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전세’ 끼고 고가아파트 산 20대

세종=송충현 기자

입력 2021-01-08 03:00 수정 2021-01-08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국세청 올해 첫 부동산 기획조사
임대업자 등 358명 세무조사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건물 2채를 소유한 A 씨는 최근 임의로 옥탑방을 설치하거나 방 하나를 두 개로 쪼개는 식으로 건물을 불법 개조했다. 근처 학원가로 ‘유학’ 온 학생을 대상으로 임대업을 하면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이른바 ‘방 쪼개기’를 한 것이다. A 씨는 임대료를 깎아준다며 현금 결제를 요구한 뒤 이를 신고하지 않는 방법으로 세금을 탈루해 오다가 최근 세무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사설 주식 컨설팅회사를 운영하는 B 씨는 회원 등급이 높을수록 고급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고액의 회비를 받은 뒤 매출에서 누락했다. 본인 회사에 미성년자 자녀와 전업주부인 배우자를 직원으로 허위 등록해 인건비를 주고 고급 아파트 구입 자금도 불법 지급했다.

국세청은 최근 부동산과 주식 거래가 급증하면서 세금 탈루 혐의가 있거나 현금매출 신고를 누락한 임대업자 등 358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7일 밝혔다. 김대지 국세청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부동산 거래 취득자금 출처와 부채 상환 검증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뒤 올해 첫 기획조사 타깃으로 ‘부동산’을 선정한 것이다.

조사 대상은 △고가주택·상가 편법 증여 및 분양권 다운계약 209명 △소득 없이 다주택을 보유한 51명 △주택을 불법 개조한 임대업자 32명 등이다. 국세청은 국토교통부 등에서 받은 탈세 의심 자료와 부동산 거래 정보 등을 바탕으로 탈세 혐의자를 찾아냈다.

세무조사 대상 중에는 ‘부모 찬스’를 쓴 청년들도 포함됐다. 소득이 거의 없는 20대 C 씨는 10억 원의 전세를 끼고 고가 아파트를 구입했는데 전세 세입자가 아버지였다. 하지만 C 씨가 이 아파트에서 부모와 함께 살고 전세보증금을 제외한 나머지 자금도 아버지로부터 빌린 것으로 확인돼 당국은 사실상 증여로 보고 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