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억 증발’ 카지노서 81억 뭉칫돈… 꼬리 무는 미스터리

제주=임재영 기자 , 권기범 기자

입력 2021-01-14 03:00 수정 2021-01-14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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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다른 고객의 금고서 발견… 여직원 관련 장소서도 20억 찾아
사라진 돈의 일부인지 수사 중
카지노측 “주인 알려줄수 없다”



금고에 있던 현금 145억여 원이 사라졌다는 논란이 일었던 제주 복합리조트 제주신화월드 랜딩카지노의 또 다른 금고에서 81억 원이 넘는 현금이 발견됐다. 지난해 말 행적을 감춘 말레이시아 국적의 여직원과 관련된 제주 모처에서도 20억 원 이상의 현금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지방경찰청은 “랜딩카지노에서 145억6000만 원이 사라졌다는 고소장을 접수한 뒤 카지노 금고를 확인한 결과 5만 원권 지폐로 81억5000만 원을 찾았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은 해당 현금이 랜딩카지노의 VIP 물품 보관소에 있는 개인 사물함 형태의 금고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145억 원이 사라졌다는 고객 금고와는 다른 금고”라며 “사라졌다던 현금의 일부인지, 아니면 다른 돈인지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돈과 별개로 카지노 자금을 담당해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돼온 말레이시아 여성(55)과 연관된 제주의 한 장소에서도 현금 20억 원 이상이 발견됐다. 역시 5만 원권 지폐로 수백 장을 한 다발씩 묶어뒀다고 한다. 당초 이 현금이 발견된 곳은 해당 직원의 숙소로 알려졌으나, 경찰은 “여직원이 살던 거주지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말 중동 지역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진 해당 직원은 제주신화월드 개장 때부터 임원급으로 근무해 왔다.

경찰은 여직원이 돈을 빼돌리는 과정에 관여한 공범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한 중국계 남성을 특정해 뒤를 쫓고 있다. 현재 이 남성은 국내에 체류하고 있으며, 이미 출국금지 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제주를 벗어나 서울이나 인천 쪽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한 카지노업계 관계자는 “빼돌린 거금을 해외로 직접 가져갈 수 없으니 중국계 범죄조직을 통해 ‘환치기’해 해외로 밀반출하려고 해당 남성이 국내에 머물고 있었을 수도 있다”며 “국내에서 원화로 조직에 주면 수수료를 떼고 제3국에 있는 여직원에게 외화로 바꿔 전달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랜딩카지노 측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처음엔 현금 발견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가, 경찰이 사실을 밝혔는데도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또 카지노 측은 수사 의뢰 당시 피해 금액을 145억 원으로 적시했으나, 처음 경찰에 자문을 요청할 때는 훨씬 작은 액수로 얘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지노의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돈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확인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누군지는 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

2018년 개장한 제주신화월드는 홍콩 상장법인 랜딩인터내셔널이 100% 지분을 투자했다. 랜딩인터내셔널 최대 주주인 중국인 양즈후이(仰智慧) 회장은 2018년 8월 캄보디아 프놈펜 공항에서 중국 보안당국에 체포됐다가 석방된 뒤 경영에서 배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말레이시아 여직원은 양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졌다.

제주지역 카지노업계 관계자는 “이 현금은 양 회장이 마련해 놓은 비자금이거나 카지노 VIP가 맡겨 놓은 돈일 수 있다”며 “현재 중국에서는 반부패 관련 수사 활동을 강하게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 만약 금고의 현금 소유자가 중국인 카지노 VIP라면 경찰이 수사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제주=임재영 jy788@donga.com / 권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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