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외부 부당한 압력 거부, 촘촘한 준법감시제도 만들겠다”

박상준 기자 , 김현수 기자

입력 2020-12-31 03:00 수정 2020-12-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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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기환송심 결심공판 최후진술
“국격 맞는 삼성으로 아버님께 효도”
특검, 징역9년 구형… 내달18일 선고


“모두가 철저하게 준법 감시의 틀 안에 있는 회사를 만들고, 준법을 넘어 최고 수준의 투명성을 갖춘 회사로 만들겠다. 제가 책임지고 추진하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은 30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심리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부회장은 “전에는 불철주야 회사를 키우는 게 전부라고 생각했다”며 “(지금은) 준법문화라는 토양에서 체크 또 체크해야 궁극적으로 사업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스로도 준법 경영의 변화를 느낀다. 과거에 비해 제가 회의에서 안 하던 질문이 늘었고 ‘이 문제는 준법감시위원회까지 가야 하는 것 아니냐’ 등을 묻고 또 묻는다”며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준법감시위원회로부터 정기적으로 질책을 듣겠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고 이건희 회장을 언급하며 “국격에 맞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너무나도 존경하고 또 존경하는 아버님께 효도하고 싶다”고 울먹이기도 했다. 올 10월 고 이 회장의 영결식 추도사에서 이 회장의 고등학교 선배인 김필규 전 KPK통상 회장이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능가함)가 최고의 효”라고 한 점도 언급하며 “그 말이 강렬하게 남아 있다. 제가 꿈꾸는 승어부는 더 큰 의미를 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저의 정신자세와 회사 문화를 바꾸고 외부의 부당한 압력을 거부할 수 있는 촘촘한 준법감시제도를 만들겠다”고 했다.

4년간의 재판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고도 했다. 이 부회장은 “조사 과정은 제게 소중한 성찰의 시간이 됐다. 다른 무엇보다도, 이 재판 과정에서 삼성과 저를 외부에서 지켜보는 준법감시위원회가 생겼다”며 “재판부께서는 단순한 재판 진행 이상을 해주셨다. 삼성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이재용은 어떤 기업인이 되어야 하는지, 깊이 고민해야 하는 화두를 던져 주셨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첫 공판에서 “삼성그룹 내부에 기업 총수도 무서워할 정도의 실효적인 준법감시제도가 있었다면 이 사건 범죄를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미국의 연방 양형기준과 준법감시제도를 참고하라고 했다. 올 2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위원장 김지형 전 대법관)가 출범했다.

이 부회장 측은 “준법감시제도가 대폭 강화됐으므로 양형에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 측은 “삼성은 정치권력에 대한 뇌물 제공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대외 후원금 등에 대한 심의절차를 강화했고, 총수 일가가 사익을 추구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내부의 심의를 강화하고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이를 감시하도록 했다”고 했다.

반면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 준법감시제도가 이 부회장에 대한 감경 사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징역 9년의 실형을 구형했다. 특검 측은 “재판부가 삼성에 요구한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은 기업 총수도 무서워할 정도임은 명백하다”면서도 “하지만 전문심리위원단이 삼성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을 평가한 결과 부정적 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내년 1월 18일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기로 했다.


박상준 speakup@donga.com·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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