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그룹 연말인사 키워드는 ‘디지털 혁신-조직 슬림화’

신나리 기자

입력 2020-12-31 03:00 수정 2020-12-3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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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銀, 10년만에 부회장 부활
하나銀, 소비자리스크관리그룹 첫 신설
신한銀, 빅데이터 부문 만들어
조직체계 줄여 경영효율성 강화



주요 금융그룹이 올해 말 조직 개편을 마무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디지털 금융혁신,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등에 발맞춰 조직을 통폐합하거나 신설하는 ‘레즈(REDS·리스크 ESG 디지털 슬림화) 경영’ 흐름이 두드러졌다.

30일 금융계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금융그룹은 이번 연말 인사에 조직이나 직제를 새로 만들어 각사가 추구하는 경영 방향을 제시했다. KB국민은행은 29일 인사에서 2010년 이후 자취를 감췄던 부회장직을 10년 만에 부활시키고 양종희 KB손해보험 대표를 선임했다. KB금융 측은 “양 신임 부회장은 인수합병(M&A) 등으로 그룹 내 비중이 확대된 보험과 글로벌 부문 사업을 진두지휘할 것”이라고 했다.

하나은행은 국내 은행 최초로 소비자리스크관리그룹을 신설하고 이인영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그룹장으로 영입했다.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부실 사태와 같은 금융사고에 대응해 선제적으로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조치로 풀이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사후 대처보다는 소비자 입장에서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리스크를 막는 것이 시대적 흐름”이라며 “조만간 전사적으로 소비자리스크관리그룹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앞당긴 디지털 금융혁신과 ESG 경영을 주도하기 위한 조직 개편도 눈길을 끈다. 신한금융은 그룹 차원의 ESG 전략 실행을 강화하기 위한 ESG팀과 데이터 비즈니스 강화를 위한 빅데이터 부문을 신설했다. KB금융도 스마트고객총괄, AI혁신센터 등을 새롭게 선보였다. 우리금융은 지주회사와 은행 모두 디지털 혁신 및 영업 간의 연계성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조직체계를 대폭 축소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조직 슬림화’도 진행되고 있다. 인사, 경영지원, 홍보 등 산재해 있던 경영관리나 지원부서를 하나로 모아 구심력을 키우는 방식이다. 신한금융은 전략·재무 등 팀 단위로 흩어진 지주회사 경영관리 기능을 통합한 ‘그룹 경영관리’ 부문을 만들고 허영택 현 신한캐피탈 사장을 선임했다. 아울러 기존 ‘부사장-부사장보-상무’ 3단계로 운영되던 직위체계를 ‘부사장-상무’의 2단계로 축소해 부사장급 경영진에게 책임 경영을 주문했다. 하나은행은 업무체계 중심을 상위 조직인 부서에서 팀 중심으로 바꿔 지휘 라인을 실무선으로 더 내렸다. 우리금융도 현행 ‘7부문-2단-5총괄’ 체제를 ‘8부문-2단’으로 슬림화했다.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나 임원 등 ‘C레벨’ 경영진이 연임과 겸직을 통해 조직 안정을 높이려는 시도도 보인다. 우리금융은 이원덕 수석부사장에게 전략, 재무, 사업성장 부문에 디지털과 정보기술(IT), 브랜드 등 5개 부문을 총괄하도록 맡겼다. KB금융도 기업·투자금융(CIB) 부문을 증권대표 이사가 겸직하는 식으로 계열사 간 협업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뒀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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