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의 리더십 절실… 경청-화합 없는 사회는 미래 없어”

수원=김갑식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1-01-04 03:00:00 수정 2021-01-04 03:00: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새해 종교인 인터뷰]
<1>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겸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
‘나를 따르라’는 중세적 리더십 힘 내려놓고 공동체 우선해야
올바른 권위 행사할 수 있어… 코로나 원인중 하나는 환경파괴
모두들 생태적 회개와 실천 필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이자 수원교구장인 이용훈 주교는 “코로나19로 고통받는 모든 분들께 위로를 전하면서 용기를 내달라는 말을 하고 싶다”며 “어려운 주변으로 눈을 돌려 서로 돕는 형제애를 실천하자”고 말했다. 뒤에 보이는 동상은 수원교구청 앞의 ‘평화의 예수님상’이다. 수원=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지난해 종교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큰 어려움을 맞았다. 일부 종교 활동이 코로나19 확산의 통로가 되면서 어려운 이들에게 힘이 되기보다 짐이 됐다는 비판도 있었다. 주요 종단을 대표하는 종교인의 시리즈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19 시대의 영성(靈性)과 종교계 안팎의 현안을 살펴본다. 첫 회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이자 수원교구장인 이용훈 주교(70)와의 인터뷰를 싣는다.》

2020년 12월 30일 수원교구청에서 만난 이용훈 주교는 화합보다는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 사회와 리더십의 위기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2009년 수원교구장으로 착좌(着座)한 그는 지난해 10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으로 선출됐다.

―코로나19로 한국 교회는 물론 우리 사회 전체가 초유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새해를 위한 조언을 부탁드린다.


“사실 새해에는 희망적인 덕담으로 시작해야 맞는데 코로나19로 많은 생명이 희생됐고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고통받는 분들이 너무 많다. 우선 그분들께 위로와 함께 용기를 내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신자들뿐 아니라 국민들 모두 서로 위로하고 나눠야 할 때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위로의 말씀을 자주 언급했는데….


“교황님께서는 우리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아닌지를 분별해야 할 때라고 강조하셨다. 우리 삶에서 물질적, 경제적인 것을 최상으로 놓지 말고 마음을 비워야 한다. 멈추어 서서 과거를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지난해 성탄 전에도 교황님께서 프로그래밍된 로봇이 할 수 없는 일이 인간에게는 있다고 하셨다. 바로 사랑과 위로를 전하는 일이다.”


―코로나19 이후 특히 많이 기도하는 내용은 무엇인가.


“주님의 자비를 청하면서 코로나19의 종식을 기도하고 있다. 알려진 대로 코로나19의 위기는 지구 생태환경의 파괴가 근본적 원인 가운데 하나다. 인간이 자연을 이용하는데 오용, 남용이 많았다. 하느님께서는 ‘아담아, 너 어디 있느냐’(창세기 3장 9절)라고 물으셨다. 죄를 범하고 무서워 숨어버린 아담에게 건네시는 이 질문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건네시는 질문이 아닐까 묵상하게 된다. 코로나19라는 재앙을 초래한 우리의 생태적 회개, 구체적 실천이 필요할 때다.”

―구체적 실천은 무엇인가.

“마태오복음 7장 12절에 ‘남이 너희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주어라’라고 했다. 신학에서는 이 가르침을 황금률로 여긴다. 교회 공동체를 포함한 모든 이들이 이 말씀을 되새기고 실천해야 한다.”

―내년은 김대건 신부(1821∼1846) 탄생 200주년으로 한국 교회는 희년(禧年)을 선포했다.

“1836년 김대건 최양업 최방제 등 15세 소년들이 조선에서 중국 베이징을 거쳐 7개월 걸려 마카오에 도착했다. 1845년 사제로 서품된 김대건 신부님은 불과 25세 때인 1846년 새남터에서 순교했다. 어린 소년이 험난한 여정을 이겨내고, 젊은이가 순교를 받아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김대건 신부님의 업적이 많지만 특히 기억해야 할 것은 평등 박애를 실천하면서 인간 정신의 위대함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희년의 표어가 ‘당신이 천주교인이오?’다. 우리는 ‘그렇소, 나는 천주교인이오’라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천주교인의 정체성을 정립하면서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한다.”

―지난해 10월 주교회의 의장으로 선출됐다. 선출 당시 분위기가 궁금하다. 향후 주교회의의 큰 방향은 무엇인가.

“지난 4년간 주교회의 상임위원회 서기로 일해 이번에는 직무에서 내려오기를 바랐다. 호선으로 선출됐으니 순명(順命)할 뿐이다. 주교회의는 교황청과 한국 교회를 연결하는 다리이자 생명 문화를 바로잡아 생명 존엄성을 지키는 데 앞장설 것이다. 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 기후와 생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남북 화해와 통일을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다.”

―수원교구는 특히 성장을 거듭한 교구로 알고 있다.

“통계를 보면 신자 수가 95만 명인데 머지않아 100만 명을 넘어설 것이다. 2013년 교구 설정 50주년 행사를 치르면서 100년을 향한 비전을 선포했다. 소통 참여 쇄신이 키워드다. 양적인 성장에 어울리게 내실을 기해야 하고 공동체가 성장한 만큼 사회에 더욱 기여해야 한다.”

―화합보다는 대립, 포용과 용서보다는 분별없는 공격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다. 진정한 통합을 위한 지혜는 무엇인가.

“지도자들이 정말 잘해야 한다. 정부뿐 아니라 기업 책임자도 포함될 것이다. 정당 정치 특성상 대립과 견제가 불가피하지만 그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싸워도 점잖게 싸워야 한다. 중요한 것은 경청과 상호 존중의 문화 속에 합의, 타협, 양보하는 것이다. 화합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우리 사회의 미래가 있겠는가. 멸시와 박해 속에서도 강도당한 이를 도운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어야 한다. 배려의 전통을 지켜야 하고, 방관자가 아닌 참된 이웃으로서 형제애를 실천해야 진정한 통합을 이룰 수 있다. 그러지 않을 경우 그 피해가 고스란히 코로나19로 고통받는 국민에게 전가된다.”


―사회와 국가의 지도자들은 특히 어떤 리더십이 필요할까.


“비움의 리더십을 말하고 싶다. 지도자가 자기 생각에 매몰돼 있으면 구성원의 말을 들을 여유가 없다. ‘나를 따르라’는 중세적 리더십이다. 인간이 되신 예수님은 세상 사람들의 구원을 위해 자신의 생명까지 온전히 내어놓으신 분이다. 이런 예수님의 모습이 크고 작은 공동체를 이끄는 지도자들의 모습이어야 한다. ‘많이 가진 자는 많이 내놓아야 한다’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자신이 가진 힘과 권력은 휘두르는 게 아니라, 내려놓고 사람들을 섬기는 데 써야 한다. 가정과 기업, 사회, 국가 등 공동체에 따라 요구되는 리더십의 강조점이 다르겠지만 그 기초는 경청과 이해다. 리더가 어떤 가치와 비전을 갖느냐에 따라 세상이 바뀐다. 리더가 자신의 명예보다 공동체를 살리겠다는 의식을 가져야 하고, 그래야 올바른 권위를 행사할 수 있다.”

● 이용훈 주교는
△ 1951년 경기 화성 출생
△ 1977년 가톨릭대 신학과 졸업
△ 1979년 사제 수품
△ 1979∼1982년 수원교구 안성 본당 등에서 보좌신부
△ 1982∼1984년 정남 본당 주임신부
△ 1984∼1988년 교황청립 라테라노대 윤리신학 박사
△ 1988∼2002년 수원가톨릭대 교수, 총장
△ 2003년 주교 수품
△ 2009년 수원교구장 착좌(着座)
△ 2014∼2020년 주교회의 교육위, 정평위 위원장 등
△ 2020년 10월∼ 주교회의 의장, 한국천주교 중앙협의회 이사장


수원=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