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살아온 기적처럼… 새해엔 다시 일어나 날아오르자
변종국 기자
입력 2021-01-01 03:00 수정 2021-01-01 03:55
‘코로나 직격탄’ 티웨이항공 객실승무팀장
동료 승무원들에게 ‘희망의 송년메일’
“‘승무원들은 다시 일어났고, 그 후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이렇게 어느 소설 속에 나오는 해피 엔딩의 주인공이 우리였으면 좋겠습니다.”
티웨이항공 객실승무원 760명은 지난해 12월 31일 e메일 한 통을 받았다. 메일을 보낸 사람은 이승현 티웨이항공 객실승무팀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한 승무원에게 보낸 편지다.
A4용지 6장 분량 편지에는 항공업계 종사자들이 겪은 어려움이 생생히 담겼다. “한 승무원이 제게 와 본인이 집안의 실질적인 가장이라 유급 휴직 기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하는 사정을 말하면서 강물처럼 울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요령껏 알아서 4대 보험 안 되는 곳을 잡아 투잡을 뛰라 할 수도 없고, (규정대로) 아르바이트를 절대 하지 말라고 말하기도 그렇고…. 이런 기억들이 제 마음에 자잘한 생채기를 남기는 것 같습니다.”
이 팀장은 “연초 계획과 비행 생활 등이 잔인할 정도로 일그러져 버렸던 한 해가 어서 갔으면 하는 마음과 함께 다시는 2020년이라는 녀석을 설사 꿈에서조차도 안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편지에 적었다. “코로나로 몇 달을 무기력하고 우울하게 지내다 보니 자존감이 낮아진 분들도, 항공업계의 불안감으로 공무원 시험이나 다른 기업을 알아보며 고민했던 분들도 계셨겠지요. 그럼에도 어려운 시기에 울타리가 돼주는 직장이 있음에 새삼 고마움을 느끼셨던 분도 계셨을 겁니다.”
항공사 직원들에게 2020년은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악몽의 한 해다. 승무원 비행수당은 사실상 끊기고 기본 급여도 50% 이상 깎였다. 규정상 휴직 기간 다른 일을 하는 것은 금지돼 있지만 생계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당장 현금을 벌 수 있는 아르바이트 정보를 직원들끼리 쉬쉬하며 주고받는다.
저비용항공사에서 정비사로 일하고 있는 권모 씨는 생계유지를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배달 대행 아르바이트를 몰래 시작했다가 쇄골이 부러지는 교통사고를 겪었다. 권 씨는 “그래도 그나마 언젠가 돌아갈 회사가 있기에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항공사 직원 부부인 김모 씨는 “아파트 대출과 아이들 교육비까지 감당해야 하는데, 둘 다 급여가 대폭 줄어서 큰일”이라며 “한 명은 아예 다른 직업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항공업계의 한 줄기 빛은 코로나 백신 접종 소식이다. 이 팀장은 “설문조사를 하니 백신이 개발되면 국민 10명 중 7명은 해외여행을 간다고 한다. 완전 종식까지 갈 길이 멀지만 적어도 내년은 올해보다 나을 거라는 소망을 품어 본다”고 적었다.
“공항에 개미새끼도 안 보였고, 항공업계 암울한 뉴스들을 접하다 보니 ‘내가 왜 승무원을 선택했을까?’ 후회와 짜증도 났습니다. 하지만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는 시구가 있습니다. 올 한 해 기적처럼 버티며 지내온 날들이 여러분의 앞날에 굳건한 디딤돌이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동료 승무원들에게 ‘희망의 송년메일’
“‘승무원들은 다시 일어났고, 그 후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이렇게 어느 소설 속에 나오는 해피 엔딩의 주인공이 우리였으면 좋겠습니다.”
티웨이항공 객실승무원 760명은 지난해 12월 31일 e메일 한 통을 받았다. 메일을 보낸 사람은 이승현 티웨이항공 객실승무팀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한 승무원에게 보낸 편지다.
A4용지 6장 분량 편지에는 항공업계 종사자들이 겪은 어려움이 생생히 담겼다. “한 승무원이 제게 와 본인이 집안의 실질적인 가장이라 유급 휴직 기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하는 사정을 말하면서 강물처럼 울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요령껏 알아서 4대 보험 안 되는 곳을 잡아 투잡을 뛰라 할 수도 없고, (규정대로) 아르바이트를 절대 하지 말라고 말하기도 그렇고…. 이런 기억들이 제 마음에 자잘한 생채기를 남기는 것 같습니다.”
이 팀장은 “연초 계획과 비행 생활 등이 잔인할 정도로 일그러져 버렸던 한 해가 어서 갔으면 하는 마음과 함께 다시는 2020년이라는 녀석을 설사 꿈에서조차도 안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편지에 적었다. “코로나로 몇 달을 무기력하고 우울하게 지내다 보니 자존감이 낮아진 분들도, 항공업계의 불안감으로 공무원 시험이나 다른 기업을 알아보며 고민했던 분들도 계셨겠지요. 그럼에도 어려운 시기에 울타리가 돼주는 직장이 있음에 새삼 고마움을 느끼셨던 분도 계셨을 겁니다.”
항공사 직원들에게 2020년은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악몽의 한 해다. 승무원 비행수당은 사실상 끊기고 기본 급여도 50% 이상 깎였다. 규정상 휴직 기간 다른 일을 하는 것은 금지돼 있지만 생계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당장 현금을 벌 수 있는 아르바이트 정보를 직원들끼리 쉬쉬하며 주고받는다.
저비용항공사에서 정비사로 일하고 있는 권모 씨는 생계유지를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배달 대행 아르바이트를 몰래 시작했다가 쇄골이 부러지는 교통사고를 겪었다. 권 씨는 “그래도 그나마 언젠가 돌아갈 회사가 있기에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항공사 직원 부부인 김모 씨는 “아파트 대출과 아이들 교육비까지 감당해야 하는데, 둘 다 급여가 대폭 줄어서 큰일”이라며 “한 명은 아예 다른 직업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항공업계의 한 줄기 빛은 코로나 백신 접종 소식이다. 이 팀장은 “설문조사를 하니 백신이 개발되면 국민 10명 중 7명은 해외여행을 간다고 한다. 완전 종식까지 갈 길이 멀지만 적어도 내년은 올해보다 나을 거라는 소망을 품어 본다”고 적었다.
“공항에 개미새끼도 안 보였고, 항공업계 암울한 뉴스들을 접하다 보니 ‘내가 왜 승무원을 선택했을까?’ 후회와 짜증도 났습니다. 하지만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는 시구가 있습니다. 올 한 해 기적처럼 버티며 지내온 날들이 여러분의 앞날에 굳건한 디딤돌이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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