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진단키트 개발… ‘누리호’ 첫 발사… 한계 넘는 도전, 올해도 계속된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1-01-04 03:00 수정 2021-01-04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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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과학기술계 ‘2021 캘린더’

올해 10월 첫 발사가 예정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지난해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해 백신 스타트업인 휴벳바이오에 기술을 이전했다. 메신저RNA(mRNA)를 이용한 화이자, 모더나의 백신과 달리 유전자를 조합해 인공적으로 만든 코로나19 항원 단백질을 사용한다. 한국화학연구원을 중심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8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뭉친 ‘신종바이러스(CEVI) 융합연구단’은 진단, 백신, 치료제의 ‘3종’ 기술을 기업에 이전했다. 올해도 한국의 현재를 지탱하고 미래를 준비할 과학기술 연구는 계속된다.

○바이러스, 전기차… 글로벌 이슈 대응

CEVI 융합연구단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검출하는 바이오센서를 개발한 김승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진단키트도 개발해 국내 바이오벤처에 기술을 이전했다. 그는 “올해는 ‘살인 진드기’로 불리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바이러스 진단키트를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SFTS는 사망률이 20%에 이르지만 백신도 치료제도 없다.

한국형초전도핵융합장치(KSTAR)의 핵심 장치인 토카막 내부.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제공
한국재료연구원은 친환경 전기자동차의 배터리 셀을 이어 붙이는 접착제에 들어갈 산화마그네슘(MgO)의 성능을 대폭 개선하는 데 성공해 상용화에 나선다. 현재 접착제 제품의 98%는 산화알루미늄(Al₂O₃)을 쓰고 있다. 한병동 재료연 세라믹재료연구본부장은 “산화마그네슘은 공기 중 물 분자와 쉽게 반응한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데, 물과 반응하지 않고 무게도 가벼운 신소재로 재탄생시켰다”며 “일본에서 생산하는 산화마그네슘 분말이나 과립보다 가격도 4분의 1가량 저렴하다”고 말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전기자동차 급속충전기 표준을 마련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판매가 늘면서 급속충전기 보급도 늘었지만, 전압이나 전류 규격은 업체마다 제각각이다. 가령 테슬라의 전기자동차는 480V 배터리를 쓰는데, 현대자동차는 조만간 800V급 초급속충전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형규 표준연 전기자기표준그룹장은 “1000V, 500mA(밀리암페어)까지 측정할 수 있는 전기자동차 충전기 표준을 마련해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의학에 빅데이터, 기계 안전에 AI… 국민 건강과 안전 연구

‘꿈의 열차’로 불리는 하이퍼튜브 상상도.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제공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꼽히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연구도 이어진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지난해 체질, 체형, 적외선 체온, 대사율 등 2000명에 대한 한의학 건강정보 빅데이터를 수집했다. 올해도 3000∼5000명의 빅데이터를 축적해 플랫폼을 구축하고 연말에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상훈 한의학연 책임연구원은 “5년간 한국인 1만5000명 이상의 빅데이터를 모아 한의 건강정보를 표준화, 정량화할 계획”이라며 “모든 항목이 수치화된 한의 빅데이터를 이용하면 향후 중국이 못 하는 고품질 진단기기 개발 시장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기계연구원은 해군 함정에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 밸브’를 개발해 시연까지 마쳤다. 함정과 같은 특수 선박에는 연료 등이 오가는 배관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를 조절하는 밸브만 700∼800개에 이른다. 그중 하나라도 고장 나면 함정 전체에 문제가 생기고, 심한 경우 폭발해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 김상렬 기계연 기계시스템안전연구본부 시스템다이나믹스연구실장은 “함정 밸브 중 20∼30개를 스마트 밸브로 대체하면 실시간으로 배관 상태를 모니터링해 관제실에 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우주발사체, 핵융합… 순수 국내 기술 첫 도전

지난해 1억 도의 초고온 플라스마를 20초간 운전하며 세계 최장 운전 기록을 세운 한국형초전도핵융합장치(KSTAR)는 올해 30초 운전에 도전해 한 번 더 기록 경신에 나선다. KSTAR는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을 지상에서 구현하기 위해 만든 실험로다. 윤시우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KSTAR연구센터장은 “2025년 300초 운전에 도달하는 게 최종 목표”라며 “300초 연속 운전이 가능하면 365일 쉬지 않고 핵융합발전소를 운영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 중인 토종 한국 발사체 ‘누리호’는 10월 첫 발사에 나선다. 누리호는 설계부터 개발, 제작, 발사 등 전 과정을 한국이 독자적으로 수행한 첫 발사체다. 항우연이 누리호에 들어갈 75t급 액체 엔진을 자체 개발하면서 한국은 중대형 엔진을 보유한 세계 7번째 국가가 됐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꿈의 열차’로 불리는 하이퍼튜브 개발에 속도를 낸다. 철도연은 지난해 11월 진공에 가까운 0.001기압 상태의 모형 관에서 실물의 17분의 1 크기의 모형을 시속 1019km로 달리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창영 철도연 하이퍼튜브연구팀 책임연구원은 “진공에 가까워지면 공기 저항이 거의 없어 비행기보다 빨리 달릴 수 있다”며 “차량의 엔진에 해당하는 초전도 주행체를 개발해 상반기에 시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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