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재, 올해 내 꿈은… “가슴에 태극마크 달고 금빛 티샷을”

정윤철 기자

입력 2021-01-02 03:00 수정 2021-01-02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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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 홈’ 얻은 ‘스윙머신’
도쿄올림픽 선발 유력해 기대
日서 2년 뛰어 적응 문제없어… 티샷 중요한 코스 특성도 맞아
한미일 투어 이어 두바이도 출전, 위기탈출 경험이 큰 도움 될 듯


한국 남자 골프의 간판스타로 떠오른 임성재가 지난해 11월 열린 메이저 대회인 ‘명인열전’ 마스터스에서 드라이버샷을 하고 있다.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이 대회 챔피언조에서 경기한 임성재는 아시아 선수 역대 최고 성적인 공동 준우승으로 대회를 마쳤다. 오거스타=AP 뉴시스
“올해는 꼭 대한민국 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노려 보고 싶습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활약 중인 한국 남자 골프의 간판스타 임성재(22·대한통운)는 본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도쿄 올림픽 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도쿄 올림픽 남자 골프(7월 29일∼8월 1일 예정)의 출전자는 6월 21일 세계랭킹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기본적으로 한 나라에서 2명까지만 출전할 수 있지만 세계 랭킹 15위 이내에 4명 이상 이름을 올렸을 때는 최대 4명까지 출전이 가능하다. 국내는 물론이고 아시아 선수 중 최고인 18위로 새해를 출발한 임성재는 올림픽 출전이 유력한 상태. 하지만 그는 “국가대표로 최종 선발되기 전까지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방심하지 않고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올림픽 골프는 일본 사이타마현 가와고에의 가스미가세키 골프장에서 열린다. 1929년 개장한 이 골프장은 다소 굴곡진 코스 양쪽으로 큰 나무들이 서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티샷의 정확성이 강하게 요구된다. 대회가 열리는 시기의 무더운 날씨와 높은 습도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임성재는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2016, 2017년에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활동하며 일본 무대가 낯설지 않다. JGTO 우승은 없지만 미국 진출 전이었던 2017년에 상금 랭킹 12위(6244만 엔·약 6억6000만 원)에 오르며 기대주로 떠올랐던 그다. 그는 “2년간의 일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싸움터가 미국에서 일본으로 바뀌어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2년 전 가스미가세키 골프장 답사를 다녀온 김재열 SBS 해설위원은 “비거리보다는 정확도가 중요한 코스이기 때문에 임성재가 장기인 정확한 티샷과 아이언샷을 잘 활용한다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러 투어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얻은 뛰어난 코스 적응력도 올림픽을 향하는 임성재의 강력한 무기다. 그동안 미국, 한국, 일본 투어 대회(초청 포함)를 뛰었던 임성재는 지난해 12월에는 DP 월드투어챔피언십이 열린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향해 생애 처음으로 유러피안투어까지 참가하는 열정을 보였다. ‘골프 유목민’으로 불리기도 하는 임성재는 “전 세계 투어를 다니다 보면 나라마다 다른 코스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경기 도중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여러 투어에서 얻은 경험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침착한 위기관리 능력이 강점인 그는 지난해 11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열린 ‘명인열전’ 마스터스에 처음으로 출전해 아시아 선수 역대 최고 성적인 준우승(공동 2위)을 차지했다.

1일 현재 아시아 선수 가운데 최고 순위인 남자 골프 세계랭킹 18위에 올라 있는 임성재. AP
임성재에게 2020년은 잊지 못할 한 해였다. 3월 혼다클래식에서 자신의 투어 50번째 경기 만에 PGA투어 첫 승을 거뒀다. 우승 갈증을 풀어낸 상승세를 바탕으로 시즌 한때 페덱스컵 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던 임성재는 “기분 좋은 일이 참 많고 부상도 없었던 한 해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첫 우승 순간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혼다클래식 4라운드 베어트랩 15번홀(파3·180야드)의 티샷이 지난해 나의 최고의 샷이었다. 중요한 순간이고 압박감도 심했는데 그것을 잘 극복해 우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혼다클래식을 치르는 PGA 내셔널챔피언 코스에는 거대한 워터해저드와 변화무쌍한 바람으로 골퍼들의 발목을 잡는 ‘베어트랩’(15∼17번홀)이 있다. 15번홀에서 임성재는 5번 아이언으로 페이드샷을 시도해 공을 핀에서 2m 거리에 붙인 뒤 버디를 낚아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이후 16번홀 파 세이브로 단독 선두에 나선 그는 17번홀에서 버디를 추가해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PGA투어가 지난해 12월 30일 선정한 ‘2021년 투어챔피언십에 참가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 30명’에서 임성재는 18위를 기록했다. 시즌 최종전인 투어챔피언십은 대회 직전 페덱스컵 랭킹 30위까지만 출전할 수 있는 대회로 시즌 내내 꾸준한 활약을 펼친 톱클래스만이 나설 수 있다. PGA투어는 “‘아이언맨(철인)’ 임성재는 이번 시즌에 이미 8개 대회를 소화했다. 혼다클래식(3월) 타이틀 방어도 기대된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 휴식기에도 임성재는 매일 5시간씩 훈련을 하며 샷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지난해 막판 흔들렸던 퍼팅을 보완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임성재는 그동안 투어 생활을 하며 자신이 얻은 별명 중 ‘스윙 머신’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다. 그는 “언제나 기계같이 흔들림 없는 스윙을 하자는 내 목표와 딱 맞는 별명”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인근 덜루스에 집을 구한 것도 경기력과 투어 생활의 안정감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자택 구입 전까지 그는 호텔을 전전하며 투어에 참가했다. 임성재의 자택은 덜루스 TPC 슈거로프 안에 있다. TPC 슈거로프는 과거 PGA투어 AT&T 클래식을 개최한 코스 등이 포함된 골프장이다. 집에서 코스와 연습장이 가까워 훈련하기 편한 게 장점이다. 또한 한인 타운까지도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임성재는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안락한 보금자리가 생겨서 좋다. 집을 마련한 이후 안정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올해 마스터스는 4월에 열린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회가 연기돼 11월에 개최됐다. 임성재로서는 5개월 만에 준우승의 한을 풀 기회가 생긴 셈이다. 총 84명의 출전자에게 올해 마스터스 초청장이 발송된 가운데 한국 선수 중에는 임성재가 유일하게 참가한다. 임성재는 “지난해 마스터스 준우승 등 좋은 기록을 작성하면서 이제는 골프장에 가면 많은 사람들이 나를 알아본다. 올해도 마스터스 등 메이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두 번째 PGA투어 우승도 달성해 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좋아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임성재는 7일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에서 열리는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로 새해 일정을 시작한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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