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라마에 수원이 자주 등장하는 까닭은?

뉴시스

입력 2021-01-09 15:11 수정 2021-01-0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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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주말드라마 이어 OCN ‘경이로운 소문’까지 잇달아
전담 부서 지정해 장소 섭외·제공 등 제작 지원 나서
동영상 중심 홍보 추세 맞춰 도시 브랜드 향상에 기여



최근 케이블 채널 OCN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을 보면 경기 수원시민에게 친숙한 배경이 한 군데 나온다. 젊은층 사이에서 유명한 수원 ‘행리단길’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A카페다. 극 중에서 악귀를 물리치는 주인공들은 ‘언니네 국수집’이라는 상호를 지닌 가게 직원으로 위장해 지상의 악귀들을 물리친다. 국수집이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활약을 펼치는 중요한 공간으로 등장하는데, 바로 이곳이 A카페다. 뉴트로 감성을 표방한 이 카페는 젊은층 사이에서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릴 사진을 찍는 명소로 널리 알려져 수원은 물론 행리단길을 찾는 관광객들은 한 번씩 찾는 곳이다.

이 카페가 ‘언니네 국수집’ 촬영지라는 점은 드라마 애청자들에겐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포털사이트에 드라마와 카페 이름을 검색해보면 드라마를 보고 이곳 일대를 방문해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에 올라와있는 후기만 수십 건에 달한다. 이들은 드라마를 보고 행궁동에 놀러왔는데 유준상과 김세정, 조병규, 염혜란 등 주요 출연 배우를 봤다는 목격담을 올리며 자연스레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도 나눈다.

앞서 지난해 9월 종영한 KBS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도 마찬가지다. 드라마를 보면 팔달산과 광교신도시, 세류동 수원천변 등 수원시민들에게 익숙한 풍경이 자주 등장했다. 특히 이상이(윤재석 역)와 이초희(송다희 역)가 주로 데이트할 때 나오던 팔달산 도심 야경을 예쁘게 그려내 연인들끼리 같은 장소에서 인증샷 찍기가 유행하기도 했다.

지난해 여름에 행궁동에 놀러왔다는 김자연(37·여)씨는 “수원이 아닌 다른 지역에 사는데 즐겨보던 주말 드라마에 배경으로 나오는 야경이 너무 예뻐보여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덜 나올 때 남편과 SNS에 추억을 남기려고 찾아갔던 적이 있다”며 “드라마에 나오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야경이 훌륭한 산책길을 모른 채 살았을 텐데 즐거운 추억이었다”고 방문 소감을 말했다.이처럼 유네스코 선정 세계문화유산 화성(華城)으로 유명한 경기 수원시가 최근 드라마와 영화, 광고 촬영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지리적으로 서울과의 교통접근성이 뛰어난 데다 자치단체가 제작진이 요청하는 장소 섭외 및 제공 등 촬영 편의사항을 적극 지원한 게 업계에 입소문이 나면서 잇따른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시는 드라마 장면에도 나오고 극 중 출연진이 셀프카메라까지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등 반복적인 노출 효과를 얻으면서 도시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일석이조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수원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시가 각종 촬영·제작을 지원한 영상물은 총 275건으로 연간 40∼90건 가량 된다. 영화·드라마·광고·교양 및 예능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난해 역시 60건으로 코로나19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됐던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게 촬영이 이뤄진 셈이다. 시는 올해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해 외부에서 영상물 촬영 요청이 들어왔을 때는 제작진 측에 촬영장소 방역, 출연진·스텝 대상 손세정제 사용 및 발열검사 등 사전에 방역수칙을 지키기로 약속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협조했다.

수원에서 이렇게 영상물 제작이 활발한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전략적인 계획 수립 아래 다양한 영상매체를 활용한 도시 홍보를 노리고 추진됐다. 시는 2019년 천만 관객을 동원해 전국을 강타했던 영화 ‘극한직업’으로 영상매체의 놀라운 파급력을 경험한 바 있다. 극 중 형사로 나오는 주인공들이 마약조직을 소탕하려고 잠입 수사를 위해 차린 위장가게였던 치킨집에서 메뉴로 내놓은 ‘수원왕갈비통닭’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덩달아 수원통닭이 화제의 중심이 됐다.

치킨집 10여 곳이 조그만 골목에 오밀조밀 모여 있는 수원통닭거리를 중심으로 영화 ‘극한직업’을 보고 수원왕갈비통닭을 맛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물 밀듯 찾아온 관광객들로 소위 말하는 ‘초대박’이 났다. 가게 문을 열기도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펼쳐졌을 정도로 영화 한 편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가져다 준 성과는 놀라웠다.이에 시는 그동안 외부에서 들어오는 영상 촬영협조에 대해 공공기관 위주로 장소 대관을 허용해주는 관행을 깼다. 대신 수원으로 외부에서 촬영을 오는 기회가 늘어날 수 있도록 영상 관련 종사자들이 가입돼 있는 단체에 장소 섭외 요청 시 편의 제공 등을 약속하고, 적극적으로 촬영지로 써달라고 홍보했다.

또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산하연구원에서 지역 영상문화 실태조사 및 정책 홍보방향을 모색하는 연구보고서도 냈다. 이에 따라 시는 영화·드라마 등 영상 촬영 활성화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영상 제작 지원을 위한 관련 조례 제정·전담부서 지정 등 체계적인 지원방안 마련에 나섰다.

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옛 극장 복원사업, 우리 동네 숨어있는 촬영 명소 발굴 및 활용, 특색 있는 국제영화제 개최, 시민 크리에이터 홍보영상 제작 편의제공 등으로 영상문화 활성화를 위한 프로젝트도 추진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영화와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 ‘수원’이라는 지역사회가 작게는 대한민국, 넓게는 전 세계적으로 알려질 수 있다는 게 영상매체를 통한 홍보가 지닌 가장 큰 장점”이라며 “앞으로 좋은 작품과 프로그램에서 수원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현업 종사자들과 교류는 물론 지속적인 콘텐츠 개발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수원=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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