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실리는 '양도세 완화론'… 매물 얼마나 끌어낼까

황재성 기자

입력 2021-01-11 11:17 수정 2021-01-1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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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신년사에서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주택공급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정부와 여당에서 양도소득세 감면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양도세 한시적 감면 조치 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양도세 감면이 시행된다면 매물로 시장에 나올 주택물량 규모가 어느 정도가 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왜 양도세 감면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는 매우 송구한 마음이다”며 “주거 안정을 위해 필요한 대책 마련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특별히 공급 확대에 역점을 두고,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주택공급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인 10일 KBS 1TV ‘일요진단’에 출연해 “현재 세 채, 네 채 갖고 있는 분들이 매물을 내놓게 하는 것도 중요한 공급 정책”이라며 “새로운 주택을 신규로 공급하기 위한 정책 결정과 기존 주택을 다주택자가 내놓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다 공급 대책으로 강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의 발언은 서울에서 신규 주택을 공급할 땅을 확보하기 힘든데다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중과세 등의 조치에 보유주택을 매각하기보다는 ‘버티기’에 나서거나 증여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발언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역세권 고밀개발이나 △준공업지구 개발 △저밀도 개발지구 고밀화 등과 같은 공급 확대 방안은 법령 개정이나 토지 매입 절차 등을 거쳐야 해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서도 양도세 감면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민주당 비상경제대책본부장인 김진표 의원이 최근 당 지도부에 “양도세 중과 유예나 한시적 감면 등 다주택자가 집을 팔 수 있는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내용의 정책건의서를 제출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도 6월로 예정된 양도세 중과 조치 이전에 주택을 매각한 다주택자에 한해 양도세의 30~40%를 감면해주는 방안을 제안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민주당은 공식 해명자료 등을 통해 “양도세 중과 완화 방안에 대해서는 검토된 바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대통령까지 나서서 “필요한 대책 마련에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힘에 따라 양도세 한시적 감면 조치 등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양도세 한시적 감면 조치가 시행된다면 공시지가 현실화율 제고 등으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부동산 관련 세금 부담이 급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다주택자 매물이 상당수 시장에 나올 가능성 크다. 이는 꺾일 줄 모르고 오르고 있는 집값을 잡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실제로 정부가 2019년에 발표한 ‘12.16 대책’에서 2020년 6월까지 집을 처분하는 다주택자들에게 한시적으로 양도세를 면제한 결과, 급매물이 나오면서 2020년 상반기 서울 집값이 일시적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 서울 10년 이상 다주택만 12만 채 이상

양도세 감면 조치가 실행된다면 반응을 보일 수 다주택자와 주택 물량은 어느 정도일까. 이에 대한 정확한 답을 구하기는 쉽지 않지만 관련 통계 등을 통해 유추해볼 수 있다.

우선 다주택자의 현황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2019년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2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228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219만2000명)보다 9만2000명 늘어난 수치다. 또 3주택 이상은 29만 3000명, 4주택 이상은 7만 6000명, 5주택 이상도 11만 8000명이나 됐다.

주목할만한 점은 2건 이상 주택 소유자 비중이 높은 지역으로 서울 강남구(21.5%)와 서울 서초구(20.4%) 서울 종로구(19.7%) 등이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도세 한시적 감면 조치가 시행될 경우에 서울에서도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 집을 토해낼 대상자가 적잖다는 뜻이다.

정동영 전 민주평화당 대표가 지난해 2월 국토교통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도 눈길을 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다주택자가 서울에서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은 무려 12만 8199채나 됐다. 특히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다주택자가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은 3만4254채였다. 이는 2021년 서울지역의 신규 예정입주물량(2만5520채)을 훌쩍 넘는 물량이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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