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시설 고령 확진자 대거 옮기자… 병원들 ‘간병 대란’

강동웅 기자 , 김소민 기자

입력 2021-01-12 03:00 수정 2021-01-12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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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코호트 격리 14곳서 다른 병원 이송… 대부분 손 많이 필요한 노인-장애인
간병인력은 태부족, 의료진이 돌봐
“치료도 벅찬데 간병까지… 탈진상태”
3차유행 이후 구인도 쉽지 않아 ‘진단검사 면제’ 편법 채용까지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구로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확진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고 있다. 요양병원에서 일반병원으로 이송되는 환자가 늘면서 의료 현장에서는 이들을 간호할 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요즘 코로나19 환자 17명을 치료 중이다. 이 중 8명은 요양병원이나 정신병원에서 이송된 환자다. 대부분 거동이 불편해 식사는 물론이고 대소변을 볼 때도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간병인의 손길이 절실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간병인을 구할 수 없어 간호사들이 이들 환자의 병수발을 들고 있다. 엄 교수는 “요양병원 환자는 중환자보다 더 많은 간병 인력이 필요하다”며 “의료진이 간호와 간병을 동시에 하다 보니 탈진 상태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최근 정부가 요양병원 등의 코호트(동일집단) 격리를 해제하면서 고령의 확진자들이 일반 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하지만 간병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병원이 많다 보니 곳곳에서 ‘간병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 병원마다 ‘간병 전쟁’

최근 수도권 한 병원의 코로나19 격리병동. 한 병실 내 세면기에서 넘친 물이 아래층까지 흘러가는 소동이 벌어졌다. 치매를 앓고 있는 70대 코로나19 환자가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탓이다. 그는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의 한 요양병원에서 옮겨온 환자다. 옆에서 돌봐주는 간병인이 없다 보니 생긴 일이다. 고령 확진자가 병실에서 넘어져 다치는 일도 잦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집단감염이 발생한 요양시설과 정신병원 등 14곳에서 코로나19 확진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고 있다. 코호트 격리 탓에 사망자와 비확진자의 감염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울의 한 요양병원에서만 확진자 117명이 국립중앙의료원 등 21개 병원으로 이송됐다. 문제는 이 중 대부분의 병원이 간병인 부족으로 애를 먹고 있는 것이다.

이 요양병원 확진자 15명이 이송된 경기 평택시 박애병원도 한동안 간호사들이 간병을 책임졌다. 간호사 A 씨는 “요양병원에서 온 환자는 대소변을 받는 등 간병까지 해야 하니 도저히 여력이 안 된다”고 전했다. 김병근 박애병원장은 “평소 알던 교회를 통해 가까스로 간병인 20명을 모집했다”고 말했다.

확진자가 대거 이송된 국립중앙의료원도 코로나19 병실에는 간병인이 없다. 전재현 중환자전담치료병동 운영실장은 “요양병원에서 온 코로나19 환자는 일반 환자에 비해 서너 배 더 힘들다”고 설명했다.


○ ‘검사 면제’ 꼼수 채용도 등장

코로나19 3차 유행이 시작된 뒤 간병인 모집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경기 수원시에서 간병인협회를 운영하고 있는 B 씨는 “국내 하루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선 뒤 간병인 대부분이 ‘코로나19 종식 후에 일하겠다’면서 병원을 떠났다”며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구인 게시글을 작년보다 10배 넘게 올리고 있지만 일하겠다는 문의 전화가 거의 오지 않는다”고 했다.

간병인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편법 채용도 등장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간병인협회는 최근 요양병원 환자 4명을 돌볼 간병인을 모집하며 반드시 실시해야 할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면제해주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는 행정명령 위반이다. 한편으로 간병인들 사이에선 너무 자주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는 게 불편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간병인협회 관계자는 “환자 간병을 끝내고 다른 병원에 갈 때마다 검사를 받아야 하니 코가 헐 정도”라며 “많은 간병인이 진단검사를 기피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간병 인력을 갖춘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을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2일 일부 요양병원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해 치료와 간병 업무를 소화하겠다고 밝혔지만, 11일 현재 운영 중인 곳은 광주와 전북에 각각 1곳밖에 없다.

강동웅 leper@donga.com·김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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