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폐암치료제 내성 극복… 뇌 전이에도 효과 있는 국산 신약

태현지 기자

입력 2021-01-27 03:00 수정 2021-01-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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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계 소식
유한양행 ‘렉라자’ 식약처 신약 허가… 3세대 비소세포 폐암 표적 치료제
2차 돌연변이까지 억제할 수 있고… 중추신경계 전이 암 치료 효과도
세계 십여 개 국가서 임상3상 진행


유한양행이 최근 국산신약 허가를 받은 ‘렉라자’는 2차 돌연변이를 억제할 수 있는 3세대 비소세포폐 암 표적 치료제다. 렉라자는 표적에 대한 높은 선택성과 시판 중인 EGFR 표적 항암제에 비해 항암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한양행 제공

의학, 생명과학 기술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질병 사망률 1위는 여전히 암이다. 국가암정보센터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폐암은 우리나라 암 발병률 3위를 차지한다. 폐암을 조직학적 기준에 따라 나누면 약 85%는 비소세포폐암이다. 폐암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조기 진단되는 비율이 낮은데 비소세포폐암의 약 70%는 첫 진단 시에 이미 진행성 단계(3기 후기) 혹은 전이성 단계(4기)에서 발견돼 치료가 더욱 어렵다. 비소세포폐암의 분자종양학적 특성을 살펴보면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EGFR)라는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생겨 암이 발생한 경우가 가장 흔하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인에서 비소세포폐암의 약 40%는 EGFR 돌연변이를 원인으로 발생한다.


내성 돌연변이 표적 3세대 치료제 개발

EGFR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을 치료하기 위해 고안된 EGFR 타이로신 인산화효소 억제제(TKIs)는 치료 표적으로 엑손 19-결실(Ex19del) 또는 엑손 21 치환과 같은 체세포성의 ‘EGFR 유전자 활성 돌연변이’를 대상으로 한다. 이런 발암성의 활성 돌연변이의 발견은 진행성·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 대한 치료의 패러다임을 크게 바꿨다. 항암제가 공격해야 할 목표가 어떤 것인지 알게 된 것이다.

EGFR 활성 돌연변이를 동반한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로 진단을 받은 이후 첫 번째 치료로 게피티니브(gefitinib·제품명 이레사), 엘로티닙(erlotinib·제품명 타쎄바), 아파티닙(afatinib·제품명 지오트립) 또는 다코미티닙(dacomitinib·제품명 비짐프로)과 같은 1세대 및 2세대 EGFR TKIs가 개발돼 시판되고 있다.

그러나 1세대 및 2세대 EGFR TKIs로 치료받은 환자에게서는 예외 없이 더 이상 치료제가 반응하지 않는 획득 저항성, 이른바 내성이 발생한다. 가장 흔한 획득 저항성 기전은 기존 약물이 표적에 들어가지 못하게 방해하는 2차 돌연변이인 ‘T790M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1세대·2세대 EGFR TKI 약제로 치료받은 환자의 50∼60%에서 이런 T790M 돌연변이가 발생해 다시 암이 진행한다. 이런 치료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T790M 및 EGFR TKI 활성 돌연변이 모두를 표적으로 하면서 야생형 대비 높은 선택성을 가지도록 특별히 설계된 ‘오시머티닙(osimertinib·타그리소)’ 3세대 EGFR TKIs가 개발됐다.


유한양생 ‘렉라자’ 31호 국산 신약 허가

최근 폐암 환자의 치료를 어렵게 하는 항암제 내성과 관련해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18일 유한양행이 개발한 폐암치료제 ‘렉라자’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31호 국산 신약으로 허가를 받았다. 렉라자는 2차 돌연변이인 T790M 돌연변이까지 억제할 수 있는 3세대 EGFR TKI 계열의 비소세포폐암 표적 치료제이다. 표적에 대한 높은 선택성을 나타내고 시판 중인 EGFR 표적 항암제에 비해 항암 효과가 우수하다. 피부 발진, 설사와 같은 부작용 발생도 낮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전까지 1·2세대 EGFR 폐암치료제 내성 환자의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은 오시머티닙 하나뿐으로 극히 제한적이었던지라 렉라자의 품목허가는 환자들의 치료 기회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신약 허가의 근거가 된 미국임상암학회(ASCO), 국제의학전문학술지 등을 통해 발표된 렉라자의 임상시험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다. 임상1상과 2상 시험 결과 렉라자(레이저티닙) 240mg을 복용한 76명의 T790M 돌연변이 양성 환자에게서 ‘객관적 반응률’이 58∼72%로 나타났다. 객관적 반응률은 암의 크기가 의미 있게 줄어든 환자의 비율을 의미한다. 또 암이 커지지 않고 치료에 반응하며 유지되는 기간을 의미하는 ‘무진행 생존 기간’도 11.0∼13.2개월로 나타났다. 의료계에서는 꽤 뛰어난 약효라는 설명이다.


중추신경계 전이 암에 대한 치료 효과도
시판 중인 EGFR TKI 치료제들이 만족시키지 못한 의학적 미충족 요소가 여전히 남아 있다. 첫 번째는 중추신경계 전이이다. EGFR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는 주로 뼈, 뇌 등으로 흔히 전이된다. 그중에서 중추신경계 전이 발생률은 첫 진단 시에 약 24%이고 표적항암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병기가 진행될수록 거의 2배로 증가할 만큼 흔하게 나타난다.

렉라자는 뇌-혈관 장벽을 투과하기 때문에 더 높은 중추신경계 전이 암에 대한 치료 효과를 나타내고 있어 뇌 전이 환자에게도 희망을 주고 있다. 임상시험 중 뇌 전이를 동반한 비소세포폐암 환자에 대한 추가 분석 결과 레이저티닙 240mg 투여 후 두개강 내 객관적 반응률은 71∼78%를 나타냈다. 두개강 내 무진행 생존 기간은 16.4개월로 나타났다. 레이저티닙 치료 중 새로운 뇌전이 병변이 발생한 환자는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렉라자는 EGFR 유전자 활성 돌연변이에 대한 1차 치료제를 목표로 세계 10여 개국에서 임상3상 역시 진행 중이다.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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