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 내린 자작나무 숲 고요 속 순백의 속삭임

인제 횡성 정선 영양=김동욱 기자

입력 2021-01-21 03:00 수정 2021-01-2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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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joyLife - 강원-경북, 겨울 숲 4곳

영양의 검마산 깊은 산자락에 있는 죽파리 자작나무숲에는 축구장 40개 면적에 자작나무 12만 그루가 빼곡하게 자라고 있다. 영양=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겨울의 숲은 봄·여름·가을에는 절대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봄·여름에 숲을 뒤덮는 초록색 나뭇잎도, 가을에 울긋불긋 숲을 물들이는 단풍도 없는 겨울의 숲은 단아하면서도 정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숲 자체에 좀더 눈길을 줄 수 있고, 숲이 내는 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일 수 있다.》


강원 인제군 인제읍 원대리 일대 자작나무 숲은 축구장 9개 넓이인 6만 m² 규모다. 30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 자작나무는 없었다. 소나무 숲이었다. 해충 피해로 소나무들이 벌채됐고 7년에 걸쳐 약 70만 그루의 자작나무가 새로 심어졌다. 이국적인 풍경이 입소문을 타면서 알음알음 찾는 이들이 늘었다.

자작나무 숲은 사계절 모두 아름답다. 특히 겨울에는 하얀색 자작나무와 하얀색 눈이 어울리며 동화 속 분위기를 연출한다. 자작나무는 순우리말이다. 기름기 풍부한 자작나무는 타면서 ‘자작자작’ 소리를 낸다고 한다. 자작나무 숲에서 눈 쌓인 길을 ‘자박자박’ 걸으면 자박자박 소리 대신 자작자작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강원 인제군 인제읍 원대리 자작나무숲에 있는 오두막.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장소 중 하나다.
자작나무 숲을 보기 위해서는 약 3km의 오르막길을 40분 정도 걸어야 한다. 숲까지 진입로는 잘 정비돼 있다. 경사가 완만하고 폭이 넉넉해 트레킹 코스로 괜찮다. 겨울에는 오전 9시에 문을 열어 오후 2시부터는 출입이 통제된다. 진입로와 탐방로가 잘 정비돼 구경이 편하다. 전망대, 쉼터, 인디언집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시설이 있다.


해발 1330m에서 만나는 겨울왕국 숲


해발 1330m에 위치한 함백산 만항재에서는 주차장에서 5분만 걸어도 멋진 겨울 숲을 만끽할 수 있다. 높은 지대에 있는 만큼 공기도 그 어느 곳보다 상쾌하다.
강원 정선에서 영월로 넘어가는 고갯길인 만항재는 참 고마운 존재다. 만항재의 해발 고도는 1330m로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갯길이다. 국내의 웬만한 산보다 높다. 만항재에서는 남쪽으로는 영월의 상동, 북으로는 정선의 고한과 사북, 험준한 산악이 바다의 파도처럼 대차게 밀려오는 ‘산의 바다’가 발아래 펼쳐진다. 이곳엔 사시사철 새옷을 갈아입는 300여 종의 희귀 야생화들이 자란다. 봄·여름·가을에는 아름다운 풀꽃의 향연이 펼쳐진다. 겨울에는 눈이 풀꽃을 대신한다. 한번 눈이 쌓이면 봄이 올 때까지 녹지 않고 하얀 자태를 드러낸다. 해발 1330m의 겨울왕국이 펼쳐진다.

하얀 눈밭 위 빼곡하게 들어선 눈꽃 핀 낙엽송. 자꾸만 걷고 싶어지게 만드는 풍경이다. 만항재는 ‘야생화 공원’ ‘산상의 화원’ ‘하늘숲 정원’ ‘바람길 정원’ 등으로 나뉘어 있다. 고갯길 정상의 휴게소에서 커피나 차를 뽑아 들고 잠시 세상일을 잊고 풍경을 바라보면 좋다. 하늘과 더없이 가까운 덕분에 맑은 공기가 폐로 들어가는 느낌이 상쾌하다. 특히 아침에 낙엽송 가지에 서리가 얼어붙으면서 만들어지는 상고대 풍경이 압권이다.


나무 덱 따라 걷는 북유럽풍 숲길

강원 인제군 인제읍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집중적으로 자작나무들이 몰려 있어 ‘작은 숲속 나라’ 같은 느낌을 준다. 자작나무 특유의 향기가 머리를 맑게 만든다. 인제=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강원 횡성의 청태산 자연휴양림은 기존의 숲에 추가로 나무를 심어 조성했다. 나무의 대부분이 잣나무이다. 이 외에도 소나무 산뽕나무 단풍나무 신갈나무 고로쇠나무 물푸레나무 들메나무 느릅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잣나무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곳에는 6개의 코스가 있다. 이 중 숲을 찬찬히 살펴보며 크게 힘들이지 않고 둘러보기에는 휴양림 탐방 코스가 좋다. 약 800m 길이의 나무 덱(deck)이 지그재그로 숲속 사이에 설치돼 있다. 덱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 덱에 쌓인 눈을 밟으면 기분 좋은 ‘오도독 오도독’ 소리가 난다. 나무 사이로 맑은 햇살이 찰랑거리면 더없이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덱 길은 경사가 완만해 누구나 쉽게 숲을 접할 수 있다. 길이 꺾이는 지점마다 볼거리와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가 있어 시간을 들여 숲을 둘러보기에도 좋다. 숲 한쪽에는 시냇물이 흐른다. 겉은 얼어 있지만 안에서는 물이 여전히 졸졸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다.


사람의 발길이 드문 청정의 숲

경북 영양군 수비면 죽파리에 있는 자작나무 숲은 숨겨진 보물 같은 곳이다. 다른 자작나무 숲에 비해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1993년 죽파리 일대에 조성된 인공 조림을 통해 축구장 40개 면적에 약 12만 그루의 자작나무가 자라고 있다. 주차장에서 약 3.2km를 걸어가야 한다. 접근이 쉽지 않은 만큼 자연 그대로의 자작나무 숲을 만날 수 있다.

길은 계곡을 따라 나 있다. 깊은 산속에 위치해 계곡물과 새소리를 빼면 별다른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고요하다. 발걸음 소리가 이렇게 컸나 싶다. 자작나무 숲에 닿으면 산기슭을 가득 메운 자작나무의 하얀 껍질이 눈에 들어온다. 언뜻 보면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숲은 넓다.

숲 안에는 오솔길이 나 있다. 두 사람이 손을 잡고 걸어가기에 넉넉한 너비다. 오솔길을 걷다 보면 자작나무 특유의 빛깔이 지나온 길과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군데군데 재미있는 모양의 나무 조형물들은 미소를 짓게 만든다. 빼곡하게 하늘 위로 솟은 자작나무 숲을 걷다 보면 세상과 단절된 듯한 느낌마저 든다. 햇살이 자작나무 가지 사이로 비칠 때면 하얀 껍질에 빛들이 산란돼 동화 속 세상을 만든다.

인제 횡성 정선 영양 =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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