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로 동상 걸렸을 땐 따뜻한 물에 담그세요”

홍은심 기자

입력 2021-01-13 03:00 수정 2021-01-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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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한파’ 건강하게 나려면
손-발가락-귀 등 신체 말단 부위, 혈류량 적어 동상 걸리기 쉬워
야외활동 자제하고 실내 머물러야…호흡기-순환기질환자 각별히 조심


수도권 지역에 한파에 폭설이 겹친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염곡동에서 주민들이 밤사이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지난달 질병관리청에 신고된 한랭질환자는 110명이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폭설이 내린 6일 밤부터 북극발 최강 한파로 체감온도가 영하 20도까지 뚝 떨어지는 등 한동안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극강의 추위가 잠시 풀렸지만 겨울에는 저체온증, 동상, 동창과 같은 한랭(寒冷)질환에 노출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질병관리청은 “신체가 갑작스러운 추위에 덜 적응된 상태에서 한파에 노출되면 한랭질환에 걸릴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지난달 질병관리청에 신고된 한랭질환자는 110명, 이 중 2명이 사망했다.

한파는 온도가 낮은 한랭기단이 위도가 낮은 곳으로 몰려 내려와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겨울에 시베리아의 차가운 대륙성 고기압이 남동쪽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동해 해상에 저기압이 발달하면 한반도에는 북서 계절풍이 강하게 분다. 이때 한파가 발생해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추운 날씨가 되는 것이다.


겨울철 한파 안전 상식 익혀둬야



한파는 미리미리 대비해야 한다. TV, 라디오, 인터넷 등을 통해 한파와 관련한 기상 상황을 수시로 체크하고 저체온증 등 한랭 질환의 증상과 가까운 병원 연락처 등을 사전에 파악하고 어떻게 조치해야 하는지도 알아둔다.

한파 예보에 맞춰 추위에 필요한 용품이나 준비사항을 확인하고 주변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한다. 겨울철 한파 안전 상식도 익혀두는 게 좋다.

겨울철 무리한 신체활동은 몸에 부담을 줄 수 있고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장시간 야외 활동은 자제하고 충분한 영양 섭취와 수분 공급을 유지하며 따뜻한 옷과 담요, 음료 등으로 체온을 지켜야 한다.

한파에는 호흡기나 순환기 질환의 발병률이 높다. 이런 질환은 심각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어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한파 쉼터 등 주기적으로 따뜻한 곳을 찾아 휴식을 취해야 한다. 선천성 질환이나 만성질환(내분비계, 심뇌혈관, 신경계, 감염병, 피부질환 등)이 있다면 주치의와 상의해 동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고 예방 수칙을 숙지한다.


충분한 영양공급… 속 든든해야 추위에 더 잘 견뎌

한파 발생 시 야외활동은 되도록 자제하고 실내에 머무르는 게 최선이다. 불가피하게 실외 활동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동상과 같은 한랭질환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동상은 낮은 기온에 몸이 노출됐을 때 조직액이 얼면서 세포 내 얼음 결정이 생겨 세포가 직접 손상되거나 조직 혈관이 과도하게 수축해 조직으로 혈류가 차단되면서 발생한다. 동창은 추운 날씨에 노출된 부위의 혈관이 수축하고 피부에 염증이 생기면서 일어난다. 노출된 부위가 붓고 붉어질 뿐 아니라 심하면 물집이 생긴다. 염증은 생겼지만 아직 세포 내 얼음 결정은 생기지 않은 상태로 동상보다는 가벼운 증상이다.

동상을 예방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찬 공기에 노출되는 부위를 보온하는 것이다. 귀마개, 장갑, 털신 등으로 동상이 걸리기 쉬운 신체 부위를 보호한다. 손가락, 발가락, 귓불 등 신체 말단 부위는 노출이 심하고 혈류량이 적다. 축축해진 양말이나 장갑, 내의는 즉시 갈아입어야 한다. 같은 온도에서도 습도가 높으면 열전도율이 높아져 동상이 쉽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속을 든든하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신체 조직으로 혈액과 열량이 충분히 공급되면 같은 추위에 노출돼도 더 잘 견딜 수 있다.

불가피하게 실외에서 계속 머물러야 한다면 몸을 움직이는 게 좋다. 체온이 떨어지는 걸 막고 체내 조직으로 혈액과 열량을 공급해 동상 발생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다만 땀이 나서 옷이 젖으면 오히려 해로우므로 유의해야 한다.


흡연 시 혈관 수축… 혈액순환 방해해 동상 유발

술을 마시거나 흡연하는 건 금물이다. 술을 마시면 잠시 열이 오르는 것 같아 따뜻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금세 피부혈관이 확장하면서 체온이 급격히 떨어진다. 취하면 추위를 판단하기도 어렵다. 흡연은 혈관 수축을 일으키고 혈액 순환을 방해해 동상을 유발할 수 있으며 동상에 걸렸을 때 회복을 늦출 수 있다.

이런 노력에도 동상이 발생했다면 우선 해당 부위를 따뜻하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40∼42도의 따뜻한 물에 동상 부위를 담그는 게 좋다. 그러나 빨리 데우기 위해 너무 뜨거운 물에 담그면 화상을 입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난방기의 복사열을 직접 쬐어 손발을 녹이는 행위는 삼가는 게 좋다. 건조한 열은 조직 내부로 쉽게 전달이 안 되기도 하고 복사열은 온도가 아주 높아 화상을 입기 쉽다. 일단 따뜻하게 가온하고 건조한 뒤 보온을 잘한 상태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다만 동상이 발생한 후 병원까지 가는 데에 지나치게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일시적으로 따뜻하게 녹이기보다는 그대로 둔 채 의사를 찾는 게 낫다. 동상 입은 부위의 조직 내 동결과 해동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면 피부가 괴사할 확률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정재윤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산행 중 동상에 걸리면 일시적으로 따뜻하게 녹여도 다시 얼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녹았다 얼기를 반복하면 통증도 심하고 조직이 더욱 손상되기 때문에 차라리 동상 입은 상태 그대로 병원에 가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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