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치면 후회” 올해 꼭 챙겨봐야할 ‘작품’

김민 기자

입력 2021-01-06 03:00 수정 2021-01-06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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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2021 문화계]〈2〉국내 전시 5선

예년 같으면 연초에 해외 미술관의 주요 전시 일정을 훑어보며 여행 계획을 세우는 미술 애호가가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자체 기획력을 키우고 있는 국내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한국 예술을 돌아볼 수 있는 전시들이 예정돼 있다. 2021년 꼭 봐야 할 국내 전시 5선을 소개한다.


이불―시작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2월 2일∼4월 18일
이불, ‘수난유감―당신은 내가 소풍 나온 강아지 새끼인 줄 알아?’, 1990년, 퍼포먼스 사진. 이불스튜디오 제공


2018년 영국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와 독일 베를린 그로피우스 바우에서 개인전을 연 예술가 이불(57)은 이제 세계적인 작가다. 하지만 초기부터 순탄했던 건 아니다. 그녀가 서울 동숭아트센터 천장에 매달려 ‘낙태’(1989년) 퍼포먼스를 할 무렵부터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 개인전에 썩은 생선 ‘화엄’(1997년)을 설치했다가 악취 민원으로 철거하기까지, 처절하게 작업했던 초기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퍼포먼스를 기록한 영상 작품 20여 점과 조각, 오브제, 드로잉 50여 점을 선보인다. 이불 작가의 초기 작업을 이 정도 규모로 소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표작인 ‘낙태’와 ‘수난유감’은 물론이고 ‘물고기의 노래’ 등 미공개 초기 작품도 나온다. 30년 전엔 외롭게 외쳤지만 이제는 시대적 언어가 된 그녀의 목소리가 새로운 관객을 만날 차례다.


한국 미술의 전통과 현대(가제)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7∼9월
민경갑, ‘얼 95-5’, 1995년, 종이에 수묵담채, 210×575cm.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우리가 무심코 받아들였던 ‘달항아리’는 과연 한국의 전통이 맞을까? 과거에는 생활용품이었던 달항아리가 오히려 근·현대 미술에 차용되며 ‘만들어진 전통’이 된 것은 아닐까. 문화재도 과거에는 예술 작품이었고, 지금의 예술 작품도 미래에는 문화재가 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유물과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이 만나 ‘한국미’의 원형은 무엇인지 출발부터 따져보는 새로운 형태의 전시다. 박물관을 벗어난 문화재를 현대 미술이 맹목적으로 찬양하고 신화화하기보다, 미술관의 맥락에서 좀 더 자유롭게 해석하며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기를 시도한다. 과거로부터의 계보와 흐름을 강조했던 기존의 미술사와 달리, 일상에서 시각 문화를 중시하게 된 학제적 흐름과도 맞닿은 기획이다. 배원정 학예연구사는 “우리 미술사가 축적된 만큼 이제는 한국미를 정확히 알 때가 됐다”며 “책이 아닌 작품으로 한국미를 돌아보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퍼포먼스 주제전(가제) 경기도미술관, 3월
김구림, ‘도(道)’, 1970년, 퍼포먼스 사진. 경기도미술관 제공
지난해 경기도미술관은 국내 최초로 퍼포먼스 작품을 구입했다. 통상 퍼포먼스 작품의 영상이나 사진을 소장하는 형태가 아닌, 퍼포먼스 행위의 매뉴얼을 소장하고 작가의 동의를 얻어 언제든 재현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성능경의 ‘신문읽기’, 홍명섭의 ‘면벽’에 이어 지난해 12월 김구림의 ‘도’까지, 작가를 통해 당시 상황을 구술 기록하는 과정을 거쳐 미술관 컬렉션에 들어왔다. 원로 작가 세 명의 당시 퍼포먼스 재현을 시작으로 ‘행위’를 어떻게 전시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실험적 형태로 구현한다. 한국 미술사에서 퍼포먼스의 의미를 짚어볼 수 있다. 교육 전시의 형태로 일반인도 쉽게 퍼포먼스 예술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할 예정이다.

부산미술조명전―부산, 형상미술(가제) 부산시립미술관, 3월 24일∼8월 22일
이태호, ‘사람과 벽’, 1986년, 종이에 유채, 54×35cm.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1980년대를 전후한 부산 미술은 한국 미술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 남도 미술이 탄탄한 계보로 전해 내려왔다면, 부산 미술은 ‘네가 하면 나는 안 한다!’는 기질로 각 작가가 개별적 개성을 추구했다. 이런 분위기의 작가가 바로 정복수(66)와 안창홍(68)이다. 2007년 이 시기 미술을 종합적으로 다룬 적은 있지만, ‘형상미술’에 집중한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의 대표적 중견 작가를 배출한 부산 미술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호모사피엔스: 진화∞ 관계& 미래? 국립중앙박물관, 3월 30일∼6월 13일
‘사자 인간’, 4만 년 전, 높이 31.1cm, 독일 울름박물관 소장. ⓒDagmar Hollmann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인류의 진화 과정을 돌아보는 전시를 최초로 기획했다. 종의 기원, 고인류 화석 및 예술품의 복제품, 석기 등 500여 점을 선보이는 대규모 전시다. 철학자와 신경인류학자, 뇌과학자, 언어학자 등 각 분야 전문가가 참여해 인류 진화에 관한 다양한 시각을 소개한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성도 있지만,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사자인간 등 고고학의 ‘명품’ 유물도 국내로 가져와 전시하는 일정을 추진 중이다. 위기를 앞둔 인류는 모두 ‘호모사피엔스’라는 단일종이다. 인류도 미래에 멸종할 수 있고, 공생으로 이를 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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