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코로나19… 삶을 뒤바꾼 바이러스 공포, 벗어날 길은 있다

홍은심 기자

입력 2021-01-27 03:00:00 수정 2021-01-27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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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독감부터 인플루엔자까지
면역-내성 갖고 진화하는 바이러스
백신-치료제 개발 등 예방법 다양
손만 잘 씻어도 감염 위험 줄기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1년 넘게 전 세계인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과거에도 전염병은 인류에게 가장 큰 공포의 대상이었다. 전염병의 원인이 되는 세균과 바이러스는 인류가 세상에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존재하면서 생존을 위해 변화해왔다.


미생물의 생존 전략, 번식

모든 생물체는 어떤 식으로든 세상에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번식이다.

숙주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절대 기생체’ 바이러스는 △어떻게 숙주로 옮겨갈 것인가 △숙주의 몸속에서 어떻게 세포를 뚫고 들어갈 것인가 △어떻게 숙주를 이용해서 자신을 대규모로 복제할 것인가 △어떻게 숙주를 탈출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숙주가 병에 걸린다고 반드시 뭔가를 얻는 것은 아니다. 바이러스의 관심사는 오직 번식을 위한 복제와 전파뿐이다. 감염은 그저 몸속에 어떤 미생물이 들어와 평화롭게 자리를 잡고 사는 상태일 수 있다. 그렇다면 병을 일으켜 숙주가 죽는 것 보다 공생을 하는 것이 오히려 바이러스가 생존 하는데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새로운 숙주를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물론 바이러스가 숙주의 세포를 이용해 자신을 복제하고 빠져나올 때 세포가 죽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심각한 손상을 입지 않는 경우도 많다. 숙주의 몸속에서 조용하고 점잖게 살면서 아무런 증상도 일으키지 않고 적절한 수준으로 자기복제를 하고 나면 다른 숙주로 옮겨 간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바이러스와 숙주가 오래도록 상호관계를 맺고 진화하는 과정 속에서 서로 적응한다면 바이러스는 독성이 줄고 숙주는 내성이 증가해서 일종의 휴전 상태로 지낼 수 있다.

모든 생태학적 평형 상태가 그렇듯 이런 관계도 일시적이고 잠정적이며 불확실하다. 종 간 전파가 일어나 바이러스가 새로운 숙주를 다른 종으로 찾는 순간 휴전은 깨진다. 박쥐에서 공생하며 살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겨 왔듯이 말이다. 내성은 전달되지 않고 평형 상태는 무너진다. 전혀 새로운 관계가 성립되는 것이다. 친숙하지 않은 숙주의 몸속에 자리 잡은 바이러스는 무해한 여행객일수도, 성가신 골칫거리일 수 있다. 혹은 목숨을 앗아가는 재앙일 수도 있다. 모든 것은 상황에 달려 있다.

메르스-에볼라 바이러스 등 진화하는 전염병

전염병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계속해서 변화하고 발전했다. 메르스, 에볼라 바이러스, 조류인플루엔자, 사스같이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나기도 하고 처음에는 치명적이었던 전염병이 세월이 지날수록 덜 치명적인 형태로 변화하기도 한다. 이것은 전염병을 일으키는 병원체가 끊임없이 주변 환경과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진화 과정을 거쳐 자신의 형태와 성질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진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 선택’이다.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주변 환경과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면역과 내성을 가지게 된다.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숙주가 오래 생존하는 것이 종족 번식에 유리하므로 이왕이면 숙주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일으키지 않고 공존하는 방법을 찾기도 한다. 질병 양상이 변하는 이유다.

1918년 처음 발생해 2년 동아 2000만∼2억 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독감이 2009년에 신종플루라는 이름으로 다시 찾아왔을 때 전 세계는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신종플루는 스페인독감만큼 사람에게 치명적이지 않았다. 곧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잠잠해졌는데 이는 타미플루, 릴렌자 같은 약이 개발돼 치료가 가능해졌고 이미 경험한 스페인독감으로 인류가 면역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서 숙주인 사람이 죽는 것이 바이러스 입장에선 생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과거보다 사람에게 덜 치명적인 형질로 진화했을 것이라는 설명도 가능하다.

세균과 바이러스는 인체에 덜 치명적인 형태로 특성을 바꿔 생존을 쉽게 하는 식으로 진화하기도 하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약제에 대해 내성을 가지는 것으로 진화하기도 한다. 이들이 진화하는 이유는 단 하나이다. 오직 지구상에 살아남기 위해서다.


백신-치료제 개발 등 예방법 다양

간염 바이러스, HPV(인유두종바이러스),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우리 일상에 흔히 존재하는 바이러스들이다. 계절에 따라 나타났다 줄어드는 인플루엔자나 식중독을 일으키는 노로바이러스는 누구라도 감염될 수 있다.

세균이 증식하고 바이러스가 묻어 있기 좋은 물건들은 우리 주변에 아주 많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의 미생물학자 찰스 거바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사무실 책상에서 검출된 세균은 화장실 보다 약 400배 많았다. 키보드 자판 틈에서 황색포도상균 등 식중독을 일으키는 박테리아가 발견되기도 했다. 칫솔에는 수십억 마리의 세균이 살고 있다. 슬리퍼는 무좀균을 비롯한 세균과 곰팡이, 바이러스의 서식지다.

다행히 인류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시작했다.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했고 예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내고 있다.

오늘날에는 외출했다가 돌아온 뒤 손을 잘 씻는 것만으로도 많은 전염병 발생 가능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마스크와 일회용 주사기를 사용하고 음식은 조리해서 먹고 모기 서식지를 없애는 등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건강을 유지해 면역 기능을 강화하면 전염병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는 것도 상식이 됐다.

바이러스는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인류를 괴롭히겠지만 사람도 전염병을 해결하기 위해 해결책을 찾아낼 것이다.

참고 자료: 세상을 바꾼 전염병,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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