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바꿔놓은 여행풍경…올해도 계속될까

뉴스1

입력 2021-01-04 14:38:00 수정 2021-01-04 14:4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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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인천국제공항의 항공사 체크인 카운터 © News1 박지혜 기자

지난 2020년 여행을 즐기는 풍경이 엄청난 속도로 변했다. 여행시장은 사스와 메르스 사태엔 몇 달만 버틴 뒤 정상화됐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달랐다. 2020년 연초부터 시작한 이 사태는 연말까지도 계속됐고, 2021년 새해에도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라고 여행자들은 ‘집콕’과 ‘방콕’만 할 수 없었다. 여행은 이미 ‘일상’이 되어버린 지 오래기 때문이다. 여행업계와 여행객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겪으며, 새롭게 여행을 즐기는 방법들을 터득했다. 코로나19로 달라진 여행 트렌드는 2021년에도 지속적으로 주목받을 게 여행업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 ‘캠린이’ ‘등린이’도 탄생시킨 국내여행, 진화하다


각 나라마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대한 대처법이 다른 양상을 보이고, 급증하는 감염자 수에 대처하지 못하는 국가들도 발생하면서 해외여행에 대한 기대감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반면 지난 2020년 한해 동안 국내여행에 대한 수요는 늘고 다양해졌다. 특히 안전 확보를 위해 많은 인원이 모이는 장소를 멀리하고, 외부 모임을 축소하려는 추세로 자연스레 ‘소규모’ ‘단기여행’ 등이 더욱 주목 받았다.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되더라도 여행객들은 먼 곳보다 가까운 혹은 익숙한 국내 여행지에서 시간을 보내려는 성향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겸임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이 지속되고 있으며, 항공 운항 감축과 여행 금지 조치가 유지되고 있다”며 “오히려 국내가 더 방역에 신경 쓰고 안전하니 국내로 관광의 집중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 세대의 여행 수요가 국내여행으로 쏠리면서 여행 트렌드 역시 빠르게 변화했다. 캠핑이나 등산처럼 일상을 벗어나 타인과 거리를 두고, 자연을 즐기는 여행법을 찾는 사람은 크게 늘었다. 오죽하면 각 분야 초보자를 가리키는 ‘캠린이’(캠핑+어린이)와 ‘등린이’(등산+어린이) 등의 신조어들까지 생겨났다.

그중 2020년 한 해 가장 주목받는 여행 방법은 단연 ‘캠핑’이었다. 2020년 여름 휴가철엔 캠핑장은 포화 상태였다. 국내 주요 온라인 여행사(OTA)나 포털의 메타서치(가격비교)를 싹 둘러봐도 웬만한 캠핑장과 글램핑장 주말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었다.

실제 캠핑 수요는 코로나19 국내 발생시점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한국관광공사가 SK텔레콤의 T맵 교통데이터를 활용해 2020년 1월20일부터 5월30일까지 국내관광객의 관광이동패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년 동기 대비 전국 캠핑장 수요는 평균 73%나 증가했다.

이에 캠핑업계에선 2020년 캠핑용품 매출액이 캠핑여행 붐이 일던 2011년과 비교해도 2배 이상 성장했다고 판단했다. 2011년엔 예능프로그램인 ‘1박 2일’ 영향으로 캠핑여행이 크게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캠핑 인기 덕에 다양한 캠핑 여행법도 관심을 끌었다. 특히 자동차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차박’(차+숙박)에 대한 관심은 지금도 뜨겁다. 이동환 캠핑아웃도어진흥원 이사장 겸 캠핑퍼스트 대표는 “캠핑보다 외부와 더 단절되고 독립된 공간을 원하는 이들이 ‘차박’을 즐긴다”며 “남들이 없는 노지에서 숙박을 할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라고 밝혔다.

‘차박’은 수백만원 들여 차를 뜯어고칠 필요는 없다는 점과 완벽한 비대면 휴가가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으로 통한다. 차 위에 올리는 ‘옥상용 텐트’를 이용해도 되고, 뒷좌석을 눕혀 잠을 자도 ‘차박’이다. 지난 2020년 2월 자동차관리법이 바뀌면서 어떤 차량도 캠핑카로 개조할 수 있게 됐다.

중장년층의 취미로만 여겨졌던 ‘등산’은 코로나19 시대에 20·30세대에는 새로운 여행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실내보다 야외활동이 낫다는 생각에 너도나도 ‘등린이’가 되길 자청한 것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증샷 열풍도 젊은 층 등산 인기에 한몫했다. 주말만 되면 SNS엔 정상에서 멋진 포즈를 취한 등산 인증 사진이 대거 올라온다. 인스타그램만 봐도 ‘등산스타그램’(등산+인스타그램), ‘혼산’(1인 등산)을 비롯해 ‘등린이’ ‘등산코스’ ‘등산패션’ 등산 관련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만 2020년 11월 중순 기준 약 417만건에 달했다.


국내여행업계는 코로나19 사태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질 뉴노멀 관광시장을 대비해 핵심 키워드로 웰니스 관광, 체류형 관광, 레저·액티비티 등을 꼽고 있다.

‘웰니스’는 웰빙(well-being)과 행복(happiness) 건강(fitness)의 합성어로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추구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을 말한다. 즉, 웰니스 관광은 건강과 힐링(치유)을 목적으로 관광을 떠나 스파와 휴양, 뷰티(미용), 건강관리 등을 즐기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이 붐비는 곳을 피하는 비대면 여행이 주목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일주일 살기 등의 체류형 관광과 서핑, 낚시, 등산 등 야외에서 하는 레저·액티비티도 더욱 주목받았다.

다양한 국내여행 테마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한산한 국도를 따라 로드트립을 즐기거나 인적이 드문 여행지에서 오감을 자극하는 노을, 파도 소리를 감상하거나, 야간 시간대를 활용해 야경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멀리 떠나는 대신 일과 휴식을 병행할 수 있는 ‘워케이션’을 즐기는 등 일상 속에서 짧은 휴가를 즐기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

◇ ‘랜선여행’ ‘무착륙 비행’…불쑥 튀어나온 신개념 여행

코로나19 시대 이전까지는 상상도 못 한 여행들이 불쑥 튀어나왔다. 집이나 이동할 때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해외 및 국내 여행지로 떠나는 ‘랜선여행’이나, 혹은 목적지 없이 상공을 돌고 오는 ‘무착륙 및 무목적 비행여행’이 등장했다.

지난 2020년 한 해 동안 여행과 관련해 가장 많이 쓰인 표현은 중 하나는 ‘랜선여행’일 것이다 ‘랜선’은 인터넷 연결선을 의미하는 단어로. 최근엔 온라인상의 모든 활동에 붙이는 수식어로 활용된다. 즉, ‘랜선여행’은 온라인에서 즐기는 여행이라는 뜻이다.

오감으로 느끼는 감흥에 비할 순 없지만, 누구나 마음껏 평소 가고 싶었던 여행지 구석구석 둘러볼 수 있다는 건 분명 매력적이다. 거창한 준비물이 필요 없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나 홀로 있는 방에서 또는 사람들로 붐비는 출퇴근길 지하철에서도 지상 낙원으로 불리는 ‘몰디브’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랜선여행은 접하기도 쉽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해외 관광청이나 국내 관광관련 기관 및 여행 업체에서 ‘여행’에 대한 희망을 잃지 말라는 의미로 현지 영상을 다양한 방식으로 전하고 있다. 관련 영상들은 대부분 무료다.

랜선여행은 점차 일방향에서 쌍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추세다. 여행 예약 플랫폼 에어비앤비가 2020년 7월 올림픽 출전 선수와 브로드웨이 뮤지컬 배우 등을 ‘랜선’으로 만날 수 있는 온라인 체험을 시작해 화제를 모았다. 방구석 여행객들은 집에서 편안하게 올림픽 출전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며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된 올림픽의 감동과 열정을 느끼고, 미국의 브로드웨이 공연과 뮤지컬 배우를 안방 1열에서 만나게 됐다.

실시간 가이드 투어까지 만들었다. 여행상품 중개 플랫폼이자 국내 회사인 마이리얼트립은 해외 여행지에서 관광 가이드가 실시간 현지 모습을 중계하고 투어에 참여한 사람과 소통하는 ‘현지 라이브 랜선투어’를 선보였다. 여행객들은 단돈 1만원으로 방구석에 앉아 현지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고, 궁금한 점을 그때마다 가이드에게 물어볼 수 있었다.

2020년 통틀어 가장 이색적인 여행을 꼽으라고 하면 ‘무착륙 및 무목적 비행’이다. 이 비행여행은 공항에서 입국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를 탄 후, 뜬 비행기가 착륙하지 않고 상공에서 ‘유턴’해 돌아오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투어 등 국내 주요 여행사들은 아시아나항공과 손잡고 A380 항공기를 이용하는 비행 상품을 연달아 출시해 매진 행렬을 기록했다. 대부분 인천공항을 출발해 강릉, 포항, 김해, 제주 상공을 비행한 후 인천공항에 돌아오는 코스다.

물론 국내에서 해외로의 한시적 무착륙 비행도 가능해졌다. ‘무착륙 국제관광비행’ 이용자들엔 입국 후 격리조치와 진단검사가 면제된다. 특히 무착륙일지라도 일반 여행자와 같은 면세 혜택을 부여, 국내에 있는 공항 터미널과 기내 시내 면세점 등에서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 트래블 버블? 비즈니스 트랙?

‘방콕 갈까? 보라카이 갈까?’라며 휴가철이나 연휴에 해외여행을 어디로 떠날지 행복한 고민을 할 때가, 여전히 먼 옛날처럼 느껴지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2020년 해외여행 시장은 90% 이상 무너졌다. 코로나19 이전까지 해외로 떠나는 우리나라 여행객 수는 무려 230만명(2019년)이었던 반면, 2020년엔 7만명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지난 2020년 3월부터 코로나19가 팬데믹 단계로 번지면서 전 세계 국가들은 하늘길을 막기 시작했다.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국가는 입국 제한을 완화해 조건에 부합한 입국객을 받지만, 귀국할 때가 문제다. 우리나라의 경우 입국하면 2주간 자가격리는 의무다.

해외여행을 시도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여행업계에선 이전까지 거론하지 않았던 ‘트래블 버블’ 및 ‘비즈니스 트랙’ 등도 더욱 주목했다.

‘트래블 버블’은 방역 우수 국가간 안전막(버블)을 형성해 자유로운 여행을 허용하는 협약이다. 이 협약이 체결되면 해외 입국자는 2주간 자가격리 없이 여행을 다닐 수 있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2020년 11월23일 양국 간 트래블 버블을 시작해 홍콩과 싱가포르 국적의 여권 소지자는 14일간 격리 조치 없이 양국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현지 교통, 숙박, 명소 등의 이용에도 제약이 없다.

지난 2020년 10월 우리나라와 일본도 단기 출장 등을 이유로 양국간을 오가는 기업인들 대상으로 방역절차를 거칠 경우 별도 격리 없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비즈니스 트랙’을 도입했다.

이처럼 코로나19는 여행객을 국내 여행에, 그리고 패키지가 아닌 차박 및 등산 등 소규모 비대면 여행과 휴가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여행지나 숙소 선택 시, 방역과 위생에 대한 중요도는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또한 ‘랜선여행’ ‘무착륙 여행’ ‘트래블 버블’ 등 신조어들도 이젠 익숙하게 만들었다.

코로나19 상황은 짧은 시간 만에 끝나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기에, 코로나19가 바꾼 여행 트렌드와 패턴은 2021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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