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 바이러스 막을 ‘점막 백신’ 개발하는 코골이 명의

김상훈 기자

입력 2021-01-23 03:00:00 수정 2021-01-23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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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베스트 닥터]<23> 김현직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양압기 불편한 수면무호흡증 환자
‘비강협착-편도선 비대 원인’ 밝혀 수술 통해 고혈압 등 합병증 막아
면역물질 만드는 콧속 미생물 주목… 바이러스 치료제로 임상시험 계획


김현직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을 방치하면 심장병이나 뇌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자신의 수면 상태를 관찰할 것을 당부했다. 더불어 비만인 경우 체중부터 줄여야 코골이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 제공

3년 전 부정맥에 고혈압까지 겹친 50대 남성 환자 A 씨가 김현직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50)의 진료실을 찾았다. A 씨는 심장내과의 진료를 받고 있었다. 여러 약물을 썼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의사가 확인한 결과 환자는 심하게 코를 골고 있었다.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하기 위해 김 교수가 진료하게 된 것이다.

수면다원검사를 해 보니 A 씨는 상체를 반쯤 세워 잠을 청했다. 누우면 숨이 차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예상대로 코골이는 상당히 심했고, 자다가 수시로 벌떡 일어나곤 했다. 중증의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었다.

김 교수가 A 씨의 코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유독 통로가 좁았고 편도샘(편도선)이 비대했다. 일단 양압기를 처방했다. 이것은 공기 압력을 조절해 기도가 막히는 것을 방지하는 기구다. 다만 잠을 잘 때 계속 부착해야 해 불편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다. A 씨도 채 3일을 채우지 못했다.


결국 수술을 결정했다. 부정맥과 고혈압이 있어 전신마취는 위험했다. 딱 코만 마취한 후 콧속의 부어 있는 부위와 휜 부위를 잘라냈다. 이 수술만으로 A 씨는 비로소 코로 숨 쉬게 됐다. 코로 숨을 쉬고 잠을 제대로 잘 수 있게 되자 혈압이 떨어졌다. 매일 먹어야 하는 약도 3개에서 1개로 줄었다.

○ “코골이 환자에서 코골이 베스트 닥터로”

김 교수 환자의 60% 정도가 A 씨와 같은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혹은 코골이 환자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은 잠잘 때 기도가 막히면서 호흡이 자주 끊기는 병이다. 수면의 질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고혈압, 부정맥, 당뇨병, 뇌질환, 성기능 장애 등 합병증을 유발한다.

일반적으로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잠잘 때 10초 이상 호흡하지 않는 횟수가 5회 미만이면 정상이지만 그 이상은 병으로 본다. 이 횟수가 30회 이상이면 중증으로 간주한다.

김 교수에 따르면 국내 남성의 10%, 여성의 5%가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을 앓고 있다. 그만큼 흔한 질병이란 얘기다. 김 교수 또한 한때 코골이가 심해 아내로부터 구박을 받았다. 새벽에 침실에서 쫓겨나 거실에서 잤던 적도 적지 않다. 회식이 있는 날이면 아예 연구실에서 잠을 청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코골이를 치료하는 의사가 코골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양압기를 썼다. 하지만 상당히 불편했다. 환자들에게 참고 착용하라고 했는데, 실제 경험해 보니 환자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결국 편도샘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고, 그제야 코골이의 ‘고통’에서 해방됐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연구 성과 많아

김 교수는 자신을 포함해 어떤 유형의 사람들이 양압기에 적응하지 못하는지 알고 싶었다. 하루 이틀 만에 양압기가 불편하다고 호소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었다. 2017년 김 교수는 양압기에 잘 적응하는 24명, 그렇지 못한 23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수면다원검사 결과 무호흡증이 경증이냐, 중증이냐는 큰 상관이 없었다. 내시경으로 코 내부와 기도, 편도샘 등을 들여다봤다. 그 결과 콧속 내부가 많이 좁아 공간이 적거나 편도샘이 큰 사람일수록 양압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교수는 “이런 사람들은 1차 수술을 한 뒤 양압기를 착용할 때 치료 효과가 높다”고 말했다.

코골이를 종종 수술로 치료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치료 범위는 어느 정도가 좋을까. 김 교수는 코 부위만 수술한 25명과 편도샘 목젖까지 광범위하게 수술한 25명의 상태를 체크했다. 그 결과 수술 범위가 클수록 무호흡 수치가 더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코 부위만 수술하더라도 잠을 잘 자고 무호흡 수치의 30% 이상이 줄어들었다. 수술 범위를 무조건 넓히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로봇 수술의 효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로봇 수술을 시행한 15명을 분석한 결과 혀뿌리에 편도샘이 상당히 비대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인 고주파 수술과 큰 차이가 없었다. 김 교수는 “로봇 수술의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650만 원 정도 한다. 로봇 수술을 무조건 선호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콧속 미생물로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 중

김 교수는 기초의학 연구에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특히 호흡기 바이러스에 관한 연구를 2009년부터 10년 넘게 이어가고 있다.

김 교수는 건강한 성인 37명을 대상으로 콧속 미생물을 분석했다. 코 점막에 3000마리 이상의 미생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중에서 ‘표피포도상구균’이란 세균에 주목했다. 이 세균은 평상시엔 활동하지 않다가 외부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면역 물질인 ‘인터페론’을 만들어낸다.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지 않고 상생하는 이런 미생물을 ‘공생 미생물’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공생 미생물은 소화기에 주로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김 교수가 호흡기에도 존재하며 면역 기능을 담당한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냈다. 김 교수는 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 그룹에만 이 균을 코 점막에 이식했다. 이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주입했다. 그 결과 표피포도상구균을 이식한 쥐의 90% 이상에서 바이러스가 줄어들었다. 반면 이 균을 이식하지 않은 쥐들은 폐 감염이 나타났다.

현재 동물 실험은 거의 막바지 단계다. 김 교수는 2, 3년 이내에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10년 이내에 치료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렇게 되면 바이러스 질환, 그중에서도 호흡기 바이러스에 맞설 ‘점막 백신’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 김교수가 조언하는 건강 수면법
"취침-기상시간 일정하게… 잠자리선 스마트폰 NO
체중감량도 코골이 줄여"
건강한 수면을 원한다면 무엇보다 취침 시간과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평일에 잠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주말에 몰아서 자면 수면 리듬이 깨질 수 있다. 술은 숙면을 방해하니 줄이거나 피하는 것이 좋다. 카페인이 든 음료도 뇌를 각성시키므로 오후 3, 4시 이후로는 마시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지켜야 할 생활 수칙은 더 있다. 잠자리에 들기 1시간 전부터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TV 등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잠이 안 올 때는 마냥 누워있기보다는 일어나 거실을 서성이다 다시 잠자리에 드는 것도 방법이다. 외부 빛을 차단하기 위해 커튼은 반드시 내려야 한다. 이렇게 해도 깊은 잠을 자지 못한다면 어딘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김현직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이 경우 배우자나 같이 자는 사람에게 자신이 코를 고는지부터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코골이 환자 대부분이 자신의 상태를 잘 알지 못한다. 만약 배우자가 코를 심하게 곤다고 말하면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일 확률이 높다.

이 밖에도 △잠을 잘 때 자주 깨거나 △아침에 일어났을 때 피로도가 높고 두통이 있거나 △특정 시간대에 심하게 졸릴 경우에도 수면무호흡증을 의심해야 한다. 김 교수는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려면 수면다원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수면다원검사는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1회 검사로 대부분 수면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체중 감량만으로도 코골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김 교수는 강조했다. 체중이 늘면 혀의 지방층이 두꺼워질 뿐 아니라 탄력도도 떨어진다. 잠자는 동안 혀가 늘어지면서 기도를 막게 된다. 체중을 줄이면 이런 문제가 해결돼 코를 덜 골게 된다고 한다. 김 교수는 “코골이 수술을 하는 환자들에게도 먼저 체중을 줄인 후 수술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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