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 ‘뉴 고스트’ 4억7100만 원…디테일 정말 다를까?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김도형 기자

입력 2021-01-02 18:00 수정 2021-01-03 07:29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요즘 차와 차 업계를 이야기하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2021년 새해 첫 편은 최근에 타본 롤스로이스 ‘뉴 고스트’로 한번 풀어가 보려고 합니다.

‘럭셔리 카’의 대명사와도 같은 롤스로이스에 대한 이야기로 마음이라도 풍요롭게 새해를 열면서 초고가 차량이 가진 가치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보려는 것인데요.

수억 원대의 초고가 차량들은 사실 각 차종마다 독특한 특징을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수요가 워낙 적다보니 차종별, 브랜드별 판매량에서도 매년 많은 편차를 보여서 쉽게 일반화하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롤스로이스 ‘뉴 고스트’. 롤스로이스모터카 제공


그래도 쉽사리 타보기 힘든 차를 직접 경험한 저의 느낌을 바탕으로 초고가 차량의 세계를 한번 엿보겠습니다.

짧은 롤스로이스 시승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을 꼽자면, ‘디테일’이었습니다.

지난해 국산차 시장의 베스트셀링 모델을 살펴본 지난주 휴일차담에 보내주신 큰 관심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판매 1위는 그랜저, 그러면 2위는? 올해 국산차 판매 성적표[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01226/104644994/1



김도형 기자의 휴일車담 전체 기사 보기


https://www.donga.com/news/Series/70010900000002

● 롤스로이스, 지난해 세계 판매량은 ‘5152대’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5152대의 차를 팔았습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큰 폭으로 줄어들었지만 최근 수년 동안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은 연 9000만 대 안팎입니다.

이 가운데 고작 5152대라니…

판매 대수나 시장 점유율 같은 수치로는 ‘대화’가 좀 힘든 브랜드입니다.

그런데 이 5152대라는 숫자마저도 롤스로이스의 116년 역사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이라고 합니다.

롤스로이스 ‘뉴 고스트’. 롤스로이스모터카 제공


라이에이터 그릴 위에서 나왔다 들어갔다 한다는 상징물 ‘환희의 여신상’ 그리고 얼마나 조용한지 팬텀, 고스트처럼 ‘유령’에서 모델명을 따왔다는 얘기 등으로 상당히 유명한 롤스로이스의 생산·판매량이 이 정도 밖에 안 된다는 점은 다소 놀라웠습니다.

이런 놀라움을 안고 지난달 16일 저는 롤스로이스가 10년 만에 풀체인지 모델로 내놓은 ‘뉴 고스트’로 서울과 강원도 홍천군을 왕복했습니다.

200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고스트는 ‘쇼퍼드리븐’의 대명사인 롤스로이스의 ‘팬텀’과는 달리 자가 운전자를 위한 브랜드 최초의 ‘오너드리븐’ 세단으로 등장한 모델입니다.

그리고 팬텀에 비해 접근성을 많이 높이면서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냈고 롤스로이스가 초고가 세단 시장을 장악할 수 있도록 만든 차량이기도 합니다.

● 시작 가격 4억7100만 원… 정말 다를까?
팬텀보다 싸다고 하지만 뉴 고스트의 국내 판매 가격은 4억7100만 원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주문 생산(비스포크)되기 때문에 고객의 선택에 따라 실제 구매 가격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달 시승한 차도 실제로는 6억 원에 육박하는 가격이었습니다.

롤스로이스 ‘뉴 고스트’. 롤스로이스모터카 제공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최고급 라인업과 비교해도 2~3배에 이르는 가격인 셈인데 정말로 뭐가 다르냐는 궁금증에는 “다르긴 다르다”고 답하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롤스로이스 스스로 ‘마법 양탄자’ 같다고 자랑하는 승차감인데요.

기존에 타봤던 고가의 차량과 미묘하지만 다른 느낌을 줬습니다.

미리 알고 있던 요철은 물론이고 생각하지 못했던 장애물을 밟았을 때도 충격과 진동을 빠르게 흡수하는 모습이었는데요.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충격과 진동을 흡수하기 위해 부드럽게 반응했다가도 상당히 신속하게 원래의 자세와 적당한 단단함을 회복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다른 브랜드 최고급 세단들이 가진 부드러운 승차감에 미묘한 출렁거림이 동반되는 것 같은 느낌과의 차이점입니다.

안락한 승차감의 또 다른 요소인 정숙성에서도 남달랐습니다.

완전한 정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 귀에 거슬리거나 불편한 소음 없이 일관된 정숙성을 유지했습니다.

강철보다 방음력이 뛰어난 알루미늄을 차체 대부분에 활용하고 차량 곳곳에 100kg 이상의 방음재를 사용한데다 차량 내부의 부품들이 내는 소음의 주파수까지 일정하게 조정한 결과라는 것이 롤스로이스의 설명입니다.

● ‘디테일’이 남다른 차
전장 5.5m가 넘는 큰 차지만 최대 571마력을 내는 12기통 6.75L 트윈터보 엔진을 달았으니 힘이 부족할 일도 없었습니다.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았을 때 잠깐씩 ‘터보랙’은 느껴졌지만 가파른 산길에서도 2.5t의 중량을 느끼기 힘들 정도로 민첩했다.

제원상 제로백은 4.8초이지만 폭발적인 가속력을 즐기기 위해 타는 차는 아니지 않을까 싶습니다.

롤스로이스 ‘뉴 고스트’의 12기통 엔진


이런 기본기와 함께 다른 차에서 느낄 수 없는 것은 ‘디테일’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은 문을 열고 닫는 방식이 눈길을 끕니다.

고급차일수록 무거워지기 마련인 문에 추가로 설치한 모터가 문을 열고 닫는 것을 도와줍니다.

문을 손으로 가볍게 밀면 이를 감지해서 자연스럽게 힘을 보태주는 것입니다. 롤스로이스에서는 ‘에포트리스’ 즉 힘들이지 않아도 된다고 홍보하는 부분입니다.

앞문과 반대 방향으로 열리는 롤스로이스 특유의 ‘코치 도어’인 뒷문은 문손잡이를 한번 당겨서 문을 연 뒤에 문손잡이를 다시 계속 당기고만 있어도 천천히 문이 열립니다.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차의 가치를 높이는 것 같다고 느껴진 방식이었습니다.

실제 테스트해 보지 못했지만 버튼을 눌러서 자동으로 문을 닫을 때는 언덕이나 도로 양 옆의 기울기가 어떻든 간에 늘 같은 속도로 문이 열리고 닫히도록 설계했다고 합니다.



바퀴가 회전해도 롤스로이스를 상징하는 ‘RR’이라는 로고를 꼿꼿하게 자세를 유지하는 이른바 ‘스피닝 휠캡’도 시선을 붙잡는 장치입니다.

실제로 차량 밖에서 바퀴를 주시해 본 저속 주행에서는 로고가 미동도 하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코치 도어에 숨겨져 있다는 우산은, 시승차에는 빼놓은 관계로 못 봤습니다.


● 고스트에 없는 것… ‘반자율 주행’과 ‘드라이브 모드’
뉴 고스트가 ‘가지지 못한’ 혹은 ‘가지지 않은’ 것들도 이야기해 볼만 합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차가 스스로 차선을 유지해 주는 수준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은 없다는 점입니다.

뉴 고스트에도 앞차와의 간격을 자동으로 조절하며 주행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은 탑재돼 있습니다.

차가 차선을 감지해서 차선을 물고 달릴 때는 스티어링 휠에 진동으로 알려주는 기능도 있고 좌우로 차선을 바꾸려고 할 때 사각지대에 차가 있는 지 알림도 해줍니다.

하지만 최근 출시 차량 상당수에 적용되는 ‘조향 보조’는 없습니다. 스티어링 휠의 동작에는 차량이 직접 개입하지 않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뉴 고스트는 ‘오너 드리븐’까지 염두에 둔 차량입니다. 그럼에도 편한 운전을 돕는 기술을 쓰지 않은 것이 원가 때문일 리는 없습니다.

아직 완벽하지 않은 기술은 쓰지 않는다는 철학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크고 무거운 그리고 아주 비싼 차를 몰면서 첨단기술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아쉬웠습니다.

롤스로이스 ‘뉴 고스트’의 내부. 국내 판매 모델은 운전석이 왼쪽에 있다. 롤스로이스모터카 제공


최근 대부분의 차에서 볼 수 있는 ‘드라이브 모드’ 선택도 없습니다.

에코, 컴포트, 스포츠, 커스텀…

많은 브랜드가 이런 식으로 드라이브 모드를 선택할 수 있게 해주고 있는데요.

모드 선택에 따라 서스펜션 세팅을 바꾸거나 파워트레인의 반응 속도, 엔진음·배기음을 조절하는 등의 방식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뉴 고스트에 이런 선택지가 없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12기통 엔진을 쓰면서 더 빠르게 반응하게 하는 옵션을 만들고 인공적인 소리를 추가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하는 생각입니다.

추가적인 선택지로 변화를 주지 않아도 ‘차는 이미 완성돼 있다’는 롤스로이스의 자신감으로 보이기도 하는 대목입니다.

● ‘특별함’을 안겨 주는 차 그리고 브랜드
‘여러 측면이 탁월하다’고 해도 사실 너무 높은 가격을 생각하면 ‘당연히 그래야지’ 싶은 차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비싼 가격의 차인 셈인데…

시승을 마치고 시간이 흐르면서는 이런 초고가의 차가 전해주는 진정한 가치는 무엇일까 하는 점도 한번 고민을 해봤습니다.

그리고 ‘특별하게 느껴질 수 있는 있는 감정적인 만족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가치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양산 브랜드의 최고급 라인 차량들에 비해 더 뛰어난 승차감 그리고 차량 구석구석을 맞춤형으로 제작할 수 있다는 점 등은 분명히 커다란 실질적인 효율을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충분히 높은 수준에서 조금씩 더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늘 예상보다 많은 값을 치러야 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최근 양산 브랜드 최고급 라인의 차량들이 워낙 뛰어난 성능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롤스로이스에 매겨진 가격표에 답할 수 있는 것은 롤스로이스라는 브랜드 그 자체 아닐까 싶습니다.

롤스로이스 ‘뉴 고스트’의 내부. 롤스로이스모터카 제공


그리고 그런 특별함은 ‘환희의 여신상’, ‘마법 양탄자’, ‘코치 도어’, ‘힘들이지 않아도 되는 문(에포트리스 도어)’ ‘스피닝 휠캡’ 등 다른 차들과 차별화되는 ‘작지만 큰’ 디테일로 구현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그동안 다양한 차를 타보면서 느낀 것은 ‘많은 차들이 가격표에 걸 맞는 만족감을 주는 것 같다’는 점입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겠습니다. 자동차는 대표적인 공산품이고 자동차 시장은 치열한 경쟁 속에 놓여 있습니다.

고객에게 주는 만족감에 합당한 가격표를 달고 있다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시장에서 외면 받거나 가격표를 바꿔 달아야 합니다.

그리고 고객에게 줄 수 있는 만족감에는 성능만이 아니라 디자인과 브랜드의 역사·가치, 심지어는 그 브랜드에 대한 최근의 평가 등 아주 다양한 요소가 반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롤스로이스와 함께 대표적인 럭셔리카 브랜드로 꼽히는 벤틀리는 지난해 1~11월 국내에서 253대를 팔면서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114.4% 성장했습니다.

지난해 이 기간에 국내에서 146대를 판 롤스로이스는 2019년에 비해 2.7% 줄어든 판매량이지만 뉴 고스트 출시를 계기로 올해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할 기세입니다.

이런 럭셔리카 브랜드가 올해 어떤 만족감과 가치로 어필하면서 한국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낼 지는 재미있게 지켜볼 만한 요소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다소 생소한 럭셔리카 영역의 이야기라 시승 소감에 너무 치우친 휴일차담이 된 것도 같은데 좋은 계기가 있을 때, 좀 더 발전된 ‘디테일’로 보다 흥미 있는 내용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새해 좋은 일 가득하시고, 원하는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저마다의 드림카’의 문도 활짝 열어 젖힐 수 있는 한 해가 되시길 기원해 봅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