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 “자발적 참여라지만 기업엔 압박”

서동일기자 , 이건혁기자

입력 2021-01-19 03:00 수정 2021-01-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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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그룹만 성금 450억 냈는데
수혜자 프레임으로 무리한 요구”


“정부는 ‘자발적 참여’라 표현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실질적 압박’으로 느껴진다.”

18일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로 실적이 좋아진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기금 설립을 거론하자 우려의 뜻을 나타낸 것이다.

재계에서는 이미 자발적 기여를 실천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4대 그룹이 450억 원을 내는 등 주요 기업 대부분이 자발적으로 코로나19 성금을 낸 상태다. 이 밖에도 협력사 물품 대금 조기 지급, 화훼 농가를 위한 꽃 소비 동참 등 다양한 활동을 벌여왔는데 정부가 ‘코로나 수혜 기업’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사회적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런데 기업을 ‘코로나19 승자’라고 표현하며 기금 출연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깊은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경제 양극화 이슈가 불거질 때면 기업부터 압박하는 일이 반복된다는 우려도 나왔다.

‘플랫폼 기업’ 등 특정 업종이 실제 코로나19 수혜를 보지도 못하고 타깃이 될 것이라는 점도 걱정거리다. 코로나19로 인한 이익 혹은 손해를 판단할 구체적인 근거도 모호하다. 수혜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은 지난해 영업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피해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4차례에 걸쳐 광고비를 환급해주면서 800억 원에 가까운 자금을 지원한 점이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청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기업들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했다가 줄줄이 문제가 됐던 기억을 트라우마로 안고 있다”라며 “국회 여야정협의체에서 합의해 법제화한 농어촌 상생협력기금 참여도 누적 1100억여 원으로 지지부진한데 법적 근거가 없는 이익공유제에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서동일 dong@donga.com·이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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