매팀 직원의 업무 수첩에 고스란히 적혀 있었다. “(기준 가격) 5원 인하”(대한제강) “(기준 가격 인하를 통해) 시장을 흔들어 줘야 한다”(YK스틸) “26일 인하하자”(한국특수형강)“ 등이다.

경인권 담합의 경우 2010년 2월~2016년 4월 구매팀장 모임이 총 35회(월평균 1회) 열렸다. 경인권 소재 제강사는 현대제철·동국제강 외에 세아베스틸·KG동부제철·환영철강공업 등 3개사가 더 있지만, 이들은 이 사건 담합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공정위 조처 대상에서 제외됐다.

7개 제강사는 담합 사실이 노출되지 않도록 보안 유지에도 철저했다. 각 사 구매팀장은 모임 예약 시 ‘김철수’ ‘오자룡’ ‘마동탁’ 등 가명을 사용했다. 모임은 회사 상급자에게도 알리지 않았으며, 식사비는 현금을 모아 결제했다. 모임 결과에 관한 문서 작성도 금지했다.

김정기 국장은 ”철 스크랩 구매 시장에서 은밀하게, 장기간 이뤄진 담합을 적발·제재해 경쟁이 활성화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식품·소비재 등 국민 생활 밀접 분야 외에 산업 경쟁력을 저하하는 원·부자재 담합 점검을 강화하고, 적발 시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하게 조처하겠다“고 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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