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해진 개미들이 밀어올리고, 코로나 이겨낸 기업들이 떠받쳤다

김자현 기자 , 박희창 기자

입력 2021-01-07 03:00 수정 2021-01-07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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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3000시대]1400대서 293일만에 ‘반전 드라마’
과거 하락장때 팔았다 손해 경험… 개인들 저점 매수-고점 매도 늘어
코로나 극복위해 푼 유동성 넘치고 부동산 폭등에 주식시장 쏠림도


처음 찍힌 ‘3,000’ 6일 코스피가 장중 사상 처음으로 3,000 선을 돌파하며 국내 증시의 새 역사를 썼다. 다만 사자 행렬을 이어간 개인투자자와 매도 공세를 이어간 외국인, 기관의 힘겨루기 끝에 0.75%(22.36포인트) 내린 2,968.21로 마감했다.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3,000이 적혀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지난해 초 코로나19 충격에 휩싸인 국내 증시는 40% 가까이 폭락하며 3월 1,500 아래로 주저앉았다. 바닥이 어딘지 모른다는 공포가 시장을 짓눌렀다. 하지만 293일 만에 코스피는 꿈의 지수인 3,000을 찍었다. 반전 드라마를 쓴 주인공은 이른바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다.

여기에다 반도체와 바이오, 전기자동차 등 미래 신산업과 신기술로 중무장한 국내 기업들도 국내 증시의 체질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다. 코스피 3,000 돌파로 국내 증시가 선진국 수준으로 한 단계 도약했다는 평가가 잇따르는 가운데 ‘삼천피’ 시대에 안착하려면 부동산 중심의 자산 쏠림이 완화되고 장기투자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개미도, 기업도 달라졌다



그동안 한국 증시를 주도했던 외국인과 기관을 제치고 개미들은 지난해부터 이달 6일까지 67조 원어치를 사들이며 폭락기엔 주가를 떠받치고, 상승기엔 앞장서 랠리를 이끌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세계 각국이 돈을 풀어 시중 유동성이 넘치는 데다 한국은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집값을 따라잡기 쉽지 않은 20, 30대 젊은층이 주식시장에서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아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다 지난해 말부터 국내 증시가 쉬지 않고 오르면서 너도나도 주식 투자에 뛰어드는 현상도 강해지고 있다. ‘상승장에서 나만 낙오될지 모른다’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개미들이 많이 찾는 키움증권에서 5일 하루에만 3만9750개, 지난해 12월에만 50만 개가 넘는 신규 계좌가 만들어졌다. 이 회사 창립 이래 역대 최대 실적이다. 이달 4∼6일에만 개인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5조 원에 가까운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해 개미들이 코스피 시장에서 거래한 주식은 하루 평균 약 8조 원. 전체 코스피 거래대금의 개인 비중도 2019년 47.5%에서 지난해 65.8%로 뛰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폭락장에서 개인이 각각 3조 원, 13조 원가량을 팔아치우며 증시를 떠났던 것과 딴판이다.




저점에 매수하고 고점에 매도하는 똑똑해진 투자자가 늘면서 개인이 지난해 가장 많이 사들인(14조3060억 원) 전기전자 업종의 수익률은 44%에 이른다. 6일에도 대장주 삼성전자가 2% 하락세를 보이자 개인은 1조 원어치 이상을 순매수했다.


○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날 기회”

과거에 비해 한국 기업들의 탄탄해진 기초체력도 코스피 3,000 시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기업의 순이익은 지난해 91조 원에서 올해 134조 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내년엔 사상 최대인 160조 원대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국내 산업구조가 반도체·바이오·정보기술(IT)·친환경차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끌 미래산업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점이 긍정적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SK이노베이션, LG화학은 2차전지로, 현대자동차는 전기수소차로 뜨고 있다”며 “국내 기업이 세상을 바꾸는 업종을 이끌면서 주가도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3,000 시대 개막으로 국내 증시가 지정학적 리스크,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 등으로 저평가된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불확실한 기업 지배구조와 부족했던 주주 환원 노력 등이 해소되고 있다”며 “국내 증시가 오랜 기간 받아왔던 저평가 딱지를 떼고 프리미엄을 붙여도 되는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가 삼천피 시대에 안착하려면 또 다른 저평가 요인으로 꼽히는 정치적 불확실성이나 기업 배당성향 등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수급적인 측면에서 지속적인 글로벌 투자자금의 유입도 필요하다. 코스피가 MSCI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면 60조 원가량의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연구위원은 “일부 구조적 저평가 요인을 해소하면 코스피 3,000 시대에서 더 나아가 추세적 상승장에 올라타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김자현 zion37@donga.com·박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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